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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아침

기사승인 2021.04.03  23:14:36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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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교 달력에서 가장 오래된 절기는 부활절이다. 부활주일은 ‘춘분(春分)이 지나 보름달이 뜬 후 오는 첫 주일’에 지키는데, 태양력을 기준으로 해마다 3월 22일부터 4월 25일까지 사이에 위치한다. 앞에 온 40일, 즉 사순(四旬)절이 부활절의 전주곡이었다면, 뒤에 올 50일, 곧 오순(五旬)절은 부활절의 행진곡이다. 부활절기는 성령강림주일 직전까지 모두 일곱 주간 동안 계속 이어진다. 

  부활주일은 안식일 자정을 넘으면서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빛이 동터오면 부활을 축하하는데, 그 인사는 성경의 전통에 따른다.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막 16:6). 흰 옷 입은 한 청년이 전한 말에서 그리스도교의 오랜 전통인 부활절 인사가 나왔다. 

  주후 4세기, 스페인 사람 에테리아(Etheria)는 팔레스타인 성지를 순례한 후 예루살렘에서 경험한 예배를 기록하였는데, 지금도 예루살렘에 있는 정교회는 초대교회의 전통대로 예배드린다. 부활절 인사가 인상적이다. 먼저 인도자가 “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라고 선창하면, 예배자는 일제히 “주님은 ‘정말’ 부활하셨습니다!”라며 화답한다. 특히 후창을 할 때에 ‘정말’을 외치며 즐거워한다. 

  부활절기에는 두 개의 초를 밝힌다. 예수님의 부활일부터 승천일까지 켜는 두 개의 촛불의 이름은 ‘빠스카의 초’이다. 부활하신 후 지상에 머무르셨던 40일을 상징한다. 빠스카는 “너희를 넘어가리니”(출 12:13)란 뜻이다. 히브리어 ‘뻬사흐’를 어원으로 하며, 일상어인 ‘빠스카’로 불리던 것이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그대로 전해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집트에 내린 열 번째 재앙은 맏아들과 짐승의 맏배의 죽음이었다. 히브리인들은 모세의 명령에 따라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 화를 면했는데, 이것이 빠스카(‘거르고 넘어가다’) 사건이다. ‘넘을 유’(逾)와 넘을 월(越)’ 자를 써서 유월절(passover)이 되었다. 성전시대에 유대인들은 저녁과 아침마다 출애굽을 상기하였다. 저녁제사 때는 이집트 탈출을 기억하였고, 아침제사에서는 시내산 계약을 기념하였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때가 바로 유월 절기였다. 

  광야 40년을 이끈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연상시키는 ‘빠스카의 초’ 두 개의 빛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신생의 빛을 의미하고 있다. 초대교회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야말로 빠스카의 신비를 드러내는 하나님의 구원 사건임을 깨달았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 1:29).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은 바로 죽음으로부터 구원하신 어린양의 사건, 곧 ‘주님의 빠스카’였다. 

  안식 후 첫 날인 부활주일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 첫 날이다. 부활은 어둠에서 빛으로, 속박에서 자유로 그리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사건이었다. 영원한 아침을 맞는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모든 주일예배는 주님의 부활을 기억하고 축하하면서 작은 부활절로 지킨다. 

  하나님의 달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주님의 반년’과 성령강림과 함께 그리스도인의 삶을 훈련하는 ‘교회의 반년’으로 나뉜다. 그리고 부활절은 그 중심과 정점에 위치한다. 교회력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모든 시간이 거룩하듯, 연중 모든 절기와 날들이 복됨을 일깨워 준다. 

  루돌프 불트만은 “그리스도교는 십자가에서가 아니라 부활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부활절은 세상에 있는 모든 교회의 생일이 되었다. 만약 부활의 종교인 그리스도교가 고난과 아픔의 현장 한복판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활사건은 신비한 신앙고백에 머물고 말 것이다. 과거의 역사로 부활을 기억할 뿐, 오늘의 사건으로 재현하려하지 않는다면 부활절 예배는 다만 기념식에 머물고 말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날마다 계속되어야 할 생명사건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신 그 밤, 그 영원한 아침을 품어야 하는 이유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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