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살인자들, 사기꾼들, 꼭두각시들의 놀이터인가?
예수와 바울의 복음뿐 아니라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할 것인가?
김준우(은퇴 목사)
1.자기네가 하는 그러한 일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올 것이다”(요한 16:2)
유엔 사무총장과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세계의 종교 지도자들은 전대미문의 전 지구적 기후 붕괴와 대멸종 사태에 대응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기후재난 마지노선 1.5도를 이미 넘었고 조만간 2도 상승할 것이라서, 기후 지옥과 식량 폭동, 핵전쟁 위협과 문명 붕괴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은 자녀와 손주들의 위태로운 목숨을 지킬 방법을 시급하게 찾기보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앞잡이 노릇에 올인하는가? 특히 감리교회는 왜 퀴어들을 축복한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키고,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선언함으로써 퀴어들의 하나님 경험조차 이단으로 매도하는가? 기독교인들의 혐오와 숨 막히는 심리적 불안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 성소수자와 그로 인해 노심초사하는 부모와 상담하고 기도했던 목사나 장로가 총회 대표들 가운데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퀴어신학개론”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예루살렘 성전 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의 선동에 따라 예수를 죽이라고 외치던 군중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육우당, 변희수, 김기홍, 임보라 목사를 비롯한 많은 퀴어와 지지자를 절망의 벼랑 끝으로 밀쳐버린 것이 바로 우리들의 교회가 아니었던가?
우리 가운데 있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막무가내였고 집요했다. 2024년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에 참여한 여섯 명의 목사에 대해 또 종교재판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또다시 몸서리치게 되었다. 율법을 지키면 복을 받고 지키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신명기 율법의 조건적인 상벌의 하나님과는 완전히 달리, 무조건적이며 무차별적이며 무한한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친 예수(마태 5:45)와 바울(갈 3:28)의 포용과 환대와 차별 철폐의 급진적 평등성(radical equality)의 복음을 실천한 목사들을 또다시 종교재판에 회부하는 율법주의적 목사들의 독선과 동역자들에 대한 극도의 잔인성이 30년 전, 변선환 학장과 홍정수 교수에 대한 종교재판의 악몽을 되살려냈기 때문이다.
최근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삼촌이라는 어느 목사가 조카의 소설은 “타락의 극치”라고 공개 편지를 쓴 것보다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결정한 것이 훨씬 더 충격적인 이유는 그것이 어느 목사 개인의 끔찍한 독선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요한 16:2) 교단 총회의 공식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감리교회의 집단지성이 예수와 바울의 포용과 환대와 차별 철폐의 복음뿐 아니라 웨슬리의 신학 전통을 거부한 공식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가르치며, 또한 교인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는 목사들은 성경의 인물들뿐 아니라 교인들 가운데도 삶의 무게 자체가 특히 무거운 이들이 있으며, 때로 사람들이 겪는 절망의 깊이가 얼마나 끝을 모를 정도이기에 성경에도 “무저갱”(bottomless pit)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며, 또한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처들이 얼마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지를 종종 경험할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 하나님의 두드러진 특성이 “긍휼(compassion)이 심히 크신” 분이며, 예수님도 “긍휼,” 즉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특히 많이 강조하신 이유를 목회 현장에서 자주 경험을 통해 체득할 것이다. 이처럼 성경적으로나 목회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긍휼”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을 목사와 장로들의 집단지성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한다면서 그런 반복음적이며 반성경적이며, 반기독교적이며, 반웨슬리적이며, 반과학적이며, 반인권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큰 아이러니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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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예무역의 중심지 브리스톨에서 노예제 폐지를 설교하는 웨슬리 목사 | ||
2. “너희가 지금 본다고 말하니 너희의 죄가 그대로 남아 있다”(요한 9:41)
또한 퀴어 문제는 단순한 신학적 문제가 아니라 혐오와 차별과 멸시의 아픔과 고통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퀴어들의 목숨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서, 매우 위태롭고 취약한 퀴어들을 더욱 위태로운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치명적인 결정이다. 성소수자들이 가족들과 사회로부터 얼마나 혐오와 차별과 멸시를 당하면, 동성애자들의 29%, 트랜스젠더들의 40%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겠는가?(김승섭 외, 『오롯한 당신: 트랜스젠더, 차별과 건강』, 숨쉬는책공장, 2018, 46). 더구나 종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한 성소수자들의 자살 시도가 38%나 더 많을 정도로 교회는 도움이 절실한 하나님의 귀한 자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Leigh Finke, ed., Welcoming and Affirming: A Guide to Supporting and Working with LGBTQ+ Christian Youth, Broadleaf Books, 2020, 72에서 재인용). 