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나의 남편은 나무꾼

기사승인 2021.04.07  15:24:45

박평일 BPARK7@COX.NET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나의 남편은 나무꾼

 

나의  남편은 나무꾼

부지런하고 마음씨 너그러운 자

심이 세어 지구도 능히 지고 남지만

큰  지게가 없다고  아쉬워하는 자

나의 남편은 나무꾼

선량하고 겸손헌 자

누굴 만나드라도 고개를  숙이고

친절이 대하는 자

시상은 살기 좋은 곳

우리 남편은 나무꾼이 제격이지

읍장을 시키려고 한대도

취향이 맞지 안대요.

나무를 팔아 집안 식구들에게  

음식과 옷가지를 사가지고 돌아올 때가

가장 즐겁다는

나는 행복한 나무꾼 아내

-김시라- 

 

이 시는 내가 대학을 갖 졸업하고 광화문에 있는 첫 직장 현대자동차를 근무하고 있던 시절

점심시간에 길 건너 금란다방에 들렸다가 첫눈에 맘에 들어 몇년간 사귀게 된 한 여성으로부터

15여년 전에 이멜을 통해서 선물 받았던 시다.  그당시 그녀는E 명문여고를 졸업한 후  서울에 있는

S여대  국문과 졸업반이었다. 그녀는 문학을 전공한 여성답게 풍부하고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로써

자신의 감정에 무척  솔직하고 진실했다.  우리는 낙엽지는 어는 가을날  고궁  벤치에서,  

녹음이 짙어가는 어느 여릉날 광나루 보트 위에서 뜨거운 키스를 교환하기도 했었다.

내 생일날 시집을 나에게  선물한  처음이자 마지막 여성이기도 했다.  나이에 비해 조숙한 나는 중학교 때 이미

같은 또래 여학생과 첫사랑에 빠져 이삼년 간 사경을 헤매였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백에 따르자면,  나는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만약 내 운명에 ‘천역살’ 이 끼지 않아  미국에 이민올 팔자가 아니었더라면 

나와 그녀의 인연이 어떻게 진전되었을지는 오직 전진전능한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전혀 뜻밖에  이멜을 통해  이 시와 함께  두 자녀의 어머니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사연이 담긴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인사동에 있는 천상병 시인 부인 목 여사가  운영하고 있는  ‘귀천’  찻집에 혼자서 들렸다가

벽에 걸려있는 이 시 액자를 보고,  문득 내 얼굴이 떠올라 보냈다는 것이다.

내 이멜 주소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내가 회장으로 있었던  동창회  소식을  통해서

알아냈다고 했다.

그 오랜 빗바랜 세월동안 그녀는 나를 가슴 속 깊숙히 담아두고 있었다.  

나는 그런 기적같은 사실에 흥분, 몇주동안 가슴이 꿍꿍 뛰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 후부터 나는 이 시를 내 가슴 깊숙히 묻어두었다가 포근한 인정이 그리울 때 마다 꺼내

혼자서 읽곤 한다.

4년전 한국을 잠시 방문하였을 때 몇 명의 대학동문들과 인사동 한옥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잔뜩 기대를 걸고 떨리는  가슴으로  식당  근처에 있는 ‘귀천’ 찻집을 찾아갔다.

실망스럽게도 이 시도 벽에  걸려있지 않았고, 목 여사도 세상을 떠나고 목 여사의  조카 딸이

찻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천상병 시인의 시집 ‘귀천’ 을 한권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대표작인 

‘귀천’ 시 외에는 맘에 드는 시가 별로 없었다. 시인들의 운명이라는 것이 그렇다.

시인들은 한편의 위대한 시를  쓰기 위해서 평생을 시심을 갈고 닦다가,

운이 좋으면  한편의 시를  남기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시인은 한편의 위대한

시를 쓰기 위해서 존재하고, 그 한편의 시로 기억되는 것이 시인들의 기구한 팔자다.

‘귀천 찻집’ 하면 천상병 시인의 시 ‘ 귀천 ‘ 이 아니라,  ‘김시라’ 시인의 시

‘나에 남편을 나무꾼’ 이라는 시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젊은 시절 사랑에 대한 추억 때문이라고 해 두자…..

침거라고 할까?  숨고르기라고 할까?

나는 지난 한달동안 평소에 기계처럼 해오던 일상의 습관에서

벗어나려고 무척 노력했다.  이 나이에  간절함이 없는 모든 인연은 잠시  스쳐가는

먹구름 같이 무상한 것들일 것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명상과 기도,  그리고 직업상 꼭 필요한 일들을 제외한곤

모든 일상의 일들을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가슴의  떨림에  맡기려고 노력했다. 

 좋아하는 책읽는 습관, 글쓰는 습관도 접었다.  소란스런 세상 뉴스에 눈과 귀를 막았다.

심지어는  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들조차 가슴의 감응에 맡겨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시 한편이  내 가슴속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계속 출렁거리고 있었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며 이 시를 가슴속에서 꺼내

케롤에게  읽어주며 케롤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녀의  반응은 뚯밖이었다.

“그게 바로 당신이잖아 !”

어떻게 변덕스런 여인네들의 평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가 있겠는가?

방금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가도 침도 마르기도  전에  ‘죽일놈, 살릴놈, 배신자, 사기꾼…” 하고 퍼붓는 것이

이브 후예들의 변덕스럽고  요상한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기분만은 무척 좋았다. 가슴이 뛰었다.

 

04/01/2021 4월 첫날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

박평일 BPARK7@COX.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