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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사의 노후생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사승인 2021.10.13  18:54:36

박경양 kmpeace@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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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사의 노후생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1. 은퇴 목사의 노후, 목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급격한 핵가족화와 노인인구 증가는 우리 사회에 변동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생애 있어서 노년기의 삶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노인 문제와 노인문화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회 역시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 점에 있어서 둔감합니다. 특히 교회 내부에 존재하는 노인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노인 문제의 핵심은 빈곤, 질병, 고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노인 문제는 건강, 경제, 인간관계, 사회 참여 등 생활 전반의 지원체계를 마련해 해결해야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한 ‘OECD 보건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 81.0년보다 높은 83.3년입니다. 또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6.4%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인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는 유엔(UN)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는 지금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노인의 빈곤, 주거, 건강 등 노인과 관련한 대책이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노인 문제를 ‘노인만의’ 문제로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사회에서든 사회적 약자의 문제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고민하듯 노인 문제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은퇴목사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퇴목사가 겪는 노후의 여러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이 향후 우수한 젊은이들이 성직을 희망할 것인가에 영향을 주고, 교회 안에서 목사의 권위와 위치를 결정하고, 성직자 수급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때문에 은퇴목사의 문제는 교단의 문제인 동시에 교회의 문제이고, 나아가 모든 신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은퇴목사의 노후보장 문제를 목사 개인을 위한,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대개의 종교에서 성직자의 노후생활을 교단 차원에서 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 그렇다면 각 종교는 은퇴 성직자의 노후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① 은퇴 성직자의 소득보장, 타 종교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이 홀로 살 때 129만 3천 원의 생활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이 정도의 연금 수급이 가능한 경우는 8.41%에 불과합니다. 목사의 경우 더 심각합니다. 목사 대부분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고,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지향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 절반 이상의 교회가 재정적 자립을 못 한 가난한 교회여서 노후를 준비할 수 없었음은 물론, 자녀 등 가족의 도움도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다수 은퇴목사는 일반인이 누리는 기초생활 복지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타 종교의 성직자도 그럴까요? 아닙니다. 가톨릭은 성직자가 국민연금에 의무가입하게 하여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노후 소득을 보장합니다. 또 은퇴 후 교구 ‘사제평의회 공제회’를 통해 매월 60만 원, 교구 규정에 따라 사제 1인당 월 50만 원, 그 외 미사 봉헌 시 교구 규정에 따라 일정액을 지급받습니다. 이렇게 하면 매월 134만 원 이상의 생활비가 보장됩니다. 원불교의 경우 성직자가 은퇴 후 수도원에서 노후를 보내기 때문에 별도의 생활비가 필요 없습니다. 조계종은 그동안 은퇴한 승려를 위한 소득보장 대책이 없었으나, 2011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승려복지법’이 정착되면 사정은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신교는 은급(연금)재단을 통해 은퇴목사의 노후 소득보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예장합동은 본인이 월보수액 5%, 교회가 1년예산 0.2%, 총회가 1년예산 1%, 유지재단이 년 매출액 1%를 부담하고 은퇴 후 월 20만∼100만 원을 받고, 예장통합은 본인이 호봉액의 7.5%, 교회가 7.5% (2008년 13%, 2010년 15%)를 부담하고 은퇴 후 월 150만 원을 받습니다. 또 기장은 본인이 기본봉급액 7%, 교회가 경상비의 12%를 부담하고 은퇴 후 75만 원을 받고, 기감은 본인이 2년마다 1개월 생활비, 교회가 결산액 1.5%를 부담하고 은퇴 후 90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교단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를 꼽습니다. 그리고 기장이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감 등 대형교단에 비교가 되지 않는 교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의 노후 복지에 관해선 오히려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는 목사의 노후 복지가 교단의 규모나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임을 증명한다고 지적합니다. 

② 은퇴 성직자의 <의료보장>, 타 종교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노인 복지 중 기본은 의료복지입니다. 그러나 소득이 없는 노후에 질병 때문에 소요되는 본인 부담 의료비는 은퇴목사에게 큰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은퇴목사의 의료보장과 관련한 교단 차원의 대책은 없습니다. 다만, 목사가 개인적으로 지역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개인이 내면서 정부의 의료보장 체계에 의존하고, 질병 발생 시 소요되는 본인부담금 역시 자신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타 종단의 경우는 어떨까? 가톨릭교회는 사제 급여에서 매월 의료보험료를 원천 징수하는 등 정부의 의료 보장정책과 연계하여 의료보장을 시행하고, 질병 발생 시 본인 부담금은 교구가 전액 지급하며,  2년마다 건강진단을 실시합니다. 원불교 역시 직장 또는 지역건강보험에 교무들이 의무 가입하게 하고 보험료는 본인이 부담하나, 질병 발생 시 본인 부담금과 입원이나 휴양이 필요한 경우 그 비용은 전액 종단이 부담합니다. 불교 천태종은 총본사인 구인사가 있는 단양과 제천에 1차 진료 기관을 선정하고, 순천향병원과 서울대병원을 2차 진료 기관으로 선정해 승려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 발생 시 본인부담금은 종단에서 부담합니다.

