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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이후의 하나님으로 돌아가기

기사승인 2024.06.08  23:02:55

송화섭 꿈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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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론>, 리처드 카니 지음, 김동규 옮김, 갈무리, 2021)

  현대신학에서 신론(doctrine of God)은 섭리론, 그리스도론, 구원론 등 기독교 교의(doctrine) 중 하나의 각론으로 다뤄진다. 동시에 신론은 모든 교의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판넨베르크, 722쪽).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고 구원하며 완성하는 모든 것 중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신론은 무신론과 유신론 등 다양한 도전과 시대적 물음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행위를 다룰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론에 대한 신학적 상상력과 활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리처드 카니(Richard Kearney, 1954-현재)의 <재신론>을 소개한다.  

  리처드 카니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학자이다. 그는 보스턴대학 석좌교수이자 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1954년 아일랜드 코크에서 출생한 카니는 더블린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 맥길대학에서 석사학위를, 그리고 파리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혁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다양한 곳에서 수학하며, 현상학, 해석학, 종교철학 등 유럽대륙철학의 분야에 관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2000년대 이후 재신론(再神論, anatheism)으로 대변되는 철학적 신학을 구축하며, 신학과 인문학 분야에 뛰어난 통찰을 제공하는 종교철학자이다. 그렇다면 카니가 주장하는 재신론이란 무엇인가?

  카니에 따르면, “재신론은 그리스어로 ana-theos, 신 이후, 재-신을 의미한다”(11쪽). 재신론이란 ‘신 죽음 이후’의 신에 관한 사유 방식인데, 익숙한 신성들의 사라짐 이후의 신적인 것의 잔여를 다시 추적한다. 프로이트, 마르크스, 니체와 같은 무신론의 공식화는 유신론이 빠져 있던 망상을 해체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에 재신론은 무신론의 도전으로 해체된 잔여에서 살아남은 것을 토대로 여전히 도래하고 있는 신의 영역을 개방하려 시도한다. 특히 ‘재신론’(anatheism)을 이해할 때, 접두어 ‘ana’가 중요하다. anamnesis(상기), analogy(유비), anagogy(비의), anaphora(어구 반복)에서 볼 수 있듯이, “접두어 ‘ana’는 공간상 또는 시간상 위쪽, 본래대로 다시, 새로이”로 정의된다(11쪽). 따라서 신론(theism)에 ana를 붙인 재신론은 하나님 이후의 하나님, 하나님 위의 하나님이라는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가 존재론의 입장에서 하나님을 존재 그 자체(Being itself) 또는 하나님 위의 하나님(God above God)으로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Thatcher, 83-88쪽). 

  카니는 ‘이후’(ana)라는 접두어에는 “되찾아오다, 재방문하다, 되풀이하다, 반복하다” 등의 여려 개념들과 연관되며, 더 깊고 폭 넓은 의미의 장이 열린다고 밝힌다. 여기서 말하는 ‘반복’은 단지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일종의 미래를 향해 “더 잘 뛰기 위해 한 보 물러서기, 앞을 향한 나중(afterwards)”이라고 할까! 카니가 말하는 반복은 ‘타락 이전의 순진무구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 또는 ‘무한한 현재를 반복하는 영원회귀’가 아니다. 우리가 망각한 것을 향한 미래 내지는 아직 성취 되지 않은 신적 역사의 부름을 제안하는 것이다. “재신론은 헤겔적인 종합이나 최종적으로 해결책으로 유신론과 무신론을 대체하는 변증법적인 제3의 항이 아니다.”(12쪽) 재신론은 유신론의 계기를 포함하는 동시에 무신론의 계기를 담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재신론은 유신론과 무신론의 이분법 이전의 공간과 시간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헤겔의 부정의 부정도 아니고, 아도르노(Theodor Adorno, 1903-1969)의 부정의 변증법도 아니다. 부정의 부정 역시 귀환(return)을 불가피하게 종합(synthesis)이나 지양(Aufhebung)으로 본다.

  재신론은 목적 없는 신앙의 재생이자, 여기 있는 이들 중 가장 작은 자 안에 있는 성스로운 것을 재-상상하고 재-생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ana’는 변증법적 진보를 보장하지 않으며, 예측 가능성이 아니라 약속, 확실성이 아닌 부름을 따라 작동한다.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1906-1995)가 말한 ‘타자가 노출하는 순간’, ‘에피파니의 순간’이라고 할 있다(Levinas, 112쪽). 신론에서 재신론이 포착하려고 하는 신비는 미래로서의 과거의 신비이다. 시간 안에서 시간을 벗어나는 이 시간은 복음서가 ‘남겨진 시간’이라고 부른 것이다(  쪽). 카니는 “신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 새로운 의미의 긴박함을 가지고 다시 도래하고 있다”고 한다(15쪽). 이를 위해 카니는 전통적인 신학의 입장 보다는 현상적이고 해석학적인 입장에서 서서 다양한 담론으로 신에 대한 물음을 엮는다. 『재신론』이라는 작품에서 카니는 철학적 이야기, 성서적 유신론, 종교간 대화, 현대 문학, 20세기 유럽 사상과 정치에 대한 모험 그리고 성스로운 것의 귀환이라는 담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카니는 이 책에서 맹목적인 신뢰 또는 신앙주의(fideism)보다는 상상과 환대를 통한 신실함(fidelity)을 요구한다. 카니의 『재신론』은 전통적인 신학 책은 아니다. 다양한 이야기의 이야기, 즉 타인과 이방인, 손님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물음의 의미를 기술하고,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을 부여해 준다. 독서를 하는 동안 일종의 해석학적 유희를 경험한다. 유한한 해석학적 정황에 대한 인정은 상대주의와 절대주의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신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 보다는 신적인 것, 나 자신 그리고 타자인 세상에 대한 얽혀 있음을 경험한다. 독서하는 동안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벗어나 하나님 이후의 하나님으로 돌아가는 영적 여정을 걸을 수 있다. 『재신론』은 현상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보여주는 종교철학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영성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삶’ 또는 ‘신앙 너머의 신앙을 향한 새로운 삶’이 어떻게 가능하고 작동하는 가를 보여주는 좋은 길잡이다. 기존의 생각과 삶을 넘어 새로운 신앙의 여정을 걷고자 하는 도반(道伴)들에게 리처드 카니의 『재신론』을 추천한다.     
   
          
<참고도서> 
Adrian Thatcher. The Ontology of Paul Tillich. Oxford University Press, 1978.  
에마뉘엘 레비나스. 『존재와 달리 또는 존재성을 넘어』. 문성원 옮김. 서울: 그린비, 2021.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조직신학Ⅰ』. 신준호・안희철 옮김.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7.


필자소속: 송화섭 목사(꿈의교회 부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객원교수/철학박사)

 

송화섭 꿈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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