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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 그리고 식모라 불리던 여성 노동자들

기사승인 2024.05.27  23:14:04

최형미 choihyung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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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 그리고 식모라 불리던 여성 노동자들

- 한국 가사노동자 유니온 APWLD(법과 개발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여성포럼) 2차 훈련에 참가하다.

 

   
▲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공 그리고 식모라 불리던 여성 노동자들

우리나라의 산업발전 뒤에는 여공들이 있다. 공순이라 불리며 동생 오빠들의 학비를 대며 집안을 돌보았지만, 그들에겐 승진도 또 다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10시간 근무에 추가 근무까지 끝나 피곤함에 찌들어 잠이 들었다. 그들에겐 야간 학교의 기회가 오히려 자책으로 남겨졌다. 국가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더라도 여공에게 돈을 많이 주지 말라는 ‘최고 임금법’까지 만들어 그들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열악하게 살아간 여자들이 있다. 집에서 고립되어 온갖 힘든 일을 하면서도 겨우 밥만 얻어먹었던 이들, 조금 주는 용돈에도 감지덕지해야 했던 그녀들, 식모, 하녀라고 불렸던 그녀들. 이전에 서울에는 두 집 건너 한집에는 식모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노동자라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알음알음 소개받아서 간 집에서 여자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지금도 경력단절을 겪는 수많은 여자는 파출부 일로 세상에 나간다. 아니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들을 비공식 노동자라고 불러왔다. 노동하는데 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사람들, 집 주인의 마음에 안 들면, 그 날로 해고되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언어 폭력, 신체적 폭력도 감수해야 했던 그들. 사회는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나 법도 없었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었지만, ‘가사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서 가사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 거리로 나선 가사노동자들 연합뉴스


2022년 5월 ‘가사 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68년만에 가사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러한 법안 제정과정에는 한국가사노동자 유니온 최영미 대표가 있었다. 그는 법안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관련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2022년 6월 16일에 한국가사돌봄노동자조합(Korea Domestic worker’s Union. 이하 KDWU)이 출범했다. 가사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 및 인식개선을 위해 시작한 것이다. 

 

가사노동자유니온, 국제 연대의 장을 열다.

KDWU의 최영미 대표와 송미령 국장은 방글라데시에서 열리는 APWLD의 2차 연구 훈련과 비공식 방문(4월 25일-5월 3일)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필자는 통역으로 동행했다. APWLD는 아시아 태평양 페미니스트 단체 네트워크다. 유엔의 협력기관이기도 하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여성운동을 육성해서 국제 수준의 법률과 정책과 관행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있다. 가사노동자들을 위한 법 제정을 하며 길을 만들어가는 가사유니온의 운동의 흐름과 같았다. 

이 연구훈련은 FPAR (Feminist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을 기본으로 한다. 1985년 나이로비 세계 여성대회에서 만났던 법률가, 사회과학자 그리고 운동가들이 함께 설립한 APWLD는 여성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풀뿌리 여성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며 행동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여성인권 여성 정치 참여, 여성에 대한 폭력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당사자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필리핀 간호사 협회, 필리핀 송금업체 노동조합, 캄보디아 음식 배달 협회, 태국 여성 라이더 유니온,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인도의 건설노동자 유니온,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유니온 등이 훈련에 참여했다. 

 

   
▲ 연구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풀뿌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었다. FGD(포커스 그룹 디스커션)을 할 때, 하루 일상의 시간표를 그려보게 하고 그것과 관련해서 노동자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하면서 연구 자료를 수집하거나, 노동자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나 지지해주는 집단이 있는 곳을 그림으로 그려서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자료를 수집하였다. 역동적으로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상되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권리 옹호를 위해서 사진 활용 기술 등을 훈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훈련에서 필자에게 인상 깊은 것은 이것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두 번째 만났다. 국제 회의는 보통 한번 만나고 헤어져서 친구나 동지를 만들기 어렵고 국제 연대가 어렵다. 북미나 유럽은 여러 여건상 만날 기회가 많으니 국제 연대가 가능하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노동자들에게 국제 연대는 요원한 일이다. 우리는 이번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이름을 불렀다. 안디, 샤르다, 스마야, 얀티, 시팅, 송, 영...필리핀 참가자 마리스는 ‘우리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더욱 가까운 동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디지털화가 여성노동에 끼친 영향?

APWLD의 연구주제(2023년 12월- 2025년 4월)는 ’디지털화가 여성노동에 끼친 영향‘ 이다. 요즘 치킨 뿐 아니라 떡도, 반찬도 커피도 앱으로 시켜 먹는다, 종종 가격이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 더 저렴할 때도 있다.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앱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개인은 앱을 통해 연결된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앱을 통해 편리하게 일거리도 찾을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가사노동자들도 앱을 통해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수수료를 얼마 내는지도 모르고, 누가 동료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노조 결성은 더욱 어려워졌다, 재해를 당했거나 부당한 일이 있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태국이나 캄보디아는 자동화로 인해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하거나 코로나로 서비스 산업이 문을 닫으면서 여성들이 배달업으로 뛰어들었다.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돈을 적게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인도의 경우 건설 노동이 자동화 되면서 건설현장에서 어려움에 처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디지털화를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디지털화라는 달리는 열차에 탔다. 그러나 만약 기업이 디지털 기술은 독점한다면 우리 사회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노동은 착취될것이고, 부자와 가난한자, 북반구와 남반구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디지털 독점을 규제하고 모두를 위한 디지털을 모색하기 위해 지금 노동자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듬어 찾고 있다. 노동자 당사자들의 노동권을 지켜낼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법과 제도를 찾기 위해 지금 이런 국제적 연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 이글은 국가인권위의 별별기자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 APWLD에 참가한 최영미대표, 송미령 국장, 최형미(필자) 왼쪽부터

 

최형미 choihyung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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