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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노래 ‘The Show’

기사승인 2022.01.22  00:15:42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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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앙연회 사모합창단 사모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연말연초에 부목사로 새롭게 사역할 교회와 더불어 연회가 변경되어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것입니다. 2016년 12월부터 지휘를 했으니 햇수로는 7년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 오전, 차를 운전하면서 경기도 광주로 내려가는 동안 본의 아니게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로 다시 이사 한 뒤 처음으로 내려가는 길인지라 구리 근처 지역과 강동대교가 이렇게 심하게 막힐 줄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연습인데 참으로 난처했습니다. 다시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리 터널을 지나 토평IC를 향해 가는 강변길에서 고작해야 500미터 정도 되는 구간에서 30분 이상을 지체했습니다. 순서를 어기고 앞쪽으로 질주하여 진입로 바로 앞에서 끼어드는 차량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길을 아는 사람들이 반칙을 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꽉 막힌 도로가 저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넉넉히 허락해 주었습니다. 숨을 고르고 차창 밖 생존경쟁의 전쟁터로부터 차 안으로 눈을 돌려 그 안에 있는 나에게 집중해 봅니다.

마지막 연습을 향해 가는 차 안에 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현듯 브레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머니볼’의 마지막 장면과 그 장면에 담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차는 길 위에 갇혀 있지만 손은 운전대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차가 또다시 멈췄을 때 손을 내밀어 핸드폰의 음악을 틀어봅니다.

 

“약간 난처한 상황에 빠져버렸네요
삶은 하나의 미로고 사랑은 마치 수수께끼 같은데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애를 써봤지만 혼자서는 벅차네요
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마치 길을 잃은 소녀가 된 기분이네요
사실 겁에 잔뜩 질렸지만
겉으로 티를 내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머릿속이 완전히 하얗게 되고
자꾸만 주저앉아버리고 싶지만
나는 알고 있어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그 후에 이 쇼를 즐길거에요...“

-가수 Lenka의 노래 ‘The Show’ 중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도 평범한 일상 속의 차 안에 있습니다. 영화 속의 커다란 일들이 일단락되었지만 차는 여전히 어딘가를 향하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때로 자신을 길 잃은 소녀처럼 느끼곤 하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 때 점점 삶의 잔 근육이 생기고 언젠가는 우리의 삶을 한 편의 쇼처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리고 누군가의 말 대로, 쇼는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합창단 지휘를 맡은 얼마 후에 안수를 받았으니 중앙연회 사모합창단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은 목사가 된 이후로부터 지금까지의 저의 삶과 같습니다. 합창단을 처음 맡았을 즈음의 저는 이 노래의 가사 속의 길 잃은 소녀처럼 감리회 목회자로서 너무 순진했습니다. 처음 만났던 목회자들의 세상은 차창 밖의 상황과 같은 일반인들의 세상보다 더 치열했습니다. 길을 아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반칙을 일삼았고 초월만 목 놓아 외치다가 몰상식에 이르는 이상한 나라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상식에도 못 미치는 권의 주의와 세습과 학연과 물질숭배가 여전히 횡횡하고 있었습니다.

사모님들과 함께 찬양을 하면서 제가 자주 썼던 표현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녀의 감성과 소녀의 목소리’입니다. 합창단 지휘를 맡고 나서 가장 기뻤던 평가도 ‘소녀들의 노랫소리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노래는 매우 신성하고 솔직한 것이기 때문에 참된 노래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 누구든지 소녀(소년)의 감성과 목소리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작고 연약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며 함께 할 때, 그 소녀들의 노래가 놀라운 힘을 펼쳐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찬양이야 말로 신앙생활에 다름 아니며 합창으로 드리는 찬양이야 말로 기독교 신앙에 걸맞은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모님들과 함께 했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니 제가 그 것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사모님들의 노랫소리들이 저를 지켜 주었음을 깨닫습니다. 목회자들의 세계에 물들거나 길 잃은 소녀처럼 겁에 질려 있지 않도록 늘 저를 품어 주셨던 것을 막상 떠나야만 하는 이 때에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 연습을 향해 운전을 하며 가는 길, 한 편의 쇼가 일단락되었지만 또 다른 쇼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점점 기성 목회가가 되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사모님들이 보듬어 주시며 가르쳐 주신 소녀의 노래를 결코 잃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사람들 앞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며 그냥 이 쇼를 계속 즐길 것입니다.

중앙연회 사모합창단 사모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https://youtu.be/AMgCNpMhghA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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