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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평론> 187호, 녹색 평론사, 발행인 김정현, 1991~)
어느 날, 동네 밴드에 알림 글이 떴다. “<녹색 평론> 함께 읽으실 분을 찾습니다. “ 냉큼 댓글을 달아 손을 들었다. 가끔씩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씩 보게 된 잡지 및 소식지들이 첫 장만 간신히 넘겨본 상태로 집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는데 꽤 많은 분량의, 그것도 내용 묵직한 잡지를 추가로 읽어 볼 엄두가 안나 감히 시도를 못 했는데, ‘함께 읽기’의 힘에 이끌려 덜컥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19년부터 시작하였는데, 읽다 보니 자석과 같이 끌려 지금까지 계속 모임을 가지면서 읽고 있는 중인데, 크고 작게 나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녹색 평론 누리집 첫 여는 글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녹색 평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의 재건에 이바지하려는 의도로 발간되는 계간지입니다.”
1991년, 문학 평론가이자 생태운동가인 김종철 선생이 발행을 시작하였고, 2020년 발행인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1년의 휴식 기간이 지난 후 김종철 선생의 따님(오!!)인 김정현 님이 맡아 격월간지에서 계간지로 바꾸어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기본소득, 소농 중심의 농본주의, 지역화폐. 기후위기 등 지속적으로 다루는 주제와 함께 의료 파업 등 현안에 대한 설명 및 대안에 대한 글들이 함께 있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유일한 대안이다’는 표제를 가진 이번 가을호에는 어떤 글이 있었나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중립화를 제안한다] 한국에 ‘중립화추진 시민연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전쟁에 참여하거나 지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쟁하는 나라에게 어떠한 편의도 제공하지 않는 것”인 중립의 본질을 내건 한국의 중립화 추진은 조선시대 말부터 시작되어 1990년대 말부터는 시민 운동차원에서 단체가 생겨났다. 비록 주한미군의 존재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미국의 보복을 당하지 않고 중립화를 추진하기는 어렵겠지만, 고래사이의 새우가 되지 않기 위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중립화로의 방향성이 필요하겠다.
[다른 삶의 마당 ‘항꾸네’] 이런 곳이, 이런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던가? 녹색평론을 읽다 보면, 대안의 삶을 꾸려나가는 곳곳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한국만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항꾸네’는 곡성의 귀농 이웃 모임들로 이루어진 협동 조합으로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위해 시도한 여러가지 일들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귀농 청년 쉐어하우스를 두고 운영하면서 청년들과 함께 사는 일을 모색하는데, 이런 이들을 통해 자연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며 ‘다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마당’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민의회 돌아보기], [추첨제와 정상상태경제] 근래에 녹색평론에서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인 ‘시민의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작위 표집’ 방식으로 선발된 시민 의회 의원을 통해 숙의 및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나온 견해가 얼마나 좋은 결과가 나오던지… 선거에서 표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없으므로 주제에 집중할 수 있고, 또 다른 이의 의견에 경청하게 되어 특정 집단이 아닌 일반 공익을 위해 가장 좋은 결론을 내린다. 아이슬란드나 아일랜드 등에서는 중요한 정책에서 변화의 동력을 주고 있고 그 외의 국가들에서도 계속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등 여러 시도가 있긴 하였지만 의제 선정과 진행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주도성이 낮았고 제안으로서만 끝난 아쉬움이 있다.
이 외에도 [어울리는 즐거움, 짓는 기쁨, 연대하는 보람]에서는 문경에서 그리 크지 않은 밭 하나를 공동 경작하여 수확물은 필요한 곳에 나눔을 하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좌담, 초고령사회,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에서는 계층화, 대상화되고 있는 노년에 있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함께 읽고 같이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한다. 혼자 읽기보다는 전국에 있는 독자 모임-책 뒷편에 지역 모임 소개가 있다-에서 함께 읽기를 권한다. 같이 읽음에 꾸준히, 또 조금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은 만남이 생기는 것은 큰 기쁨이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정치적 행동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본 책 147쪽 글 중에서)
조주희 (회사원, 색동교회 교인)
조주희 색동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