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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농사!

기사승인 2024.07.09  00:14:18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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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콩 농사를 위해 퇴비를 넉넉하게 뿌렸다. 콩밭은 일반적으로 거름을 뿌리지 않는 작물로 유명하다. 자체적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어 좋은 작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래서 콩밭에 퇴비를 뿌린다고 했을 때 내 말을 들은 주위의 몇 사람은 콩밭에 왜? 라는 반응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콩 농사에도 시작할 때와 중간 정도에 거름을 줘야 콩 수확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는 –근 3년 내리 콩을 심었지만 제대로 수확을 한 적이 없었기에- 전문적인 콩 농사꾼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유박을 골고루 넓게 뿌린 뒤 트랙터를 수 차례 돌고 나니 거름은 흙과 섞여 고운 밭이 되었다. 특유의 거름 냄새도 났다. 왠지 뿌듯했다. 

콩은 여러 날 심기었고 먼저 심은 콩은 잘(?) 자라기도 하고, 윗부분은 휑한 곳이 많기도 했다. 콩 상태를 알아차린 것은 2주 전이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밭을 돌아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세 번 보식했던 콩이 빛을 보기 어렵다 판단될 때 콩에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 들깨를 심었다. 이웃집 여인이 콩인가 하여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풀만 무성하게 자랐다고 놀렸다. 멀리서 보면 헛골의 풀과 이랑의 콩이 큰 차이가 없어 콩 농사가 대박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주인은 안다. 그것이 풀인지 콩인지를. 

헛골은 예초기를 돌릴 수 없어서 낫을 들었다.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아예 손을 놓을 것 같아 풀 베기를 시작했다. 눈만 내놓고 얼굴 전면을 가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목에는 수건을 둘렀다.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모자를 썼다. 팔은 토시와 장갑으로 무장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비 오기 전 들깨를 심을 헛골을 먼저 택했다. 그렇게 열심히 콩을 심었건만 이랑을 세어보니 여덟 줄이나 비었다. 일곱 줄의 헛골의 풀을 베어야 했다. 아래부터 위로, 위에서 아래로 풀을 베기 시작하니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한동안 맑은 땀이 흘렀었는데 이번의 땀은 역한 냄새가 났다. 그만큼 땀 배출이 없었고 몸에 노폐물이 쌓여있었다는 얘기겠다. 이는 농사에 게으름을 피웠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식한 낫질이 시작됐다. 어떤 것은 베고, 어떤 것은 뽑았다. 왕바랭이, 명아주, 쇠비름, 환삼덩굴, 민들레, 왕고들빼기, 개똥쑥, 깨풀, 방동사니, 여귀, 개망초, 개비름, 밭뚝외풀, 중대가리풀 등 일부러 이 잡초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뒤졌다. 헛골 하나에 이 많은 잡초들이 뭉텅이를 지어 자라거나 홀로 자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만약 내가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이 풀들에 대해 너그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물보다 더 튼튼히 더 강하게 자라면서 작물이 먹을 양분을 빼앗고, 햇볕을 가리기 때문에 지금은 여지없이 내가 휘두르는 낫에 베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풀은 잘 뽑히기도 하지만 어떤 풀은 지독히도 고집을 피웠다. 풀은 뿌리째 뽑지 않으면 며칠 후에 다시 이전보다 더 굳건히 자라는 습성이 있어서 기어코 힘을 다해 뿌리를 뽑아야 했다. 

온 힘을 다해 풀을 뽑다 보면 허리에 통증이 오고 어깨가 무거워지고 팔이 저려오기 시작한다. 잠시 쉼을 가져야 한다. 아니면 내일로 미뤄야 한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낫질은 오기를 부려서라도 몽땅 해치우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그렇게 객기를 부리다가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몸을 일으켜 밭을 돌아본다. 그리 힘을 썼는데 베어야 할 풀은 아직도 많다. 풀을 벤 자리보다 베야 할 자리가 많다. 오늘 이만큼, 내일 저만큼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짜나 계획이 어찌 내 마음대로 될쏘냐. 다음 날은 여지없이 어떤 일이 있어 미뤄지기 일쑤다. 그러면 그저께 벤 헛골에 풀은 다시 얼굴을 디밀고 있다. 헛웃음이 나온다. 

한참 풀을 베고 나면 내가 콩 농사를 짓는 것인지 풀 농사를 짓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풀은 유박의 기운을 받아 그 어느 해보다 더 튼실하게 자랐다. 그래서 더 미룰 수 없었다. 또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오늘 손을 쓰지 않으면 비가 그친 뒤의 밭은 풀밭으로 그야말로 풀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의 낫질은 삼일 동안 이어졌고 풀을 벨 때만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어 장마 전 풀과 휴전을 맺어 지금은 소강상태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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