③ 은퇴 성직자의 <주거보장>, 타 종교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한국교회는 가톨릭, 불교, 원불교와는 달리 은퇴목사의 주거보장에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목사의 결혼에 있는 듯 합니다. 우리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등 “친족은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톨릭, 불교, 원불교 성직자는 모두 독신이어서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교단이 성직자의 노후생활을 책임지지만, 목사의 경우 가족이 있고, 또 자녀 부양의무는 부모에게, 부모 부양의무는 자녀에게 있다는 민법의 규정과 전통문화 때문에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듯 십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부모부양과 관련한 사회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 포럼’의 ‘중·장년층의 이중부양 부담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부모부양을 누가 담당할 것이냐’는 물음에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이 2002년에는 70.7%였지만, 2006년 63.4%, 2010년 36.0%, 2014년 31.7%, 2018년 26.7%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부모부양 책임이 ‘사회 혹은 기타’에 있다는 응답은 2002년 19.7%에서 2006년 28.8%, 2010년 51.3%, 2014년 51.7%, 2018년 54.0%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모 부양책임을 자녀에게 지우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지향해야 하는 성직자로서 갖는 직업의 특성, 교회가 재정적 자립을 못 한 가난한 교회여서 노후를 준비할 수 없었던 환경을 감안하면 은퇴목사의 주거안정은 교단이 책임져야 합니다. 교단이 이 책임을 회피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개체교회에 주어질 것입니다. 또 개체교회가 책임을 지지 못할 때 요즈음 확산되고 있듯이 후임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것입니다. 후임자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목사 자녀에게 그 책임은 전가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가 책임지지 못할 경우 목사는 은퇴 후 거리로 나앉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종단에서는 성직자의 은퇴 후 주거안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은퇴 성직자의 주거보장 문제에서 가장 선도적인 종교는 가톨릭입니다. 가톨릭은 사망 시 모든 재산은 교구에 환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아파트는 30평 이하, 금액으로는 2억 원 이하 선에서 은퇴 사제가 희망하는 대로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급합니다. 또 주거에 필요한 물품 구입비로 1천만 원과 이사, 도배와 수선비 실비 그리고 주방 근무자 보조금 월 70만 원을 교구가 지급합니다. 원불교는 은퇴한 성직자의 노후를 중앙여자원로수도원, 여자원로수도원정화의집, 영산여자원로수도원, 중앙남자원로수양원, 동산원로여자수양원 등 샤워실과 화장실이 갖춰진 1인 1실 규모의 수도원이나 수양원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하고, 그 비용 일체를 교단에서 부담합니다. 

불교의 조계종은 해인사 자비원(사회복지법인시설), 통도사 자비원(사회복지법인시설), 자제정사(사회복지법인시설), 수덕사 견성암(사찰 부속시설), 금련선원(사찰 부속시설) 등 일부 사찰들이 은퇴 승려를 위한 노후 주거시설을 운영할 뿐 종단차원의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각종은 종헌에 <기로원법>을 두고 승속 20년 이상의 정년퇴임한 승려는 모두 은퇴 승려의 샐황시설인 <기로원>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종단 차원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3. 은퇴목사의 오늘이 한국교회의 내일을 결정한다.


세계는 지금 대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또 대전환의 시기에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대전환의 시기를 누가, 어떤 사람이 주도할 것인가에 따라 내일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이후 어떤 사람이 미래를 주도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어떤 사람이 목사가 되고, 목사가 무엇에 관심할 것인가에 따라 한국교회의 운명은 달라질 것입니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우수한 인재가 성직을 희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목사가 되면 생활이나 노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오직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확신은 지금 목회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과 은퇴목사들의 처지 또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슨 문제를 두고 씨름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심각한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당장의 성장에만 관심할 뿐 심각한 사회문제인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 문제에 대해 그러합니다. 하지만 노인 문제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인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가 행복한 사회일 수 없습니다. 교회와 은퇴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퇴를 앞둔 목사가 노후생활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그와 함께하는 교회의 신자들이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또 그런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가 목사직을 선택하는 일은 드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16세기에 교회가 경험했던 목사의 질 하락은 필연적입니다. 또 목사의 질 하락은 결국 교회의 타락과 부패를 만연하게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은퇴목사의 노후생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교회의 미래에 대해 침묵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교회는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소득보장과 의료보장, 주거안정 등 은퇴목사의 삶에 눈감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박경양 kmpeace@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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