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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옳다고만 여기는 곳에서는 꽃들이 피지 않아요.

기사승인 2021.09.21  23:47:09

김민호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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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옳다고만 여기는 곳에서는 꽃들이 피지 않아요. 

<광신자 치유>, 아모스 오즈, 세종서적, 2017

“덤벼드는 자세라는 점에서 보자면 목을 얼싸안는 것도, 목을 조르는 것도 거의 똑같은 제스처입니다. 광신자가 자기 자신보다 타인 쪽에 훨씬 더 흥미가 있는 까닭은 다름 아니라 광신자에게는 ‘자기’라는 것이 거의 없거나, 또는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69)

“종교 간 평화 없이 국가 간 평화 없다.” 故 한스 큉이 남긴 유명한 명제다. 인류 역사를 복기해보면 실로 그렇다. 힘이 센 종교가 그렇지 않은 종교를 억압했다. 종교적 열망이라는 미명 아래 타종교인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과거형으로 썼지만, 현재진행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을 점령한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스 큉의 명제를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종교 간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현대인은 없을 것이다.

故 아모스 오즈는 2015년 제5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평화주의 활동가로서 늘 생명을 옹호하는 현장에 있었고 그것을 글로, 행동으로 표현하기를 멈추지 않은 작가”라고 그를 소개한 바 있다. 소설을 쓰는 사람 더러가 그렇듯 그도 산문집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광신자 치유>이다. 평화운동가의 산문집이니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예상범주가 잡힌다.

<광신자 치유>,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어떤 경우라도 ‘광신’을 긍정적인 의미로 활용하는 사람은 없다. 광신은 악과 폭력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신앙인들을 향해 붙는 꼬리표 중 하나가 맹신과 광신인데, 신앙심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퍽 애석하다. 유대인이자 이스라엘 국민이었던 아모스 오즈도 공감했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분리장벽이 세워지는 것을 목격했을 테니 말이다. <광신자 치유>에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저자가 종교보다는 정치적인 맥락으로 논지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아모스 오즈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싸움은 본질적으로 종교전쟁이 아니라 ‘누구의 땅인가’라는 고통스런 물음을 둘러싼 ‘영토 분쟁’에 [불과하다.]”(73) 냉정하지만 따뜻한 시선이다. 가자 지구로 내몰려 폭탄테러에 신음하고,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출근하기 위해 새벽 2시부터 검문소에 줄을 서서 모욕감과 굴욕감에 시달리고, 장난감 총이나 렌치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참변을 당하기도 하는 것,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이다. 국제사회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지구촌을 ‘인류의 유아화’, ‘세계유치원’에 빗대며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진단이 가능하면 처방도 가능할 터. <광신자 치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 개의 시구였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 존 던의 “인간은 누구나 섬이 아니다”, 예후다 아미차이의 “우리가 옳다고만 여기는 곳에서는 꽃들이 피지 않아요”. 적절한 거리두기와 타협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경구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광신주의란 타협의 반대말이요, 타인을 있는 모습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타자의 고통에 반응하지 않는 태도, 순결에의 강박, 이렇게도 변주해볼 수 있겠다.

종교는 단절된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끈이 되어야 한다. 분리와 적대의 담을 쌓는 것은 종교 본연의 뜻에서 한참 어긋난 것이다. 종교는 강박증이나 신경증, 광신주의가 아니라 신비와 사랑으로 사람들을 인도해야 한다. 좀 추상적인가. 저자의 교훈 하나가 8미터의 분리장벽을 허무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이것이다. “자신이 100% 옳고 상대가 100% 틀렸다손 쳐도 상대의 심정이 되어보는 건 여전히 [유익하다.]”(80) 역지사지, 이 사소한 진리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다.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 

김민호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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