이처럼 “성소수자의 자살 시도 비율은 한국의 일반인들보다도 9배가 높다”(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동아시아, 2017, 216). 한국의 어느 집단도 이렇게 높은 자살 시도 비율을 보이는 집단이 없을 정도로 성소수자들의 일상적 삶이 사람들의 혐오와 멸시, 차별과 배제로 인해서 지옥처럼 고통스럽고 숨이 막히며 절망적인 현실이라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인 순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하나님의 아이”(God Boy)라고 인정받을 정도로 매우 경건했던 저스틴 리의 자서전(Justin Lee, Torn: Rescuing the Gospel from the Gays-vs.-Christians Debate, New York: Jericho Books, 2012)이 증언하는 것처럼, 미국에서 전환치료를 주도했던 단체들은 모두 가짜였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동성애를 가정과 교회를 위협하는 적으로 설정하고, 동성애자는 전환치료를 통해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는 가짜 뉴스를 선전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는 “성소수자들의 적”으로 간주되며, 교회 내부에서부터 가짜 뉴스와 복음에 대한 왜곡이라는 “독극물로 교회를 죽이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생물학적 성(sex)은 남성과 여성만이 아니라 간성(intersex)도 있다는 점이다. 간성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전형적 이분법에 해당하지 않는 성소수자로서, 내부 생식기는 난소이지만 외부 생식기는 남자의 성기를 갖거나, 내부 생식기는 고환이지만 외부 생식기는 여자의 성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도 약 25,000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신이 성적으로 이끌리는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범성애, 무성애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일반 상식이다. 자신의 젠더에 대한 자각을 뜻하는 성 정체성(gender identity) 역시 단순히 남성, 여성만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를 포함해 16가지라는 것이 일반적 정설이다.
그러나 이성애자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적인 모습인 것처럼,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들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적인 모습이라는 명명백백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혐오와 독선에 눈이 먼 사람들이 유독 개신교인들 사이에 많은 현실이다. 동성애처럼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성적 지향 자체는 결코 죄가 아니라는 사실은 지동설보다 훨씬 단순한 과학적 진실이다. 그러나 혐오 세력은 “이성애자들의 집단 강간 미수 사건”인 소돔 고모라 이야기를 동성애자 저주 본문으로 왜곡하면서, 예수님을 죽이는 데 앞장섰던 예루살렘 성전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처럼 율법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지옥에 갈 죄인들이라고 정죄하고 멸시하고 차별할 대상을 확보해야만 자신의 구원에 대한 확신과 도덕적 우월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상태가 아닌 성소수자들을 죄인이라고 정죄하는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눈 먼 사람을 죄인이라고 정죄한 제자들과 바리새인들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신명기 28장의 축복과 저주의 말씀을 완전히 뒤집어, 눈이 먼 상태라는 결과를 놓고 그 원인을 죄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 터무니없는 무지와 왜곡과 편견에 불과하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이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요, 그의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그에게서 드러내시려는 것이다”(요한 9:3)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그를 치유하심으로써 그가 지닌 타고난 존엄성과 잠재성을 발휘하게 하셨을 뿐 아니라, 그를 통해서 “나는 이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 못 보는 사람은 보게 하고, 보는 사람은 못 보게 하려는 것이다. … 너희가 눈 먼 사람들이라면, 도리어 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지금 본다고 말하니, 너희의 죄가 그대로 남아 있다”(요한 9:39, 41)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오히려 제자들과 바리새인들의 성경 왜곡과 율법주의적 확신과 독선이 죄임을 분명히 가르치셨다. 그러나 감리교 지도자들은 매우 단순하고 명백한 과학적 결론뿐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편견에 사로잡혀 눈이 먼 것이 아닌가 싶지만, 자신들은 “지금 본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속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기독교인들 가운데 여성, 흑인, 장애인, 이주민, 노숙자,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이 마음을 바꾸어 그들을 사랑하게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교회가 혐오를 부추기거나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외국인 혐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용인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혐오와 차별은 예수와 바울이 목숨을 바쳐 가르친 구원의 복음과 정반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표적인 감리교 신학자 존 캅, 월터 윙크, 도날드 쉬라이버를 비롯해서, 장로교 총회장을 지낸 잭 로저스, 미국 침례교의 제임스 포브스, 프란치스코회의 리처드 로어 등 수많은 외국의 신학자들과 한국 감리교회의 대표적인 신학자들 모두가 성소수자들의 천부적 권리와 완전한 교회 참여를 옹호하는 것이다.
