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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기사승인 2024.06.17  02:20:57

박상원 이천만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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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윤광준, 을유문화사, 2019)

  존경하는 한 선배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보통 신앙서적이나 신학서적 그것도 아니라면 자기계발 도서같은 책들을 읽는게 전부였던 나에게 ‘공간 디자인’과 관련된 책은 그 자체가 생소하면서도 선물한 이의 의도를 질문해 보며 책을 읽어 나가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전문 사진작가인 저자가 일상, 쇼핑, 예술, 사회공간 등에서 경험한 인상적인 공간 20곳을 선정해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본인이 그 공간에서 경험했던 특별한 감각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디자인적인 재능도 없을뿐더러, 공간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사는 유형에 속한다. 오히려 간혹 만나게 되는 지인들의 목양실을 방문할 때면 그저 자랑삼아 진열된 십자가나 책장을 가득 채운 신학도서들을 보면서 ‘그냥 깔끔한게 최고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성향이다. 

  그러던 나에게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경험했던 사건이 있었다. 분당 만나교회에서 국장을 맡아 사역할 당시의 일이다. 당시 1층 로비에 대한 리모델링 시안에 대한 설명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내 입장에서 로비는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이 만나는 약속의 장소 내지, 사람들이 예배당이나 사역장소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맡아 진행했던 업체의 설명을 들으며 내 오해가 한꺼풀 벗겨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로비는 교회의 첫 얼굴이며, 그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발걸음의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공간확보를 위한 직사각형이 아닌 유선형의 구조로 로비를 바꾸면서 교회의 이미지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안이 최종 결정된 적이 있었다. 

  ‘내가 사랑한 공간들’에 소개된 20곳의 공간들은 이 책을 구입해 저자의 설명을 접하거나 그 공간들을 방문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이 있어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려 한다. 다만 이 책을 읽어가며 깨달은 몇 가지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좋은 공간은 ‘철학’이 있다. “공간도 훌륭한 콘텐츠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글이다. 모든 공간은 디자이너 혹은 사장님(혹은 목사님)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따라서 공간은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 물리적 장소의 가치를 떠나,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방삼아 성도님들의 가정을 방문할 때면 집주인의 성격을 얼추 짐작해 볼 수 있듯이, 교회나 사업장도 그 공간을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공간은 ‘개성’이 있다. 좋은 공간이 되려면 그럴듯한 다른 곳을 그대로 ‘복붙’하는게 아니라 그곳만의 유니크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한다. 그 공간만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특별함이 공간 디자인 속에 표현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공간은 ‘또 오고 싶은 곳’이 된다. 이 책에 소개된 곳 중에 유일하게 아는 곳이 ‘엔트러사이트 합정’이었다. 오래된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커피전문점인 이곳은 커피의 ‘맛’ 외에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좋은 공간은 ‘소통’이 있다. 사장님이 아무리 본인의 철학과 개성을 가지고 공간을 구성했다고 해도, 결국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의 니즈와 흐름을 벗어난다면 공간의 가치를 상실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좋은 공간이 되려면 ‘동네’와 잘 어울려야하고, 그곳을 이용할 사람들과 잘 어울릴수 있어야한다. 

  같은 마음으로 교회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섬기는 교회는 철학, 개성, 소통의 가치를 잘 이어가고 있는 좋은 교회인가? 이 책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 속에 우리가 무심코 머물고 있던 공간들을 한번 돌아보고 점검해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박상원 목사(이천만나교회)

박상원 이천만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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