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시늉만 하고 어찌 열매를 바랄까” 스가랴 7장 8절~14절
1. 금식의 정신
① (8절) “여호와의 말씀이 스가랴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 하나님께서 스가랴를 통해서 2년 만에 다시 예언하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다리오 왕 2년~다리오 왕 4년’ 처한 형편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금식했지만 이제 평안해졌으니 그만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스가랴는 금식의 준수여부에 관한 문제를 통해서 신앙의 본질에 관한 문제로 확장하면서 세 가지의 메시지를 전한다. 첫째, 어렵다고 낙심하지 말고 형통하다고 방심하지 말 것을 경계한다. 고난 중에는 기도하고 즐거울 때는 찬송해야 한다. 둘째, 외적인 성전 건축은 어느덧 완성되어 갔지만 내적인 성전 건축은 아직 지지부진했다. 성전 건축은 단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의 척도다. 준행은 동행이다. 셋째, 금식을 비롯한 규례의 형식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본래적인 정신을 지킬 것을 권면한다. 이러한 스가랴의 예언은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적용된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의 외적인 성장을 넘어 내적인 성숙에 목적과 과제를 두어야 한다. 이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성숙을 통한 삶의 변화다.
② (9절~10절) “만군의 여호와가 이미 말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진실한 재판을 행하며 피차에 인애와 긍휼을 베풀며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와 궁핍한 자를 압제하지 말며 남을 해하려하여 심중에 도모하지 말라 하였으나”
▶ ‘이미 말하여 이르기를’ 금식에 관해서 과거에 이사야를 통해서 예언하셨다. (사57:3~5) “이르기를 우리가 금식하되 주께서 보지 아니하심은 어찜이오며 우리가 마음을 괴롭게 하되 주께서 알아주지 아니하심은 어찜이니이까 하느니라 보라 너희가 금식하는 날에 오락을 찾아 얻으며 온갖 일을 시키는도다 보라 너희가 금식하면서 다투며 악한 주먹으로 치는도다 너희의 오늘 금식하는 것은 너희 목소리로 상달케 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찌 나의 기뻐하는 금식이 되겠으며 이것이 어찌 사람이 그 마음을 괴롭게 하는 날이 되겠느냐 그 머리를 갈대 같이 숙이고 굵은 베와 재를 펴는 것이 어찌 금식이라 하겠으며 여호와께 열납될 날이라 하겠느냐” 이스라엘의 고질적인 문제는 형식적인 의무는 준수하지만 본래적인 정신을 망각했던 것이다. 감사로 제사해야 하는데 감사를 잃어버린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이는 반석 위에 집을 짓지 않고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고, 울며 씨를 뿌리지 않고 씨 뿌리는 척을 하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신앙생활이다. 이런 신앙생활의 문제는 비가오고 창수가 나는 날에 무너지고, 아무 열매도 맺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③ 그렇다면 금식의 진정한 정신은 무엇인가? (사57:6) “나의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케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금식은 하나님 앞에서 목숨과 식욕을 내려놓는 행위다. 금식은 육체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우리를, 탐욕과 탐심으로부터 벗어나 하나님 안에서 자유와 기쁨을 누리게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은 자기부인과 자기희생인데 도리어 자기욕심과 자기과시를 위한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금식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정신이 있다. (사57:7) “또 주린 자에게 네 식물을 나눠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네 집에 들이며 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진정한 신앙생활은 구체적인 삶에서 열매 맺어야 한다.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서 시작되어 삶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열매 맺어야 한다.
▶ (사57:8~9) “그리하면 네 빛이 아침 같이 비췰 것이며 네 치료가 급속할 것이며 네 의가 네 앞에서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부르짖을 때에는 말하기를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 진정한 금식에 대한 하나님의 언약과 선물이다. 하지만 헛된 금식으로 인해 금식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은혜와 축복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형식적인 의무로 수행하는 모든 신앙생활의 공통된 맹점이다.