3. “세리들과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리라”(마태 21:31)
예수님을 처형한 사건에서 보듯이, 종교가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포용하지 못하고 출교/처형할 때는 궁지에 몰렸으며 위축되었다는 증거다. 종교 지도자들이 “사랑만이 판단의 잣대”임을 인정할 여유조차 없기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만만한 희생양을 찾을 정도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가로막는 폭력적 반동 세력이 된다. 여성 억압, 인종차별뿐 아니라, 농노제 폐지를 마지막까지 반대했던 교회의 흑역사가 오늘도 우리가 한평생 몸담고 살아가는 한국 감리교회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자괴감이 들 뿐이다.
칼빈의 이중예정론을 신봉하는 미국장로교회(PCUSA)가 최소한 20여 년에 걸친 진지한 토론을 거쳐 2014년 총회에서 성서에 근거해서 동성결혼을 승인하게 된 결정 과정과 최근 미국연합감리교회(UMC)가 교단 분열을 감수하면서까지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천부적 권리와 완전한 교회 참여를 인정하게 된 과정에 대한 진지한 신학적 검토 없이 내린 이단 결정이라는 점에서 한국 감리교회는 또다시 세계 교회의 조롱거리가 되었다(미국장로교회 총회장을 지낸 잭 로저스 박사의 <예수, 성경, 동성애: 신화를 타파하라, 교회를 치유하라>, 2015를 보라).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선언한 감리교는 앞으로 계속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할 것이며, 기성세대가 모두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미혹케 하는 영”(딤전 4:1)에서 벗어날 것이다. 예수와 바울의 포용과 환대와 차별 철폐의 복음과는 반대로 성소수자들에게 교회의 문을 공식적으로 닫아 버린 감리교는 세상 사람들과 젊은 세대에게 버림받고, 더욱 빠르게 몰락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는 동성애자 안수를 반대하는 목사와 교회들이 탈퇴함으로써 감리교의 정체성을 되찾았다. 그러나 한국 감리교회는 존 웨슬리 목사가 강조한 네 가지 신학적 기준(성경, 전통, 경험, 이성)을 내팽개쳤다. 퀴어 축복과 퀴어신학을 그 네 가지 신학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 않은 결정은 무효이며, 감리교 정체성을 포기한 것에 불과하다. 퀴어 기독교인들의 가슴 벅찬 은총의 경험, 퀴어 신학자들의 번득이는 이성적 고백을 전혀 경청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웨슬리 신학의 대표적 특징인 보편적 정신(Catholic Spirit)과 사회적 성화(Social Holiness)를 내팽개쳤다. “세계는 나의 교구”라 외친 웨슬리 목사가 1788년에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브리스톨에서 “극악무도한 노예제” 철폐를 설교함으로써 교회 의자들이 파괴될 만큼 큰 폭력 사태를 겪으면서도 강조한 것이 바로 그 두 가지 정신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살해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이 성전 제사장들과 종교 근본주의적 바리새인들이었던 이유는 그들에게 예수께서 가르친 철저한 포용과 환대와 차별 철폐라는 급진적 평등성의 복음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허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대인의 특수한 선민의식, 할례와 정결 음식법 등 “성결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도덕적 우월감을 지탱할 뿐 아니라 성전의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리들과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리라”(마태 21:31) 하고 가르치고 또한 회당에서 엘리야와 엘리사 시대에 하나님은 유대인들이 아니라 이방인들(시돈 사렙다 마을의 과부, 시리아 사람 나아만)을 선택하셨다고 가르치자(누가 4:25-27), 사람들은 예수님을 산 벼랑으로 끌고 가서 죽이려 했던 것이다(누가 4:29). 오늘날 대형교회 목사들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극구 반대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기득권과 교회의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판단된다.
