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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 ‘Les Feuilles Mortes’

기사승인 2021.11.26  22:13:13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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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다 지나가고 우리 모두는 겨울의 문턱에 다다랐습니다. 푸르렀던 나뭇잎들은 마지막 생의 에너지를 모아 단풍으로 꽃피운 뒤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듯 흙을 닮은 마지막 갈색 옷을 갈아입습니다. 가지를 떠난 나뭇잎들은 떠돌이마냥 여기저기를 뒹굴다가 자신의 마지막 운명을 받아들이는 차분한 자세로 북쪽 바람이 모아 주는 곳에 무덤처럼 쌓여 있습니다. 

 해마다 저는 가을이 다 지나고 눈이 내리기 전까지의 이 시기를 ‘고엽의 계절’이라 부릅니다. 샹송 ‘Les Feuilles Mortes(르 페이유 모르테스)’를 듣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1945년 프랑스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가 가사를 쓰고 조지프 코스마가 곡을 붙인 이 노래는 ‘Autumn Leaves’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저는 굳이 어설픈 발음만 가능한 프랑스어로 이 노래를 다시금 기억합니다. 

 그 이유는 영어 가사와 프랑스어 가사의 느낌이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있는 것을 그대로 바라보며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반면, 미국인들은 무대라는 특별한 공간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다소 과장된 표현법으로 희망과 낭만주의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는데 익숙합니다. 영어 노래와 달리 프랑스의 노래에는 허무와 퇴폐미가 서려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 노래를 넷 킹 콜의 노래나 에릭 클랩튼의 블루스 가타 연주가 돋보이는 버전, 또는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재즈 연주로도 즐겨 듣습니다만, 아무래도 가사와 더불어 이 노래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원곡이 제일 좋습니다. 

프랑스어 가사에서는 이미 나무로부터 떨어진 지 오래되어 상처 입은 몰골과도 같은 잎맥을 드러낸 채로 무심한 인부가 휘두르는 삽에 의해 거두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고엽을 찬란했던 젊은 사랑의 나날들을 회상하는 가을 남자의 마음에 빗대어 노래하는 반면, 영어 가사는 ‘The falling leaves drift by the window. The autumn leaves of red and gold/창가에  빨갛고 노란 잎새들이 떨어지고 있습니다.’라며 여전히 낭만적인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노래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위대한 배우이자 샹송 가수였던 이브 몽땅(Yves Montand, 1921-1991)의 노래로 들어야합니다. 이 전설적인 영상에서 그는 쇼 무대가 아닌 모노드라마 배우와도 같은 모습으로 노래를 합니다. 특히 그의 노래를 들을 때에는 노래가 시작되기 전의 내레이션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합니다. 그 내레이션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오! 나는 간절히 여러분이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친구였던 행복한 나날들 말입니다.
그 때는 삶이란 게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태양은 
지금 보다 더욱 뜨겁게 타올랐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낙엽은 삽 위에 모아져 있네요.
당신은 내가 잊지 않고 있음을 알 것입니다.
낙엽은 한 무더기로 모아져 있고
추억들도 미련들도 그렇게 되었네요.”

내레이션에 이어 살짝 취하게 하는 레드와인 한 잔의 목 넘김과도 같은 피아노 선율을 타고 노래인 듯 아닌 듯 그윽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청중들의 마음속으로 흘러내립니다. 

“언젠가 북풍이 불어 그마저도 쓸어가겠지요
그러나 차가운 망각의 한 밤중에도
내가 결코 잊지 않고 있음을 아셔야 해요
당신이 내게 불러 주었던 이 노래를”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그 노래가 시작됩니다. 

“이 노래는 우리와 닮은 노래예요.
당신은 날 사랑했고 난 당신을 사랑했지요
그리고 우리는 함께 살았지요
날 사랑한 사람은 당신이었고 당신을 사랑한 사람은 나였지요
하지만 삶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아버렸네요
아무 소리 없이 천천히
바다는 모래 위에서 사라져 버리고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도 그렇게 사라져 버렸네요.”

이 아름다운 노래를 통해 우리들의 찬란했던 여름날의 사랑들과 친구들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나날들을 추억하고 담담하게 흐르는 시간 속으로 흘려보내면 좋겠습니다. 어느 새 시간이 많이 흘렀고 또 어느 새 지금 우리는 이 노래 속의 고엽과 같은 모습이지만, 지나간 시절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찬란했으며 뜨거웠었기에 어떤 아쉬움이나 후회나 허무함도 없을 것입니다.

여호와여 주는 영원히 계시고 주에 대한 기억은 대대에 이르리이다 
-시편 102편 12절 

https://youtu.be/kLlBOmDpn1s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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