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나르시시스트의 피해자 코스프레

기사승인 2024.07.09  22:43:18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만난 지 얼마 안되었는데, 그 사람이 자신이 겪은 큰 불행이나 어려움(가정사 또는 남편과의 갈등)을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부당한 박해나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운이 나쁜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당해왔는지를 말한다면 그 사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당신의 마음을 자극해서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얼마나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인지를 어필하려 들 것이다. 자신의 팔자가 얼마나 사나웠는지, 나쁜 사람(나쁜 배우자)을 만나 얼마나 인생이 힘들었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들은 늘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은 늘 최선을 다했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 때문에, 환경 때문에, 그 무엇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지독히도 힘들게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쏟아놓는 이러한 말들을 듣고 나면 듣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을 안쓰럽게 여기는 측은지심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스펙트럼상 나르시시스트와 정반대의 위치해있는 착하디착한 에코이스트들은 안쓰러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어서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 “저 사람 이야기를 들고 보니 정말 기구한 인생을 살았구나, 참 불쌍하다. 저 힘없는 사람이 자기 문제를 해결할 도리가 없으니 누가 구해줘야만 하는구나, 내가 아니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런 동정의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그 순간이 바로 나르시시스트의 함정에 빠져들게 되는 아주 위험한 순간이다. 당신이 그 나르시시스트를 향해 측은한 마음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은 그 앞에서 꺼내지 못하게 된다.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말이나 그 사람의 뜻을 거스르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에는 당신의 상식이나 자기 존중마저 양보하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이런 식으로 당신은 점점 그 사람의 감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르시시스트의 머릿속에서는 서열관계가 완전히 정립된다.

그 결과 나르시시스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무슨 행동이 무엇이든 다 하는 서열상 윗사람이 되고,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윗사람이 되어버린 나르시시스트의 심기를 늘 살피는 아랫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나르시시스트와 당신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수직적인 서열이 정립돼버리면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을 만만한 존재로 취급하게 된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때부터 나르시시스트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당신으로부터 찾기 시작한다.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나르시시스트는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이 오직 당신에게만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당신 때문에 그 문제가 일어났으며, 당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르시시스트인 경우에도 이런 식으로 몰아간다. 아무 잘못이 없는 당신은 느닷없이 가해자로 취급당하게 된다. 나르시시스트의 입에서는 결코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늘 남들이 잘못한 거고, 특히 당신이 제일 잘못했다고 할 것이다.

나르시시스트가 늘 습관처럼 표현하는 패턴이 있다. “당신이 이러이러했기 때문에 내가 이러이러한 거잖아”라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자기가 바람을 피워놓고는 “당신이 애들만 신경 쓰느라 꾸미지 않고, 자기에게 소홀했기 때문에 내가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자기가 저지른 불륜도 결국 당신 탓이 된다. 당신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자신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고, 당신이 말을 잘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화가 난 거라고 말한다. 바로 당신 때문에 자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이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모두 당신 탓이라고 주장한다.

순진한 에코이스트들은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린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내 탓이야, 내가 제대로 행동하면 저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거야”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 어떠한 책임도 느끼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지만 자신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없다고 억지를 부릴 것이다. 이것을 빨리 간파해야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이 잘 되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처럼 불행한 채로 살기를 바란다. 그들은 당신의 삶의 기쁨을 일부러 짓밟고 당신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그것이 당신을 위하는 옳은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나르시시스트가 이런 생각을 갖는 이유는 그들이 성인아이이기 때문이다. 나이 먹고 몸만 컸지 정신적으로 어린아이에 불과한 나르시시스트들은 자기가 우기기만 하면 그게 진실이 될 것처럼 생각하는 어린아이 특유의 마법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자신이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가면 자기 말이 진실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자신이 피해자이며 당신이 가해자임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큰소리를 치면 큰소리를 치는 만큼 자기 말이 진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나르시시스트 앞에서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나르시시스트의 전능 환상을 더 이상 만족시켜주지 않아야 한다. 물론 순응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자기주장을 하고 단호해지면 나르시시스트는 점점 더 자주 분노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신경쓸 필요없다. 언제까지 주눅들어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단호하게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차분하게 말없이 바라보며 회색돌기법(Gray rock:상대방의 감정적인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중립적이고 무감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수준이 그것밖에 안되냐?”라는 경멸 반, 연민 반의 눈빛을 던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르시시스트가 화낼까봐 두려워서 억지로 웃으며 비위를 맞추는 식의 행동을 멈춰야 한다. “그래 내가 잘못한 것 같다. 미안하다”라는 식으로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는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짓을 하는 이 나르시시스트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잘 분간하여 절대 휘둘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