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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떠올랐다

기사승인 2023.12.02  02:01:47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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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떠올랐다 (Der Mond ist aufgegangen)

지난 주, 2023년 교회력의 마지막 주간에 교회 사무실 식구들과 함께 속초를 찾았습니다. 1년에 한 번은 그곳을 찾았었는데 다행히 유독 바빴던 올해에도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셨습니다. 강원도 속초와 고성 지역은 제가 군복무를 하며 나의 하나님을 깊이 만난 제 인생의 ‘벧엘’과 같은 곳입니다. 찾아갈 때마다 그 시절의 은혜를 생생하게 떠올리며 그때 그 자리에서 제 마음속에 기름 부어 세웠던 돌 베게 위에 흩어진 제 신앙을 가지런히 가다듬곤 했었지요. 결혼 후 아내와 함께한 첫 여행지도 그곳이었고 우리 가정의 성지인 양 가족과 함께 가장 많이 찾은 곳도 그곳이었습니다.  

선임 부목사로서 전체 일정을 관리하는 처지라 이번 여정 중에는 홀로 저의 벧엘을 기릴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 밤에 누적된 피로에 일찍 잠이 들었고 마지막 날 새벽에 홀로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방을 나섰습니다. 강원도의 차가운 새벽 공기에 어지러운 마음과 피곤한 몸을 털어내며 숙소 앞에 있는 영랑호숫가를 찾았습니다.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오랜 친구를 만났습니다. 동해의 달이, 그것도 보름달이 석호 위에 일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흔히 동해 하면 일출을 먼저 떠올리지만, ‘달밤’이라는 노래를 소개했던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속초의 달은 해보다 더 아름답고 깊습니다. 관광객으로 숱하게 다녔어도 몰랐을 것이지만, 2년 넘게 그 지역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며 그 비밀을 알게 되었지요. 

새벽 시간이라 엄밀히 말하면 지고 있는 달이었지만 세파에 찌들어 지치고 가라앉아 있던 제 마음에는 분명 떠오른 달이었습니다. 독일 노래 한 자락이 생각났습니다. ‘Der Mond ist aufgegangen/달이 떠올랐다’입니다. 

Der Mond ist aufgegangen
die goldnen Sternlein prangen 
am Himmel hell und klar.
...

달이 떠올랐다
황금빛의 작은 별들이 하늘에서 
밝고 맑게 빛을 뿜어내는구나 (1절)

고요했던 그 새벽, 심란했던 제 마음이 차디찬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호수 위의 달빛과 같았다면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따스한 미소로 저를 내려다보는 듯한 속초의 달은 ‘내가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듯이 벧엘의 그 마음 변치 말고 바람처럼 지나가 버릴 현상에 흔들리지 말라’고 부드럽게 타이르며 그 빛으로 상처 입은 제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전날의 응어리를 잠재우고 잊게 해주었습니다. 

Wie ist die Welt so stille
und in der Dämmrung Hülle so traulich und so hold
als eine stille Kammer,
wo ihr des Tages Jammer verschlafen und vergessen sollt.

세상이 어찌 이리 고요한가
어스름한 달빛에 싸여 어찌 이리 아늑하고 사랑스러운지
마치 고요한 작은방 같아
낮의 응어리를 잠재우고 잊게 하는 그곳 (2절)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가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라면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는 바로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Matthias Claudius, 1740~1815)가 쓴 이 시입니다. 또한 ‘달이 떠올랐다’는 요한 아브라함 페터 슐츠(1747~1800)의 곡조에 얹혀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독일인에게 자장가로부터 장례식 음악에 이르기까지 두루 애창되고 있습니다. 이토록 심오하고 신앙 깊은 시가 아이들의 잠자리 곁에서 대를 이어 자장가로 불리고 있다니 독일인들이 얼마나 깊이 있는 성찰의 사람들이며 기독교 신앙이 그들의 삶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15년에는 이 노래가 통일 독일의 초석을 놓은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 1918~2015) 전 총리의 장례식에서 연주되기도 했습니다(영상).

그날 새벽, 나의 마음을 호수 위의 달빛처럼 흔들리게 하는 것은 달빛 때문이 아니라 지나가 버릴 바람 때문이요 호수와 같이 쉬이 흔들리는 제 마음 때문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보는 달이 전부가 아님에도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이 전부인 양, 쉬이 확신하며 비판하고 조소하고 상처받지요. 

Seht ihr den Mond dort stehen?
Er ist nur halb zu sehen
und ist doch rund und schön.
So sind wohl manche Sachen,
die wir getrost belachen, weil unsre Augen sie nicht sehn.

너희는 저기 있는 달이 보이는가?
반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둥글고 아름답구나
이처럼 제대로 보지 못하고서도 
마음대로 비웃는 우리의 모습도 그러하구나 (3절)

영상에 나오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의 장례식에는 이 노래의 1절과 4절, 그리고 7절 가사가 사용되었습니다. 4절은 그 어떤 위대하고 고상한 사람의 인생도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노래하고 7절은 우리 누구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하나님께로 돌아가기에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내려 놓으며(legt euch nieder) 살라고 당부합니다. 독일 아이들처럼 우리 모두 이 노래를 달이 들려주는 매일 밤의 자장가로 들으며 산다면 이 노래를 우리의 장례식에서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Wir stolzen Menschenkinder
sind eitel arme Sünder und wissen gar nicht viel.
Wir spinnen Luftgespinste
und suchen viele Künste
und kommen weiter von dem Ziel.

우리 교만한 인간의 자식들은
허무하고 불쌍한 죄인이며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바람으로 천을 잣고 
여러 고상한 것을 좇아 살지만
정작 가야 할 곳에서는 멀어진다 (4절)

So legt euch denn, ihr Brüder,
in Gottes Namen nieder; kalt ist der Abendhauch.
Verschon uns, Gott, mit Strafen
und lass uns ruhig schlafen.
Und unsern kranken Nachbarn auch!

그러니 형제들이여, 
하나님의 이름으로 눕거라, 저녁의 숨결이 차구나
하나님이 우리를 용서하여 주시리니
이제 조용히 자자꾸나
우리의 병든 이웃들도 함께 (7절)

https://youtu.be/wfDnkiFKYVQ?si=EY0NXz34SRVEwqod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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