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마니피캇

기사승인 2022.11.26  00:00:48

조진호 jino-jo@hanmail.net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마니피캇

새로운 교회력이 시작하고 오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절 첫 주일을 앞둔 지난 금요일, 저는 세종시에 있는 한 작은 교회에서 바흐의 ‘마니피캇’을 소개했습니다. 바흐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바흐 전도사’를 자처하는 저에게 가장 기쁘고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 이유는 좋은 영화나 맛집을 소개하듯 그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고 영광의 신학에 경도 된 한국 교회의 풍토 가운데서 바흐 음악이 대표하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는 그 가로축을 중심으로 하여 아래로는 죄로 인해 신음하는 땅 위에 뿌리를 내리고 위로는 하늘의 영광을 우러르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그렇게 하늘과 땅, 하나님과 인간을 연결합니다. 또한, 십자가는 그 세로축을 중심으로 하여 그 오른팔과 왼팔로 세상 모두를 품습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 중에서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장면을 노래하는 알토 아리아에는 놀라운 가사가 들어있습니다. 이 가사를 처음 발견했을 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Sehet, Jesus hat die Hand, uns zu fassen ausgespannt; 보라, 예수께서 팔을 뻗으셨도다. 우리를 안아 주시기 위해서”

제가 보기에 오늘날 한국교회의 십자가는 기형적으로 보입니다. 영광의 신학으로 편중되어 세로축의 윗부분만 길고 아랫부분은 짧은데다가 땅에 잇대어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로축, 세상을 품어야 하는 십자가의 양 팔은 퇴화되어 버린 듯 빈약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만큼 곳곳에 십자가가 많은 나라도 없을 텐데 정작 교회의 지향과 그리스도인의 삶에서는 참된 십자가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바흐 음악이 필요하고 우리가 종교개혁의 신앙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니피캇’은 누가복음 1장 46~55절에 기록된 마리아의 노래를 일컫는 이름으로, ‘마리아의 찬가’(Canticle of Mary)라 부르기도 합니다. 라틴어 성경에서 마리아의 찬가는 “Magnificat anima mea Dominum”(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합니다)로 시작하는데, 한국어로 ‘찬양합니다’에 해당하는 라틴어 가사의 첫 단어가 ‘마니피캇’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릅니다. 서방교회 전통에서는 마니피캇을 성무일도의 저녁기도(Vespers) 때 매일 읽었으며 특히 대림절 기간에 더욱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마리아의 찬가는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대와 인간적 기준을 뒤엎으시고 가난하고 비천하고 약한 자리에 함께 하사 그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 그 놀라운 섭리로 약속을 끝까지 이루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대림절 기간 동안 마리아의 마음으로 마니피캇을 부르는 것은 너무나도 복된 일입니다. 그러나 마니피캇이 그렇게도 아름답고 의미 깊은 찬송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에서 부를만한 마니피캇 노래는 딱히 없습니다. 우리 찬송가에도 마리아의 찬가 중 일부분이 들어있는 곡이 있기는 하지만(100장, 615장) 가사에 조금 사용한 정도일 뿐이고 정작 더들리 스미스가 마리아의 찬가를 영국식 찬송시로 변형한 41장 ‘내 영혼아 주 찬양하여라’에는 관련 성경 구절로 엉뚱한 시편 146편 1절이 달려있습니다. 이 찬송가는 대부분의 교회에서 거의 불리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가사가 마리아의 찬가인 줄도 모르고 부를 정도로 평범하게 들립니다. 

바흐의 마니피캇은 바흐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며 그 가사와 음악의 조화 면에서 인류 최고의 음악이라 할 수 있는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니피캇은 마리아만의 노래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을 찬양하고 세상의 죄와 교만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가운데 정의와 진리와 사랑의 참된 승리를 소망 가운데 믿고 기다리는 모든 이들의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떼제 공동체의 찬양 'Magnificat'은 우리 모두를 위한 축복의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마리아의 찬가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마리아와 같이 그 찬송의 고백이 마음에 가득한 사람에게는 그 첫 소절의 가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림절 기간 동안 이 노래가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 계속 울려 퍼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악보에 기재된 대로 여럿이 돌림노래로 불러보시기 바랍니다. 음과 음들이, 영혼과 영혼이 자유함 가운데 함께 어우러지는 놀라운 찬양의 기쁨을 누리시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말 가사로 된 악보도 있지만 기왕이면 라틴어로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그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니피캇(찬양합니다) 아니마(영혼이) 메아(나의) 도미눔(주님을)” 그 어순으로 인하여 오직 라틴어 가사만이 멜로디와의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음과 함께 울리는 '마니피캇'의 감격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youtu.be/nLM0GiihIbs

 

조진호 jino-jo@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