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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자라는 작물들

기사승인 2023.05.25  00:01:54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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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를 심고 이주 차로 접어들었다. 초반에 새들의 공격으로 구멍이 파헤쳐진 것으로 알고 속상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 이후 참깨를 살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구멍 여기저기에서 빼꼼히 올라온 참깨 순들을 발견했다. 어떤 구멍은 한두 개씩, 어떤 구멍은 무더기로 빼꼭히 올라왔다. 또 어떤 구멍은 비어 있기도 했다. 처음의 마음 같아서는 아예 구경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는데 기다리던 차에 싹을 틔워 얼굴을 보여준 오밀조밀 작고 작은 참깨들이 여간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매우 반가웠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하다가 만 이랑 두 개도 서둘러 만들어서 참깨를 심었다. 먼저 심었던 이랑의 비어 있는 구멍에도 새로 참깨를 심었다. 이번에는 심은 즉시 물을 충분히 주었다. 한 귀퉁이에는 친구에게 얻은 작두콩을 심었다. 바짝 마른 작두콩이 얼마나 잘 틔어줄까 궁금하기도 하였으나 믿고 심어보는 것이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작물이 있는 밭으로 향한다. 한 뼘 고추도 어떤 것은 내 무릎까지 자랐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심하고 어떤 날은 밤 기온이 10도 이하이기도 해서 얼마나 잘 자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나의 염려와는 달리 고추들은 알아서 잘 자라고 있었다. 기대는 접는다 치더라도 올해와 동일하게 심었던 작년엔 겨우 3근밖에 못 건진 고추를 올해는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수확하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토마토도 방울보다 열매가 큰 토마토를 좋아하기에 10개 정도 심은 것 중 하나만 빼고 나머지는 줄기가 제법 굵어지고 위로 뻗고 있었다. 호박과 오이는 키우기 어려운 작물 중 하나인데 올해는 괜찮다. 그리고 여러 작물 중에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것은 양상추다. 물에 약한 작물이라 일부러 비가림이 된 안쪽에 심었더니 양상추 잎이 해를 향해 몸을 기울여 자라고 있었다. 광합성을 위해 스스로 햇볕을 찾아가 자라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위로 봉그랗게 올라야 하는데 옆으로 누워 자라다보니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수확하게 될지 궁금하다. 상추류는 뜯어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상추와 쑥갓, 치커리, 상추를 따다가 간장, 설탕, 식초,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섞어 한 접시에 담아 야무지게 먹었다. 마트의 상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아삭아삭 씹는 식감이 다르다. 향이 짙다. 바로 수확하여 먹으니 싱싱하다. 먹는 즐거움이 넘친다. 

얼마 전 이웃집에서 토마토를 얻었다. 마트에서 산 토마토였는데 색은 먹음직스럽게 고왔다. 그러나 썰어서 먹었더니 맹탕이다. 토마토의 새콤한 맛이 아니라 마치 조미료를 뿌려놓은 듯 밍밍했다. 색깔은 완숙이었으나 입 안에서는 덜 익은 풋내가 났다. 제철 토마토, 노지에서 수확할 토마토가 기다려졌다. 꼭지는 아직 덜 익어 파릇하지만 열매는 빨갛게 익어 입에 물면 팡 터지며 즙이 쭉 삐져나와 입안에 새콤함이 확 번진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즙은 아까운 듯 혀를 내밀어 핥아먹는 재미가 있다. 입으로 베지 먹지 않으면 어슷썰어 설탕에 재어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두었다 차갑게 먹는 것도 일품이다. 과육을 먹고 난 뒤 남은 설탕물은 한번에 들이키고 손등으로 입술을 훔치는 것 또한 토마토를 먹는 재미다. 아,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인다. 작년엔 토마토 재미를 못봤는데 올해는 꼭 그 재미를 누렸으면 한다. 

이렇게 쑥쑥 자라는 작물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조만간 지지대를 세워주어야 한다. 고추에도, 토마토에도, 호박과 오이에도. 그리고 중간중간 순을 쳐서 열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틈 속에서 더 쑥쑥 자라는 풀도 잡아줘야 한다. 지난 토요일 2차로 예초를 했다. 넝쿨과 풀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갈 정도로 자라 이번에 초토화를 했다. 고랑 사이로 빼곡히 일어선 풀들은 괭이로 긁어낼 참이다. 작물이든 풀이든 쑥쑥 자라는 시절이지만 그와 동시에 해야 할 것들이 자꾸 쌓이다 보니 이럴 때는 홍길동의 분신술처럼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 한 몸은 풀을 매고, 한 몸은 말뚝을 박고, 한 몸은 밭을 갈면서 농사 분업화를 제대로 이루었으면 한다. 이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하니 내 손마디가 너무 굵어지고 있다. 얼마 전 함께 공부했던 언니를 만나 악수를 했더니 언니 왈 “은경아, 너의 곱던 그 손은 어디가고 이렇게 거칠어졌니?” 하며 안타까워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삽질을 너무 했더니 손이 더없이 굵어졌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쑥쑥 자라는 작물들이여! 나에게는 홍길동의 분신술은 없어도 아직 녹슬지 않은 재빠른 몸놀림이 있으니 올해도 함께 잘 어울려보세나.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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