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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꿈

기사승인 2021.03.06  22:58:18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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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따듯한 봄이 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시절(時節)은 만물이 꿈틀거리며 봄 길을 예비하는 중이다. 유난했던 겨울도 이젠 꽁꽁 언 몸을 풀고 해빙기를 맞는다. 성급한 마음으로 느끼는 봄볕은 비록 한랭전선이 오락가락하지만, 어느새 세월은 입춘(立春)의 경계를 넘어서고, 우수와 경칩을 지난다. 이제 앞산의 둔덕을 넘으면 봄이 올 듯하다. 바야흐로 ‘대춘부’(待春賦)를 노래할 좋은 때이다.

  새 봄은 메마른 나무의 가지 끝에서부터 깃든다. 남녘 땅 생강나무마다 어느덧 싹이 움트며 꽃소식을 전한다. 봄은 개나리, 산수유, 수선화의 노란 빛깔처럼 이내 화사한 얼굴을 내밀 것이다. 아직 이슬점은 영하를 오르내리지만 더 이상 겨울로 회귀할 리는 없다. 봄소식보다 먼저 봄 타령이 절로 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겨울을 춥게 산만큼 봄을 기다리는 심정이 급할 듯싶다. 

  물론 심리적인 겨울은 아직 물러가지 않았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한 동안 간(間)절기가 유난히 길게 느껴질 것은 자연스럽다. 단비는 어느새 눈발로 바뀌기 일쑤이고, 멀리 바라보는 산마다 흰 모자를 몇 번쯤 더 쓸 것은 경험으로 다 안다. 그럼에도 겨울과 봄은 가끔 엎치락뒤치락 할 테지만, 결국 봄이 이길 것도 알고 있다. 이미 부지런한 풀들은 겨울몸살을 견뎌냈음을 서로 격려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봄의 전령 개나리는 3월 중순 경 서귀포에서 첫 멍울을 터뜨린 후 등고선을 그리면서 북상한다고 한다. 그리고 3월 말이면 생강나무, 산수유 그리고 수선화까지 노오란 봄꽃들이 차례로 익숙한 얼굴을 내밀 것이다. 사실 유명세를 타는 노란 꽃들보다 더 일찍 피어나는 봄꽃들이 있다. 봄보다 일찍 만개하는 동백(冬柏)이나 매화(梅花) 타령이 아니다. 이미 얼음 밑에서 핀 꽃들은 이내 아우성이다. 

  작고, 낮게 피어난 꽃들은 비록 연약해 보일지라도 겨울 낙엽을 들추고 일어 선 담대한 풀이며, 당당한 꽃이다. 겨우 아기 손 한 뼘 크기만 하지만, 시절어린 봄꽃들은 진정 봄의 전령이라 불릴만하다. 바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전선 위에 피어나기 때문이다. ‘복수(福壽)초 꽃’, ‘바람꽃’, ‘노루귀’, ‘봄까지 꽃’이 봄 뜰 무대의 주인공이다. 

  가장 일찍 서두르는 복수초 꽃은 차가운 얼음 틈에서 핀다고 해 ‘얼음 새 꽃’이라고 불린다. 가장 흔한 큰개불알 꽃은 이름이 민망해 동호인들 사이에서 ‘봄까지 꽃’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바람꽃의 종류는 얼마나 흔한지 이름이 모양새에 따라, 발견된 곳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들바람, 꿩의 바람, 세바람, 변산바람, 너도 바람, 나도 바람, 심지어 ‘그냥’ 바람꽃도 있다. 

  모든 꽃들은 봄빛 순례의 기점(起點)이다. 곧 산들바람은 꽃향기와 함께 봄 소문을 사방으로 퍼뜨릴 것이고, 며칠 새면 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완연한 봄을 노래하게 될 것이다. 뜬 눈으로 바라본 부지런한 세상은 ‘봄날, 봄볕, 봄 하늘, 봄 처녀, 봄나물, 봄비, 봄 소풍, 꽃 봄, 봄버들, 봄 바다, 봄 녘, 봄 그늘 그리고 춘풍연가(春風戀歌)’에 이르기까지 봄꿈으로 가득하다. 

  사순절이 봄이 오는 길목에 위치했다는 것은 신비이다. 이런 기다림을 꿈꾸는 사순절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거룩하다. 사순절은 찬찬히 봄을 맞이하면서 조금씩 깊어간다. 하나님의 달력으로 따지면 진정한 봄맞이는 사순절부터 시작하여 성큼성큼 시간의 자취를 옮기다가 마침내 온 세상은 부활의 기지개를 활짝 켤 것이다. 

  하나님의 달력에서 사순절은 자연의 이치처럼 봄빛 얼굴을 하신 예수님을 닮으려는 거울과 같다. 그런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40일은 믿음의 순례를 배우는 기회이다. 고단한 인생의 겨울을 벗고 새 봄을 입는 순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은총의 충만하심을 고대하게 마련이다.  

  지금은 주현절과 사순절이 역할을 바꾸고, 겨울과 봄이 임무를 교대하며,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내가 삶의 무대를 교체하는 시간이다. 사순절을 영어로 ‘Lent’라고 하는데, 앵글로 색슨어로 ‘바라 봄’(lens)이란 뜻이다. 그 시선은 억지 경건과 무리한 절제가 아닌 하나님과 더불어 새로움을 바라‘봄’이며, 따듯한 평화를 살아‘봄’이다. 세상의 아픔과 연대하고, 이웃의 고민과 공감하면서, 봄 꿈 꾸듯 그런 눈높이를 맞추는 ‘어느덧 봄’이 다가서고 있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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