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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정치학>, 스탠리 하우어워스, 백지윤, IVP, 2019)
2025년을 맞이하면서 2024년에 매듭짓지 못한 일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계엄선포에 이은 탄핵정국이 갈피를 잡지 못한 가운데 정치적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정치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국어사전에는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정치의 가장 큰 기능은 이해관계 조정과 공동체의 목적 실현이다.
백인백색이란 말이 있듯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는 다름이 늘 존재하고 그에 따른 갈등이 반복된다. 이때 공존이란 큰 목적으로 서로의 이견을 조정하는 일, 곧 정치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이기는 것보다 상호협력과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정치의 미학이다.
이익을 위한 협치는 소수집단에게 국한되기 십상이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는 이권에만 혈안되어 살아가는 조폭세계와 다르지 않기에 인권, 평등, 평화, 경제, 국가 등과 같은 대의명분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입장과 해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기독교 윤리학자인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교회의 정치학>에 이 이렇게 말한다.
“교회는 단지 더 넓은 정치체계에 어떤 방식으로든 유용함을 끼칠 수 있는 ‘자발적 연합‘이 아니라 다른 모든 정치체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실천들로 구성된 공동체다.”
세상 밖이 아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교회공동체는 정치가 필요하며 정치적 입장이 서 있어야 한다. 하우어워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세상의 방식이 아닌 우리의 방식으로 세상을 서술하고 교회는 우리의 삶을 지배한 정치의 대안적 정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하우어워스는 교회의 정치학을 통해 6장에 걸쳐 정의, 자유, 성(인종)에 대한 정치적 논쟁거리를 다루고 하나님 나라, 성서적 입장에서 세상을 어떻게 구원하고 하나님 나라로 가꾸어 나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그의 논지를 따라가면 이 책의 원제 After Christendom처럼 기독교왕국 이후 또 다른 기독교국가를 건설하려는 이상을 펼치려는 것은 아닌지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책은 변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복음으로 하나님 나라의 대안적 목소리를 교회가 내기 위해 아래와 같이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그리스도가 오게 하신 나라에 반대되는 지배와 폭력의 패턴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증인들이 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교육자들이 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복음을 소통할 수 있는가?”
‘그리스도인은 그들의 신앙이 모든 사람을 위한 공적 진리로 선포되지 않는 그들만의 특별 구역 안에서 피난처를 찾으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레슬리 뉴비긴은 말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교회는 ‘더 강력해지는 파괴적 관습에 대해 계속 눈감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비판적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인가’ 말해야 한다. 하지만 교회의 말(가르침)의 실천이 우리가 부름받은 그리스도의 이야기에 대한 증언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헛수고만 하는 셈이다.
교회의 정치학은 세상을 향해 하나님 나라의 사상을 주장하지만 강요하지(폭력적이지) 않고 말보다 조용한 실천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하우어워스는 말미에 한 대학원생의 편지를 수록했는데 이 책의 내용을 요약, 보충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말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것 때문에 우리의 삶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에 의존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고도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사족: 개념없는 말과 감정적 주장만 떠드는 이들의 폭력이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즘, 그래도 새해 안녕을 빕니다.
이원영 목사(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
이원영 총회농촌선교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