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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맞으며...

기사승인 2023.02.02  00:15:19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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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보다 매웠던 추위가 조금씩 풀릴 기세가 보인다. 달력을 보니 내일모레가 어느새 입춘이다. 봄을 부르기에는 아직 멀었고, 2월 한달 사이에 어떤 추위를 선사할지 모르는 겨울이지만, 그래도 입춘이란 글자만으로도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사무실에 난로를 피웠는데 그 며칠 사이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엊그제 1월까지만 하여도 난로를 피우면 발이 유난히 시렸는데 2월 첫날이었던 어제는 슬리퍼를 신지않고도 사무실을 돌아다닐 수 있는 온기가 곳곳에 머물렀다.

이웃집이 2박 3일 여행을 가면서 고양이와 개의 아침저녁을 챙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집과 나의 집 사이는 뛰어서는 30초요, 걸어서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발걸음을 천천히 내딛고, 마음을 집중하여 걸어가면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겨울의 빛깔은 아직 한참 남아있지만 햇살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 사이사이 잠깐씩 부는 바람은 마음을 느슨하게 풀며 걸어가는 나에게 봄은 멀었고 겨울은 여전히 여기에 있다고 따끔하게 충고를 하는 듯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휘파람을 불며 주위를 둘러본다. 저 멀리 보이는 복숭아 과수원에선 전지를 하느라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부지런한 손놀림에 농부의 옷차림이 가벼워 보인다. 작년에는 많은 비 때문에 복숭아를 맛볼 수 없었는데 올해는 좋은 결실로 시름을 덜기를 빌어본다. 밥을 챙겨주러 갔는데 아침에 퍼 놓은 개사료가 그대로 있었다. 주인이 없다고 개는 금식을 하기로 했나 보다. 반면 고양이들의 밥그릇은 깨끗했다. 역시 고양이는 본인이 주인이다. 내가 가려고 하자 개는 가지말라고 앞발을 들어 붙잡는데, 고양이들은 가든지 말든지 밥 먹는데 열중한다. 역시나 고양이는 밥 주는 사람이면 누구나 집사 취급이다.

돌아오는 길에 부슬거리는 밭 비탈을 보면서 올해는 꼭 나무를 심겠노라 몇 번이고 다짐하였다. 발길을 멈추고 바라본 비탈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어느 사이 흙이 많이 쓸려 내려와 어떤 곳은 움푹 패여 있고, 물이 흐르도록 파 놓은 곳은 흙이 잔뜩 쌓여 도랑 역할을 할 수 없게 했다. 작년에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수수방관 하였는데 올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이 기필코 힘을 만들어 언제 어떻게 내릴지 모르는 비를 대비하여야겠다. 양아치 농부이긴 하지만 10년의 농사 생활 끝에 얻은 중요한 교훈이 있다. 농촌살이는 마음에 맞는 동료가 한 두 사람만 있어도 농사짓는데 룰루랄라 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도 줄일 수 있고, 고되다 여기는 농사도 어영차 힘을 내어 할 수 있다. 같은 일도 한 사람이 하면 하루가 걸리는 것을 한두 사람이 하면 반나절도 안되어 끝낼 수 있다. 그것이 공동의 힘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품앗이는 사람이 없어 이루기 어렵다. 10년 전 이곳에 처음 발을 붙일 때만 해도 교우들의 밭에 가서 일손을 돕는 일이 흔했는데 지금은 옛일이 되었다.

공동의 힘을 얻을 수 없는 관계로 올해의 농사는 지극히 평범(?)하게 하련다. 모자라게 할지언정 넘치게는 하지 않을 요량이다. 쉬지는 않겠으나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에 거둔 것 없이 지출된 것이 많았던 터라 솔직히 경제적으로도 난관에 부딪혔다. 또 하나 배운 것은 농사는 two-job으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매해 농사는 두 번째였다. 내가 하는 사역이 있기에 그럴수 밖에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차라리 마음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농사에 마음만 갈대처럼 흔들렸던 것이 매번 벼락치기 농법으로 해왔었고, 그것이 결국 몸과 마음을 해쳤다. 올해라고 많이 나아지겠냐마는, 그래도 다짐한다. 무리하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자. 대신 천천히 하되 제때 할 것이며 쉬지 말자. 예를 들어 풀을 벤다고 하면 한 번에 싹을 자르려고 하여 첫판에 KO패를 당한다. 그러면 힘이 들어서 거의 이삼 주를 내리 쉬게 된다. 내가 쉬고 있는 사이 풀은 에헤라디야 하며 그 이전보다 더 잘 자라있는 것이다. 올해는 그러지말고 하루에 한 줄씩 아니 매일 쉬지않고 딱 10분씩이라도 풀을 베도록 농사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나의 벼락치기식 농사를 보시면서 원장 목사님은 늘 말씀하셨다. 은경아!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동안 쓸데없이 고집만 피웠다. 올해는 나의 고집을 완전히 내려놓고 목사님의 말씀대로 천천히 조금씩 꾸준한 농사로 그리고 삶으로 이어지길 단단히 다짐하며 기도한다.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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