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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

기사승인 2024.05.21  23:11:12

구교형 성서한국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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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예술로 가꾸는 사람들>, 장길섭, 2010)

결혼 전에 아내가 내게 책 몇 권을 읽을 것과 임무 수행을 요구했다. 책은 주로 남자와 여자, 결혼과 대인 관계에 대한 것이었고, 임무 수행은 태백 예수원, 남원 동광원과 충남 금산에서 진행하는 들어보지도 못한 괴상한 영성 수련회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요약하면, 결혼을 앞두고 인간관계와 자신을 성찰하며 피정을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말대로 하기는 다 했다. 결혼 전 예비 신부가 하라니 뭐든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나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경실련 간사를 막 그만둔, 나이 서른의 나는 ‘그런 것쯤’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할 일 많은 이 세상에서 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관계니 영성이니 하는 말들은 내게 너무 하품 나는 소리였다. 그런 건 살면서 그냥 다 알게 되는 것이라 여겼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나는 인생도, 신앙도, 활동도 결국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일임을 비로소 깨닫고 통탄스러운 심정으로 다시 배웠다. 결혼 전 의무로 다녀왔던 영성 수련과정(이름과 내용은 많이 달라졌다)을 스스로 다녀오고, 그 내용을 풀이한 기본교재를 읽고 탐독했다. 그게 오늘 소개할 책이다.

책 제목 자체가 우리 삶의 결정적 혼란을 보여준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모든 것을 반드시 풀어야(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본다. 먹고 사는 문제, 결혼하는 문제, 취업하는 문제, 노후 대책 문제 …. 문제 아닌 게 없다. 문제마다 정답이 있고, 인생은 그 문제에서 정답을 맞추는 것이다. 정말 문제는 한 문제를 잘 풀었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끊임없이 몰아닥치는 모든 문제를 풀다가 소진하고, 시간이 끝나버린다.

아! 인생은 문제 풀이가 아니구나! 그걸 깨닫는 게 철학이고, 종교이고, 말씀이다. 이 책은 이제와서 더욱 중요해지는 철학, 종교, 말씀, 그리고 심리학과 정신의학까지 넘나들며 인생과 세상을 다시 접근할 수 있는 큰 도전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은 이론적인 책이 아니다. 그저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동의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로 목사였던 장길섭이 40여 년 전부터 시작해 온 깨어남의 훈련과 연동하여 만든 매우 현장적인 책이다. 훈련소 교범 같은 책이다. 물론 그 시작은 항상 자신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생각, 기계적으로 행해왔던 습관을 의심하고,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에고는 항상 좋은 것과 싫은 것을 나눠요. … 그러고는 자기 입맛에 맞는 건 끌어당기려 하고 나머지는 밀쳐내려 하지요. 다시 말해 일어난 일(사실)과 그에 대한 반응(화) 사이에 끼어 있는 에고(생각과 느낌)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일이 화날 일이 되는 겁니다. … 화날 일이라고, 수치스러운 짓이라고,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겁니다.”(41쪽)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모든 행복과 불행의 느낌은 몇 가지 고정관념에서 생겨난다. “사람들이 흔히 빠져 있는 주의와 신념을 하나씩 점검해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주의에 대해 보지요. … 어떤 사건이 이미 일어났고 현재 진행 중이라는 건, 그게 일어날 만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일어난 일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뿐이지요. … 일단 인정하고 보는 겁니다.”

그러나 “과거 탐사와 심리 및 정신 분석은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상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람을 바꾸지 못합니다. … 영성이란 말이나 글이 아니예요. … 그래서 영적인 인내란 분석이 아닌 경험시키는 것이지요.”(108쪽)

책 서평을 쓰면서도 한계를 느낀다. 그것은 내가 아픔과 고통, 답답함의 울부짖음의 수련 과정을 통해 느낀 생생함이 말이나 글에서는 얼마나 오해, 곡해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훌륭한 이상과 가치, 멋진 대의를 갖는 사람일수록 의외로 스스로를 잡아가둔 고정관념의 노예로 살 수 있다. 바리새인, 사두개인처럼 말이다. 이 책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그런 노예 생활의 정체를 어렴풋이 깨우칠 수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깨우침은 바리새인이며 유대인 지도자였지만 사실 참 인생과 영생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번민하는 길고 긴 밤을 통과해야 비로소 체득하는 것이다(요 3:1~2).

구교형 목사 (성서한국 이사장)

구교형 성서한국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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