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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기사승인 2023.09.23  02:50:36

김민호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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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최용성, 북트리거, 2021)

  현대인들은 물질문명 속에서 각종 이기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최첨단과학기술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었는지 알 수 없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는 법. 편리함이라는 게 자주 오독되어, 우리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킬 때가 있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육교와 지하도가 대표적인 실례이다.

“자동차 중심의 거리가 사람 중심의 거리로 바뀌는 일은 단순히 걷기 편한 길로 바뀌었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 더 안전해지고, 우연한 만남이 늘어 이웃과 더욱 가까워지고, 동네 상점은 손님들로 북적이게 되고, 공동체 구석구석이 더 건강해지지요. 느린 속도로 걸으며 온몸으로 도시를 느낀다면,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를 사랑하고 가꾸려는 마음도 커지지 않을까요.”(26)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사회 기반시설은 중요하다. 도시설계는 곧 그 사회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휠체어 장애인을 함께 살아가야 할 시민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면 격리 혹은 추방되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단번에 간파할 수 있다. 문턱은 제거되었는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면 얼마나 원만한지, 인도가 충분히 넓고 평평한지, 키오스크의 높이가 적절한지 등등. 
  우리의 주거환경은 또 어떠한가. 세금을 별로 쓰지 않고도 생색을 내기를, 민간 아파트 단지 안에 각종 편의시설과 산책로를 설치했단다. 기존에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했던 공유지가 사라졌다는 진실은 외면한 채. 그뿐만이 아니다. 신도시에 즐비한 폐쇄적인 사유지들은 미관을 해치고, 장벽이 되어 사람들의 통행을 가로막는다. 걷고 싶은 길은 그렇게 휘발된다. 
  내부식민지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처리장과 발전소의 위치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소위 중심지, 부동산값도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힘없고 가난한 지방 소도시에서 잘 보이는 것이 쓰레기소각장과 각종 발전소들이다. 개개인이 쓰레기와 전기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문제를 도시 바깥으로 떠넘기지 않는 제도적 장치이다.

“쓰레기 처리 문제를 도시 바깥에 떠넘기지 않게 되면, 쓰레기를 버리고 처리하는 일에 조금 더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할테고, 소각열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요. 자신의 문제가 될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나타납니다.”(66)

“전기의 소비는 한쪽에서 하고 생산은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다 보면, 소비지에 있는 사람들은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마련입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문제를 치워버리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게 되지요.”(86)

  최용성은 그의 책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를 통해 도시의 실핏줄들을 어떻게 회생시켜야 하는지, 그 청사진을 제공한다. 현주소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판도 흥미로웠지만, 대안이 되는 실례들이 퍽 유익했다. 거창한 이념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실생활에 근거한 개선 요구 덕분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납작해진 우리의 욕망이 입체적이고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멈추고 싶어지는 길, 안전한 거리, 동네 상점, 공유지, 무장애 산책로, 빗물마을, 공동체와 유대감 등등.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

김민호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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