2. 참을 수 없는 외식의 가벼움
① (11절~12절) “그들이 청종하기를 싫어하여 등으로 향하며 듣지 아니하려고 귀를 막으며 그 마음을 금강석 같게 하여 율법과 만군의 여호와가 신으로 이전 선지자를 빙자하여 전한 말을 듣지 아니하므로 큰 노가 나 만군의 여호와께로서 나왔도다”
▶ 스가랴는 남 유다가 멸망하고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이유를 거듭해서 재확인한다. 이사야의 예언대로 하나님의 말씀에 ‘청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종하기를 싫어하여 등을 돌리고 귀를 막고 다이아몬드처럼 완고했다.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집스럽게 청종하지 않아서 망했다. 중요한 사실은 금식을 안 한 게 아니라 올바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제사와 절기, 제물과 규례도 잘 지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은 잃어버렸다. 이와 같은 신앙행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외식’이다. (마15:7) “외식하는 자들아 이사야가 너희에게 대하여 잘 예언 하였도다 일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 하는도다 하였느니라 하시고” (마23:23~24) “화 있을찐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바 의와 인과 신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찌니라 소경된 인도자여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약대를 삼키는도다” 신앙생활은 사람 앞에서 외모를 그럴듯하게 꾸미는 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중심을 반듯하게 세우는 데 있다. 신앙은 말이 아니라 삶이다. 타인을 정죄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도구다.
② (13절~14절)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였었노라 내가 불러도 그들이 듣지 아니하였은즉 그들이 불러도 내가 듣지 아니하고 회리바람으로 그들을 그 알지 못하던 모든 열국에 헤치리라 한 후로 이 땅이 황무하여 왕래하는 사람이 없었나니 이는 그들이 아름다운 땅으로 황무하게 하였음이니라 하시니라”
▶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구원과 축복의 본보기로 선택하시고 부르셨다. 불행하게도 이스라엘은 심판과 저주의 본보기로 전락했다. 그 이유는 힘이 없어서나 열강의 침략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이 사랑이 부족하거나 하나님의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예언자들이 끊임없이 전달한 하나님의 말씀대로 청종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행태가 ‘외식’이다. 하나님이 외면하신 게 아니라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외식으로 행했고 하나님이 버리신 게 아니라 그들이 신앙의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③ 그들은 왜 청종하지 않고 외식하는 신앙에 빠졌을까? 물론 초심을 잃어버리고 타성에 젖었기 때문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멸시했기 때문이다. “너희는 어찌하여 내가 나의 처소에서 명한 나의 제물과 예물을 밟으며 네 아들들을 나보다 더 중히 여겨 내 백성 이스라엘의 드리는 가장 좋은 것으로 스스로 살찌게 하느냐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전에 네 집과 네 조상의 집이 내 앞에서 영영히 행하리라 하였으나 이제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결단코 그렇게 아니하리라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히 여기리라 (삼상2:29~30)”
▶ 엘리의 두 아들, 홈니와 비느하스는 하나님께 제사와 제물을 안 드린 게 아니라 잘못 드린 것이다. 거룩한 직분이 복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었다. 하나님을 깔보고 멸시했기 때문이다. 하나님보다 다른 것(자식, 제사보다 젯밥)을 더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멸망은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하나님이 멸망시키신 게 아니라 스스로 자멸한 것이다. 스가랴가 선조들의 멸망한 원인을 다시 상기시키는 이유가 있다. 앞서 간 이들의 실패와 멸망을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말씀 속에 담긴 본래적인 정신을 망각한 채, 제 아무리 새 성전을 짓고 율법과 규례를 준수해도, 거룩한 성전으로 함께 지어지지 않으면, 형식적인 금식을 밥 먹듯이 해도,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이웃과의 삶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금식을 행하지 않으면, 앞서 넘어진 선배들의 비참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을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 역사 속에서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솔로몬 성전’은 이사야의 예언에 따라 말씀대로 준행하지 않아서 바벨론제국에 의해 멸망했다. 새롭게 지어진 ‘스룹바벨 성전’도 스가랴의 예언에 따라 말씀대로 준행하지 않아서 결국 헬라제국에 의해 처참하게 유린당했다. ‘헤롯 성전’도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준행하지 않아서 로마제국에 의해 무너졌다. 공통점은 모두 율법의 정신을 망각하고 형식만 고수하는 ‘외식’하는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회개치 않으면 어김없이 동일한 운명을 밟게 될 것이다. 남 얘기 할게 아니라 개인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씨 뿌리는 시늉만 하고 어찌 열매를 바랄까!
김명섭 kimsubwa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