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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이와 부피

기사승인 2021.10.16  21:50:16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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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이’이다.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어린 나이 때문에 주눅 들고, 노인은 노인대로 묵은 나이 때문에 부담스러워한다. 해마다 한 켜 한 켜 두터워지는 나이테가 반가운 사람은 없다. 마치 다이어트 해야 할 인생의 비만증처럼 느끼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나이의 부피감을 점점 확인할 뿐이다.  

  몸은 늙더라도, 마음까지 늙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이 값 못한다고 지청구를 듣는 이유는 마음이 늙지 않기 때문이다. 앞선 몸이 마음더러 ‘이젠 나이 값을 하면서 살라’고 채근하고 엄살을 부려야, 그제야 몸의 나이와 마음의 나이가 균형을 맞추려고 시늉한다. 이제 마음이 몸에게 항복하면 정말 늙은 것이다. 만년청춘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세대마다 어울리는 삶의 모습은 보기 좋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한다. 그렇다면 노인은 몇 살부터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65살부터이다. 물론 당사자들의 생각은 달라서 평균 72.5세는 되어야 노인이라고 한다. 실은 이마져 2년 전 조사 보다 한살 반이 더 늘어난 셈법이라니, 앞으로 차차 길어질 전망이다. 아예 거꾸로 먹는 계산법도 있다. 미얀마 올랑 사키아 부족은 나이를 거꾸로 센다. 태어나면 60살이고 해마다 한살씩 줄어 60년이 지나면 0살이 된다. 만약 더 오래 살면 덤으로 다시 열 살을 주고 줄여나간다고 한다.

  한동안 UN에서 세대별 나이에 대해 새 기준을 정했다는 뉴스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를테면 66세부터 79세까지는 중년(Middle Aged)이고, 8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노인(Elderly or senior)라고 하였다. 그러나 UN이든 WHO에서든 발표한 적 없는 가짜뉴스였다. 그만큼 나이 값을 젊게 매기고 싶은 시도는 세계인이 한결같다.
   
  세계에서 노인을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미국에서 ‘올드 피플’(old people)이나 ‘에이지드 퍼슨’(aged person)은 신체적 노화를 의미하는 이름이다. 완곡어법으로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이란 로마시대의 경험 많은 병사를 뜻한다. 일본에서 호칭은 고령자인데, 흰 머리가 지혜를 상징한다는 의미로 ‘실버’ 혹은 인생의 열매를 맺는다며 ‘실년’(實年)으로 부른다. 중국에서 70대 이상은 ‘존년’(尊年)이다. 한국은 시니어에 가까운 우리말 ‘어르신’으로 정한 바 있다. 

  버니스 뉴가튼은 <나이 듦의 의미>에서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하였다. 그는 은퇴나이를 기점으로 70대 중반까지를 ‘젊은 노인’(young old)으로 구분했다. 미국에서는 이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생)가 여기에 해당한다. 앞으로는 인생 이모작을 넘어, 3모작 준비하라는 권고이다. 

  모든 연령 때가 다 행복한 세대는 아니다. 가족 생애주기를 단계별로 나눠 부부의 결혼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족도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자녀가 학령기일 때 바닥을 치고 미세하게 올라가다가 자식이 성인이 되면서 급상승한다고 한다. 이른 바 ‘U자형 행복곡선’이다. U자형 행복곡선의 양쪽 끝에는 왼쪽에 스무 살 언저리가 놓이고 오른쪽에는 60대 중반부터 70대 초반을 아우르는 십여 년이 있다. 노년은 여전히 기회의 시대인 셈이다.

  다산 정약용은 ‘노년유정’(老年有情)에서 이렇게 권면한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니, 그댄 자신을 꽃으로 보시게/ 털려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니, 누군가의 눈에 들긴 힘들어도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이다.” 그는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라고 하였다.

  이 세상에 노년의 위기를 단박에 해결해 줄 ‘불로초’(不老草)는 없다. 나이는 은행잔고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이를 따지기 전에 당장 나이들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사라지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자부심으로 내 인생의 부피를 채우고, 삶의 존재감을 만들 이유가 있다. 나이 값은 준비하는 만큼 행복한 법이다. 내 몸이 하나님의 질서를 기억하고, 내 인생을 은총으로 복되게 하는 것이 창조주 하나님의 뜻이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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