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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찾아온 봄

기사승인 2021.03.06  00:02:57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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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웠던 기나긴 겨울이 간다. 아니 갔다. 3월 1일 첫날, 봄을 알리는 첫 신호탄으로 비가 내렸다. 봄비 같지 않은 하루 종일 세차게 내린 비, 그리고 영동 지역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함박눈이 내렸지만 그래도 3월이라는 숫자만으로도 가슴은 벌써 설렌다. 비록 비와 눈이 내린 뒤 그 밤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다시 옷을 저며 입게 하였을지라도 이제는 봄이 우리 앞에 성큼 와 있음을 알기에 겨울의 끝자락은 그저 새 계절을 향한 질투와 시샘과 푸념으로 일갈할 수 있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이제는 빙긋 웃으며 여유있게 보내줄 마음도 넉넉하다. 먼 길을 마다하고 찾아온 반가운 봄이 문 앞에 있는데 어찌 겨울 끝자락의 장난에 혹할 수 있으랴. 

봄비를 흠뻑 빨아들인 땅은 어제보다 부드러워졌다. 두 발에 힘을 주고 땅을 밟으니 부드러움에 더해 푹신푹신하기까지 하였다. 널뛰기 하듯, 롤러코스트를 타듯 울렁이는 땅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한참을 재미있게 놀았다. 그 광경을 보는 고양이들도 옆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나와 한 몸이 되어 논다. 나와 냥이들의 놀이에 저만치서 바라보는 한라의 낑낑거리는 울음소리가 애처로웠다. 그러면 놀던 가락을 멈추고 일부러라도 가서 몸을 한번 쓰다듬어 준다. 그래야 주인의 사랑이 냥이들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넘친다는 것을 수긍하게 되니까. 날이 풀리면서 요즘은 한라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온다. “한라야! 갔다 올까?” 하고 말하면 내가 목줄을 풀기도 전에 녀석의 마음은 이미 대문 밖으로 달려가 있다. 산책을 나가면 동네의 모든 개들이 아우성이다. 자기들은 묶여있는데 너만 혼자 자유냐며 시샘과 질투로 컹컹, 멍멍, 왈왈하며 짖어댄다. 그런 동네 개들의 소리를 뒤로하고 한라는 유유자적 가던 길을 간다. 가다가 오줌도 잔뜩, 변도 한가득 시원하게 배설하고 나면 기분이 좋고 신이 나서 흙냄새도 맡은 뒤 힘차게 땅을 뒷발질한다. 확실히 땅이 파이는 정도가 어제와 다르게 깊이 파인다. 그렇게 한바퀴 돌고 오면 그 밤은 조용히 잠을 잔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먼 길 다녀와야 쉼도 달달하다. 

유기농 복숭아를 재배하는 아랫집 집사님은 벌써 복숭아나무 전지를 시작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일주일에 나흘은 직장에 다니고, 사흘은 쉬기 때문에 농사에만 전념하던 때와는 다르게 더 바쁘게 움직이신다. 그래서 나뭇가지 전지나 꽃잎을 따고, 봉지를 싸는 모든 일에 일손을 사서 과수 농사를 하고 있다. 어떤 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할 때도 있다. 농사일도 3D 업종 중 하나가 되어서 용역회사에서도 가급적 농사일은 신청을 안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인건비도 많이 올라간 상태다. 물론 다른 여타의 직업 용역보다는 못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작년과 같이 기후 이상으로 소출이 형편없거나 풍작으로 남아도는 사태가 발생하면 ‘죽 쒀서 개준다.’는 말처럼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손에 쥐는 것은 거의 없는 형편이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최근 비일비재 하였지만 역시 진정한 농부는 하늘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듯이 진정한 농부는 작년이나 올해나 땅을 대하는 마음은 한결같을 뿐이다. 농부의 길, 농민의 길은 길고도 먼 길임에도 누구를 시샘하거나 질투하거나 푸념하지 않으니 정녕 존경스럽지 않은가. 부디 올해는 봄과 같이 반가운 소식들이 농민들에게 전해지길 소망한다. 

코로나가 여전하다. 참으로 길고도 먼 길이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싶은 길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삶이 참 무료하고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상의 무료함과 심심함을 즐겼다. 왜냐하면 그때는 친밀하고 밀접한 만남이라는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 제목처럼 신나게 먹고, 뜨겁게 기도하고, 자유롭게 사랑할 때 일상에 찾아오는 무료함과 심심함이라는 시간을 선물처럼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날마다 무료하고 심심하다고 하면 자칫 우울하고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내가 꼭 그 짝인거 같다. 원래 무료하고 심심함을 즐기는(?) 나임에도 코로나의 긴 시간 앞에서는 나도 맥을 못추고 있다. 그래서 요즘 눈을 뜨면 다짐하는 것이 “오늘은 좀 새롭게 살자” “이젠 어제의 시간으로부터 벗어나보자”라는 것이다. 물론 작심삼일로 무너지고 다시 되새기는 날이 수차례지만 그래도 난 꿋꿋하게 스스로에게 말한다. 오늘 주어진 봄날은 어제처럼 보내지 말자. 

그렇다. 봄은 무료하고 심심함을 달래주러 먼 길로부터 나에게도 찾아왔다. 추운 겨울을 헤치고 달려와 설레고 들뜬 소식을 전하는 봄의 전령을 가볍게 여기지 말찌니 기지개를 활짝 펴고 봄단장을 하고 봄나들이 떠날 채비를 해보자. <끝>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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