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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걷기

기사승인 2023.03.22  23:58:41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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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월 중순이다. 분명 봄인데 한낮은 유월의 여름과 같다. 갈수록 봄을 느끼기 어렵다고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한 여름은 아니다. 해가 떨어지고 저녁이 되면 기온이 쑥 내려간다. 그러나 제아무리 기온이 떨어진다 한들 한겨울의 체감온도 냉기는 아니어서 살만하다. 일주일 사이에 집안 온도가 5도나 뛰었다. 춥다고 몸을 사리고 있는 구멍 없는 구멍 찾아 막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막았던 구멍을 열어제치려 한다. 연탄불의 지속력도 보통 8시간에서 10시간이었는데 지금과 같은 기온에는 거의 12시간 이상 지속된다. 서서히 불구멍을 막을 때가 오고 있다. 그런데 또 모른다. 오늘 봄비가 종일 내리면 이후 일주일은 다시 영하 기온이 잠시 왔다간다는데, 이러다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날씨가 어떠하든 간에 농부는 바빠지고 있다. 이번주부터 하지 감자를 심는다. 판매를 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서너 줄의 이랑이면 충분히 먹고도 남는다. 감자 10킬로를 심으면 10배를 얻는다 하니 10킬로면 100킬로를 얻는 셈이다. 본인 먹을 10킬로를 제외하고 3~5킬로 정도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20명에게 나눠줄 수 있다. 나도 초기에 10킬로 정도 심어 대풍을 맞아 이곳저곳 나눠주었는데 지금은 보류 중이다. 매해 첫 농작물로 감자가 제일 먼저 심는 것인데 밭을 갈 트랙터가 있다가 없어지면서 감자는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얻어먹기 시작했다. 5킬로 정도면 1인 가구로서는 충분한 양이기에 1년 먹고도 조금 남는다. 

오늘 건너편 밭의 비닐을 거두러 가다가 마을 저수지 아래에 있는 작은 밭을 열심히 가꾸는 내외를 보았다. 아내는 퇴비를 뿌리고, 남편은 삽질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지나가면서 유심히 살폈는데 작은밭이라 트랙터를 빌려 쓰는 것이 어려웠던지 손수 두둑을 만들고 있었다. 남자라 그런지 힘이 좋았다. 한번 뜰때마다 흙이 삽 가득 퍼졌다. 그러면서 제법 두둑 모양이 나왔다. 옆을 보니 그렇게 하여 비닐도 촘촘히 씌웠다. 감자를 심으려는가 보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나도? 하는 유혹이 밀려왔다. 

엊그제 매해 참깨나 들깨를 심었던 200평 정도의 밭을 정리했다. 풀이 이불처럼 비닐을 덮고 있어 풀을 제거하고 비닐을 거뒀다. 이번에는 풀뿌리까지 모조리 뽑아냈다. 작년에 널브러진 풀을 거두지 않고 밭을 갈았더니 로타리에 풀이 엉겨 한참을 벗겨내느라 고생을 했다. 또 풀 때문에 제대로 갈리지 않아 어떤 곳은 풀이 뭉쳐서 비닐을 덮을 때 찢어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풀검불은 물론 뿌리까지 통째로 제거하는데 힘을 썼다. 여기저기 덤불이 쌓였다. 그것을 보면서 작년에 내가 농사를 얼마나 못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작물보다 풀이 더 많았던 셈이었다. 그러니 작물이 제대로 열매를 맺었겠는가. 우습기도 하고 반성이 되기도 했다. 밭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이젠 퇴비를 뿌리고 밭을 갈아야 하는데 난감한 것이 트랙터를 빌리기에는 애매모호한 평수라는 것이다. 그런터라 앞서 말한 내외의 농사법처럼 나도 삽질로 두둑을 만들까 한 것이다. 마침 흙이 부드러운 밭이라 삽질이 쉬울 것 같았다. 그리고 작년에도 무식하게 발로 두둑을 만들어 깨를 심고 고추를 심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얕은 평두둑이라 모종을 심을 때마다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했다. 힘이 좀 들겠지만 올해는 두둑을 높게 쌓아 깨를 제대로 키워볼까 한다. 그럴려면 하루에 한두 줄씩 8번 삽질하면 된다. 이런 기세라면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건너편 밭의 비닐을 거뒀다. 도와주기로 했던 지인이 일이 생겨 결국 이번에도 혼자 묵묵히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남에게 빌려줄 밭이기에 깔끔히 정리하여 넘겨주려고 속도를 높였다. 지난주에 할 때만 해도 잘 벗겨지지 않았던 비닐이 어제는 잘 벗겨졌다. 한쪽 끝을 잡고 들어올리자 뱀이 허물을 벗듯 술술 벗겨졌다. 중간에 가다가 끊어지는 것은 풀이 산발이 되어 엎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갈퀴로 끌어내고, 중간에는 낫으로 베어내고, 나중에는 갈퀴와 낫을 번갈아 사용했다. 갈퀴는 서서 하는 것이라 허리에 부담이 덜 가는 대신 깨끗하게 치워지지 않았다. 반면 낫은 깨끗하게 긁어낼 수 있는 대신 구부려서 하는 자세라 허리와 팔이 아팠다. 중간중간 체조를 하면서 몸을 풀기도 했지만 얼마나 힘을 썼던지 지금도 어깨와 목이 뻐근하고 손끝이 아리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밭이 북향이라 해가 일찍 떨어졌다. 4시가 되니 산 그림자에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이 밭도 네 번이면 마무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면 다시 600평이나 되는 작년에 콩을 심고 못 거둔 밭의 비닐을 거둘 차례다. 

짬짬이 하는 것인데 마치 몇 날을 하는 것처럼 힘을 쓴다. 일의 요령이 있기는 하지만 능률은 안 오른다. 역시 혼자하는 것이라 더디다. 그리고 너무 꼼꼼히 하려다 진이 빠진다. 비닐을 거두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올해는 기필코 제 때 손을 쓰리라. 작물을 심고 거두는 것, 풀을 베는 것, 비닐을 걷는 것 등등. 힘은 들지만 그래도 흙을 만지는 것이라 매우 좋다.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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