예수님은 도대체 왜 그처럼 도발적이었는가? 율법을 지키는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 앞에서 “세리들과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리라”(마태 21:31)고 가르치셔야만 했는가? 왜 회당에서 유대인들을 앞에 놓고 하나님이 유대인들보다 이방인들을 더 사랑하신다고 가르치고, 탕자의 비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큰 잔치의 비유, 두 아들의 비유 등을 통해, 자신은 구원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인사이더들”(큰아들, 제사장과 율법학자,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 둘째 아들)이 아니라 “아웃사이더들”(탕자, 사마리아인,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 나중에 뉘우친 큰아들)이 구원받는다고 매우 도발적으로 가르치셔야만 했을까? 자칭 믿음이 좋다는 사람들의 자기 의로움과 우월감이 너무나 완고하기 때문에, 매우 도발적인 가르침이 아니고는 그들의 완악한 마음을 흔들어 깨울 수 없으며, 율법 조항들 때문에 말라서 비틀어진 그들의 영혼의 문을 열어젖힐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론적으로 하나님이 귀하게 창조하신 성소수자들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근거한 존재 자체에 대한 “극악무도한” 차별과 퀴어신학 문제는 예수와 바울의 복음뿐 아니라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하느냐 아니면 회복하느냐 하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부격차는 더욱 악화되고, 생태계 파괴 역시 더욱 악화되며, 기후비상사태 역시 더욱 악화되어, 민주주의가 위협당할 정도로 극단주의자들의 혐오와 폭력은 더욱 증폭되고 조만간 문명의 붕괴에 대비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며 불안과 절망, 무기력감이 팽배한 사면초가에 둘러싸인 우리의 현실에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결정한 감리교회 지도자들 역시 예수께서 “인사이더들”보다 “아웃사이더들”이 더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다고 가르치신 것에 대해 예수님을 죽일 작정을 하고 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4. “나를 두고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두고 울어라”(누가 23:28)
특히 지난 50년 동안 탁월한 신학자들, 영성가들, 목회자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지만,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지고, 생태계 파괴 역시 더욱 악화되어,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보내실 만큼 사랑하신 세상(cosmos)의 기둥들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현실이다(Bill McKibben, The Flag, the Cross, and the Station Wagon, 2022).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목사들과 장로들의 평생 헌신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다. 신자유주의의 횡포를 막아내지 못해 인류의 생존과 평화와 문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명이 붕괴한 것은 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을 견디지 못한 때문이다(Michael Mann, Our Fragile Moment, 2023; 샐리 맥페이그, <불타는 세상 속의 희망 그리스도>, 2023). 단적으로 임진왜란과 한국 전쟁 같은 역사가 계속 증언하는 것처럼 언제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늦을수록, 최악의 대재난을 더욱 피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지금 교회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정조준할 과제는 동성애 반대나 차별금지법 반대가 결코 아니라, 하나님이 수십 억 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여 창조하신 지구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인류가 직면한 기후 붕괴와 문명 붕괴라는 생존의 위기다. “매일 히로시마 원폭 40만 개씩 폭발하는 열이 지구에 추가되고 있다”(제임스 핸슨). 