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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에서 솟아나는 기도

기사승인 2021.10.14  23:04:13

전승영 한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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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에서 솟아나는 기도

박노권, 『렉시오 디비나를 통한 영성 훈련』 (서울: 한들출판사, 2011)

코로나 팬더믹이 계속된다. 교회는 오래도록 성도의 발길이 끊겨 있다. 이제는 도심 속의 교회도 고요한 수도원 같다. 수도원의 특징은 고독과 침묵이다. 목사는 수도사처럼 경건한 고독과 깊은 침묵 속에 세월을 낚는다. 그동안 분주했던 삶에, ‘잠시 멈춤’이라는 선물의 포장지를 벗긴다. 내용물이 진귀하다. 성경과 기도, 그리고 독서와 묵상이 담뿍 담겨 있다. 

그것은 가벼운 덮개로 살포시 덮여 그릇에 담겨서 영혼의 양식이 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다. 우리에게 이 같은 선물로 다가온 그 한 그릇은 영적 독서, 성서 독서, 신적 독서, 성독(聖讀) 등으로 번역되었지만, 대체로 ‘거룩한 독서’라고 쓴다. 렉시오 디비나는 성경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마음을 깊이 경험하며, 그분의 현존 안에 머물게 하는 영성형성의 한 훈련 방법이다.(11)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나님만을 추구하고자 했던,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제9대 원장이었던 귀고Ⅱ세(Guigo Ⅱ, 약 1115-1198)는 『수도승의 사다리』에서 거룩한 독서의 방식을 구체화 한다. 네 단계로 구성된 이 렉시오 디비나는 독서(Lectio), 묵상(Meditatio), 기도(Oratio), 관상(Contemplati)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거룩한 독서를 누가복음 11장 9절의 말씀을 자신의 말로 이렇게 해석한다. “구하라, 말씀을 읽으면서(Reading), 그러면 묵상 가운데서 찾을 것이요(Meditation). 기도하며 두드리라(Prayer). 그러면 당신에게 관상 가운데 열릴 것이다(Contemplation)”(델마 홀, <깊이깊이 말씀 속으로>). 
   
하나님의 말씀은 영의 양식이다. 이 렉시오 디비나를 단계별로 비유하자면, 독서는 음식을 입안으로 들여보내는 단계다. 묵상은 입 안에서 그 음식물을 잘게 씹어 음미하는 단계요, 기도는 씹힌 음식물에서 맛을 즐기며 목으로 삼키는 단계다. 관상은 삼킨 음식물이 장(腸)에서 소화하여 온 몸에 기운을 북돋아 주며, 그 힘을 누리는 삶이다. 이 과정에서 성경을 머리가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읽게 되고, 그 마음으로 반복하여 말씀을 되뇌는 것이다(rumination, 反芻). 이처럼 묵상이 계속되면, 지적인 추리와 사고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기도를 통해 마음은 단순해진다. 이때에 참여자는 마음에서 솟아나는 그분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다.(36) 그분을 향한 열망(intention, 지향성)은 그분이 인도하시는 진정한 쉼(관상, 觀想)에 이른다. 

관상에 이르는 길에 대해, 아빌라의 테레사는 『영혼의 성』에서 우리의 기도가 깊어질수록 묵상(능동적인 기도)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내적 평온을 이루는 고요한 기도(수동의 기도) 상태로 가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정원에 물대는 비유(두레박, 작두 샘, 관계시설, 소낙비)를 통해, 이것을 심도 있게 설명한다.(38) 

깊은 기도의 세계로 안내하는 렉시오 디비나는 영혼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하나님과의 친밀감(기도)을 더해 준다. 인격적인 하나님을 바라보는 기도는 쌍방이 주고받는 진솔한 대화다. 바야흐로 나는 기도하고 하나님은 응답하시는,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나는 경청하는, 말씀에서 솟아나는 기도가 필요하다. 지금의 코로나 팬더믹은 성도들로 거룩한 독서와 같은 관상기도에로의 부르심이라고 감히 생각해도 되는가? 

전승영 목사 (한천교회)

전승영 한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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