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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가자에도 별빛이

기사승인 2023.12.03  03:00:19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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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른 후트(Herrn Hut)의 별을 내걸었다. 성탄 장식으로 대림절 배너와 보라색 기다림 초가 빠질 수는 없다. 성탄 트리와 유리창 장식도 성탄 분위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성탄 꽃이란 영광을 차지한 붉은 포인세티아(Poinsettia) 역시 별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대림절을 맞아 준비한 장식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빛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역시 성탄 장식의 백미는 별빛임에 틀림없다.

성 니콜라우스(산타클로스)의 상징 역시 별이다. 절기의 분위기를 가장 빨리 느끼게 하는 빛은 유리창을 통과해 밝히는 별과 촛불 장식이다. 당시 머물 곳이 없어 헤매던 마리아와 요셉 부부를 향해 ‘우리 집에 빈방이 있어요’라는 의미이다. 아기 예수를 포함해 빈방이 없는 이웃들의 아픔, 불행, 슬픔, 눈물, 외로움에 대해 깨어있으려는 마음이다. 어두운 세상을 향하는 반짝이는 빛이 없다면 성탄의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동방박사들도 별빛을 보고 아기 예수를 찾아왔다. 그들은 별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별을 따라 먼 길을 떠났고, 마침내 베들레헴에 이르러 구유에 누인 아기께 경배하였다. 집집마다 기다림 초를 밝히는 이유는 그 따듯한 불빛과 함께 ‘오실 주님’을 맞이하는 절기에 참여하려는 것이다. 기다림 초는 주님을 맞는 등불이며, 4개의 초는 차례로 ‘예언의 초-베들레헴의 초-목자의 초-천사의 초’라고 부른다.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에 위치한다. 해마다 성탄 전야면 세계에서 순례객이 몰려들었다. 누구나 별빛 같고 꿈결 같은 크리스마스 여행을 꿈꿨다. 그러나 더는 아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은 로마가 지배하던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면서 2천 년 이상 팔레스타인에 살아온 사람들은 일상적인 재앙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은 1950년 3월 ‘부재자 재산법’을 만들어 아랍인의 토지 몰수를 정당화하였고, 그해 7월에는 ‘귀환법’을 만들어 타지역에 살던 이스라엘인의 정착을 제도화하였다.

‘나크바’(대재앙)라고 부르는 그날 이후 ‘피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시 베들레헴과 자기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현재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1,210만 명 중 790만 명은 난민으로 분류된다. 무려 65%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서안(약 300만)과 가자지구(약 230만) 그리고,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 주변 아랍국 난민촌에서 힘겨운 삶을 산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거의 절반은 국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터가 된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다. 사방 6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초대형 감옥과 다름없다. 가자지구에 사는 주민 70%는 이스라엘에게 땅과 집을 빼앗기고 쫓겨났다. 특히 가자지구 안 8개 난민캠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가자시티 비치캠프에는 0.52 평방킬로미터 땅에 8만 4,077명이 살고 있다(홍미정, 마흐디 압둘 하디 저 <팔레스타인 현대사>).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이 건설 중인 분리 장벽에 대해 국제인권법 위반임을 지적하며, 철거하도록 판결하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장벽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철거에 나서라. 아울러 장벽 건설로 땅을 빼앗긴 주민들에게 보상하라.” 문제는 다만 권고일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에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잠시 평화가 약속된 적이 있었다. 30년 전, 1993년 9월 13일 오슬로 평화협정이다. 이른바 ‘잠정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원칙 선언’인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오랜 꿈인 독립 국가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생존을 인정하고, ‘땅과 평화의 교환’에 합의하면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그동안 많은 피와 눈물을 흘릴 만큼 흘렸다”고 하였다. 그러나 “야훼께서 유대인에게 주기로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나눠 가질 수 없다”고 믿는 극우파들은 2년 뒤 라빈 총리에게 총을 겨누었다. 이로써 짧은 단비도 그치고 말았다.

색동교회는 대림절 기간 입례송(入禮頌)으로 팔레스타인 찬송가 ‘평화의 하나님’을 부른다. “야-랍-바 쌀-라-미 암-테르 알-레이-나 쌀-람/ 야-랍-바 쌀-라-미 임 라 쿠-루-바-나 쌀-람” (오! 평화의 하나님, 내리는 비처럼 우리에게 평화를 내려 주소서/ 오! 평화의 하나님, 우리의 마음을 평화로 채워주소서).

이 땅에 오신 메시야는 깊은 밤, 역사의 어둠, 두려움의 세상에 오셨다. 지금 가자지구의 쪼개진 하늘 위에도 작은 별빛은 빛나고 있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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