따라서 날이 갈수록 살인적인 폭염, 가뭄, 산불, 홍수, 폭풍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식량 가격 상승과 식량난,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민주주의의 붕괴, 난민 증가 역시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50만 명에 이르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독성물질 때문에 발생하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700만 명에 이른다.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식량 생산은 21% 감소했다. 1970년 이후 야생동물은 68%, 곤충은 75% 감소했다. 미국에서 산불과 폭풍, 홍수 등의 기후재난으로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2022년에 3백만 명이 넘었으며, 2023년에는 250만 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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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EP, <2023 (온실가스) 생산량 격차보고서> | ||
문제는 다음 세대들이다. 세계 인구 30%가 사는 지역이 50년 후에는 사하라 사막처럼 연평균기온이 30도가 되어 거주 불능 지역이 된다. 2021년에 대기오염으로 죽은 다섯 살 이하 아동은 70만 명이 넘었다. 아이들은 부모 세대가 자기를 지켜주리라 믿었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믿음을 배반했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아동들의 천식 환자는 거의 세 배 증가했다(Debra Hendrickson, MD, The Air They Breathe: A Pediatrician on the Frontlines of Climate Change, 2024). 아이들의 폐가 산불과 대기오염으로 병들어 평생 숨 쉬는 데 지장을 받게 만드는 것이 기성세대들이라는 말이다.
기온 상승에 가속도가 붙어서 2030년에 2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기후변화의 아버지” 제임스 핸슨의 예측이다. 2050년에는 2도 방어댐도 무너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3년 (온실가스) 생산량 격차보고서>가 보여주는 것처럼, 기후변화 협약에 서약한 151개국이 감축서약(NDC)을 모두 이행하면 2050년까지 2.5도 상승할 것이지만, 산유국들은 2050년까지 매년 200억 톤씩 초과 생산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도 상승은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의 임계점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IPCC의 보고서가 강조한 것처럼, 2도 상승하면, 산호초의 99%가 파괴된다. 또한 대기오염으로 매년 1억5천만 명이 사망하게 된다. 2050년에는 극한 폭염이 지금보다 여덟 배 증가할 것이며, 식량 생산은 1/3이 감소할 것이며, 기후난민은 12억 명에 이를 것이다. IPCC에 참여한 기후과학자들 380명이 응답한 바에 따르면, 77%는 2100년까지 최소 2/5도 상승, 42%는 최소 3도 상승을 예측했다. 3도 상승 이전에 동시다발적 식량 폭동과 기후 전쟁으로 인류 문명이 붕괴할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한다.
이처럼 우리 자녀들과 손주들의 생존과 미래가 촌각을 다툴 정도로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감리교 지도자들은 퀴어 축복식에 참여한 목사들에 대한 종교재판을 계속하며,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공식 결정하고 난 후에 “역사적 첫발을 내딛었다”면서 매우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인류의 가장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미국에서는 “베이비, 드릴, 베이비”를 외치면서 “파리협약 두 번째 탈퇴”와 “기후 정책 폐기”를 공약한 트럼프가 백인 기독교인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어 귀환했다.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82%가 트럼프를 지지했을 정도다. “60년 만에 만들어진 기후 정책”(Chelsea Henderson, Glacial: The Inside Story of Climate Politics, 2024)을 폐기하는 것을 뒷받침한 것은 “더 이상 지구가 필요 없다”는 공중 휴거(rapture)를 가르친 사기꾼 목사들의 구원론 때문이란다. 때로 “사탄도 빛의 천사로 위장한다”(고후 11:14)는 말씀은 여전히 진실이다. 그러나 살인자들, 사기꾼들, 꼭두각시들의 헛되고 헛된 놀이터가 된 것처럼 보이는 제도종교의 짙은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의 무조건적이며 무차별적이며 무한한 급진적 사랑과 평등성을 가르친 예수님의 복음은 항상 그 밝고 찬란한 생명과 구원의 빛을 깜박이며, 절망적인 어둠을 밝힌다는 사실 역시 우리가 뼛속에 굳게 간직한 믿음의 진리다.
김준우 honestjesu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