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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들은 자꾸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하는가?”

기사승인 2021.03.04  22:22:36

최형미 choihyung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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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하마의 Friday for Feminism- 일곱번째 이야기

 

 

“왜 당신들은 자꾸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하는가?”

 

섹슈얼리티에 관해 말하는 것은 불편하다. 낙인과 금기로 가득한 주제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변했다 해도 가증스러운 이중 성규범으로 여성에 대한 성적 낙인은 여전하다. 오죽하면 N번방의 범죄자가 어린 피해자 여성들을 협박할 때. “너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 있으니 영상을 더 보내”라고 했을까. 무엇이 범죄자를 그토록 당당하게 한 것일까?

 

   
▲ 새벽에, 새들에게 설교를 하는 프란시스코

금욕과 절제는 영성훈련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다 보니, 돈과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선한 것처럼 여겨진다. 프란시스코는 부자 아버지가 사준 비싼 옷을 벗어 던진 후, 지저귀는 새들의 이야기꾼이 되었고, 울부짖는 늑대의 벗이 되었다. 욕심을 버리고 영성을 회복한 사람이 누리는 호사다. 금욕 전통 속에는 또 다른 풍요가 있다. 내가 교회에서 배운 것이다. 그러나 욕망은 말하지 말아야 할 어떤 것일까? 기독교안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혐오 발언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절제를 위한 침묵의 자리에 엉뚱한 독버섯이 피어난 것이다.

내가 여성학과에 들어가 가장 먼저 한 질문은 “난 여성 인권에 관해 배우러 왔는데 왜 당신들은 자꾸 섹스 이야기만 하는가?” 였다. 국가와 교회가 여성/약자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왔던 역사를 헤아리지 못한 무지한 질문이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더듬대며 영어로 힘들게 질문한 나를 위해 글을 써 바닥에 펼쳐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지금 돌이켜 보니, 간음한 여성을 돌로 치지 못하게 바닥에 무엇인가를 썼던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즉각적인 말이 아니고, 손으로, 글자로, 시간을 두고 생각할 기회를 준 것이다.

내가 무지한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은 그날 다룬 수업주제 때문이었다. 수업 주제는 “간성(inter sex)” 이었다. 오랫동안 서구 사회가 간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취급했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간성의 인구가 10%나 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간성 이야기가 나와 무슨 상관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엔의 보고에 의하면 전세계 인구의 1.7%가 간성이고, 나에게 기쁨과 슬픔을 주는 가족 친구들이 간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난 그저 평범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들어도 듣지 못한 것이다.

 

   
▲ 사스키아 위어링가 네덜란드 암스텔담대 교수. 아시아 섹슈얼리티 연구 전문가.

그 불편함의 실마리를 푼 것은 10여 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아시아 여성운동에 참여하며, 인도네시아 섹슈얼리티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면서다. 사스키아 위어링가(암스테르담 대학교수)는 우리에게 신성한 성(Sacred Sex)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도네시아 부기 왕국에는 다섯 개의 젠더가 있다. 여성, 남성, 트렌스 젠더인 카라비아, 카라라이 그리고 간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비수(Bisu)라 불렀다. 여성에도 남성에도 속하지 않은 비수를 사람들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믿었고, 왕의 대관식, 혼례식에 초대해 축복을 부탁했다.” 간성의 존재를 그냥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라니, 나의 의식이 찌릿하게 흔들었다. 그들이 주인공, 그들이 주류이다. 비수들은 모든 존재와 사랑에 빠진다.

남녀 이원론에 기반을 둔 교리를 가진 보수종교가 인도네시아에 들어오며, 비수들은 거리로, 골목으로 그리고 성매매 현장으로 쫓겨났다. 여자나 남자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시아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유독 아시아 지역의 섹슈얼리티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다양한 젠더들의 다양한 사랑을 보며, 선교사들은 그들이 난잡하다고 여겼다. 성적으로 문란한 야만인들을 계몽하고 식민지배해야 한다며 침탈과 침략을 정당화했다. 심지어 선교사들은 사람들에게 “정상위” 섹스포지션을 가르쳤고, 이것을 선교사 포지션(missionary position) 이라고 부른다. 식민지배는 서구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가 동력이 되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겉과 속이 다른 역사다. 지금 유럽에서는 난민 신청을 하는 아시아 사람들이 동성애를 탄압하는 위험한 야만인이라고 부른다. 이 뒤바뀐 역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 젠더는 더 이상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 되지 않는다. 우리의 목소리, 턱 골격, 호르몬 등의 차이로 우리 사회는 다양한 젠더가 존재한다.

이제 더 이상 젠더를 이원론으로 나누지 않는다. 젠더는 스펙트럼이다. 성기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아니라, 유전자, 호르몬, 목소리, 골격 등도 젠더를 구분하는 기준이 다양하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을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애도 호르몬의 변화로 젠더가 변화될 수 있다. 그들의 사랑도 변화될 수 있다. 나에게도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성애 동성애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 퀴어 활동가 김기홍
   
▲ 변희수 하사

기독교 매체에 페미니즘 관련 글을 쓴다고 하니 목회를 하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다른 주제는 몰라도 동성애는 이야기하지 마라. 괜히 욕만 먹는다” 그러나 지난주 교사이며, 제주퀴어활동가 김기홍의 죽음을 맞닥뜨렸고, 가슴을 채 쓸어내리기도 전에 스물세 살의 트렌스젠더 변희수 하사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BBC는 한국사회가 유독 LGBTQ에 보수적이며 거대 보수교회가 그 혐오에 앞장서고 있다며 죽음의 이유를 소개했다. 마음이 아팠다. 어찌 침묵하겠나?. 하나님이 만든 것 중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낸 아름다운 당신. 편히 쉬소서.”

최형미 choihyung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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