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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뭄

기사승인 2022.05.19  01:53:07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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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종 이방원에 관한 사극이 방영됐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 조선 초기 심한 가뭄으로 백성들의 삶이 곤궁했다. 임금은 자신의 부덕으로 여겨 하늘에 기우제를 올렸다.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며 죄인을 용서해달라는 것과 만백성을 위해 비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마침내 태종이 승하하면서 하늘에서는 장대와 같은 비가 내림으로 드라마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이 장면은 어떤 연기자가 연기를 하든 관계없이 두고두고 봐도 가슴을 울리게 한다. 그만큼 비는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유는 땅의 마름을 잘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농부에게 비는 예나 지금이나 절대적인 것이다. 그 영향이 지금 너무나 크게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올 겨울에도 이렇다 할 눈이 오지 않았다. 두어 번 왔었나? 내 생각으론 넉가래를 든 것이 두 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새해 설날 아침에 크게 오고 나머지는 내리고 쌓이다 금방 녹았다. 기온도 생각보다 높아서 병충해 피해가 입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그 걱정이 눈앞에 다가왔다. 

올 봄, 정말이지 비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왔다. 마른 땅을 살짝 적실 정도로 조금이었다. 지난 어린이날 열심히 두둑을 만들어 고추를 심고, 상추와 여러 먹을만한 모종을 심었다. 그리고 참깨도 많이 심었다.(개인적으로 들기름보다 참기름을 좋아하여 들깨는 안심어도 참깨는 심는다.) 그런데 벌써 이주가 되었는데 고추나 다른 여타 모종이 그때 심었던 모습 그대로다. 낮에는 기온이 높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일교차가 거의 15도 이상 차이가 나는 날들이 연속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작물들도 몸을 움츠리는 듯 보인다. 더군다나 비는 그 이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땅이 푸석푸석하다. 고랑을 걸어가면 흙먼지가 올라온다. 다행히 작물들이 꿋꿋이 잘 버텨주어 고맙긴 한데 앞으로도 비소식이 없으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집의 물을 끌어다 두어 번 주었다. 간간히 흙을 뚫고 올라오는 참깨의 가녀린 모습들이 안쓰럽다. 한 주일 정도 더 기다려 본 뒤 올라오지 않은 구멍에 다시 심어야 할 판이다. 이웃에 사시는 반장님도 고추를 엄청 심었는데 어제 가보니 고랑마다 물을 흠뻑 흘려보내고 계셨다. 반갑게 맞이하는 봉구(진도개)의 발밑으로 먼지가 뽀얗게 올라왔다. 

사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예초를 하려고 했다. 그런 것을 잠시 미뤄두고 있다. 이유는 낫으로 벤 풀 아래 부분이 노랗게 타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꽃들은 내년을 위해 홀씨를 날려야 하는데 그럴만한 힘이 없는 것인지 꽃이건 풀이건 모두 바닥에 납작 붙어 최대한 수분 증발을 못하게 저항하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이니 내 어찌 풀들을 예초할 수 있겠는가. 예초를 하였다가 아예 맨 땅이 드러나면 가뭄에 타들어가는 땅들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이런 일이 2017년인지 2018년인지 그때도 경험했었는데 이번은 더 심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걱정거리를 앞서 더 해본다. 누군가 우리나라 일년치 강수량을 재었는데 매년 강수량은 일정하다고 한다. 다만 그 양이 어떤 때는 봄에, 어떤 때는 여름의 장마로, 어떤 때는 가을 늦장마로 혹은 겨울에 눈으로 채워진다고 한다. 그런 예상을 비추어본다고 하면, 이번 봄에 비 한 방울 얻지 못했으니 다가오는 여름에 장마가 온다면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 모를 일이다. 몇해 전에도 장마가 여름 내내 있어 그해 농사도 심한 말로 아작이 났었다. 비가 징글징글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기상청의 날씨 예고가 번번이 빗나가서 여러 소리를 들었는데, 앞으로는 더없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하늘의 기상 변화일 것이다.  

가뭄이 가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긴 장마로 이어질까 그것 또한 기우라면 기우가 될 것이다. 이러다간 일년 내내 날씨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어제 만난 반장님이 나에게 하나님과 직통 전화를 해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셨다. 비가 오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태조 이방원이 하늘을 향해 흐느끼며 울부짖었다. 하늘이시여! 비를 내려주소서. 정말 하늘을 향해 저절로 기도가 나오는 때이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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