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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 정상화, 이젠 교회가 나서자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연말이 다가올수록 한반도 정세가 2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불안하다. 북미간 가시돋힌 말폭탄이 시작되더니 급기야 무력사용을 거론하고, 미국이 유엔 안보리까지 소집하며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북미관계가 전쟁위기 직전까지 갔던 2017년의 양상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회담의 촉진자로서 한반도평화의 회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문재인 대통령도 ‘연말의 시한’을 앞두고 있지만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일련의 대치국면에서도 상호협상을 원하고 있는 심중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파국과 타협의 널뛰기가 계속되어야 하는가? 손발이 묶인 채로 우리는 언제까지 조바심만 태우고 있어야 하는가?

삼발이는 둥근 쇠 테두리에 발이 세 개 달린 기구로 주전자, 냄비 등을 올려놓고 음식물을 끓이는 데 쓰인다. 삼발이의 한 쪽 다리라도 기우뚱하게 되면 음식물은 엎질러지고 만다. 남북한과 미국의 3국 관계가 꼭 삼발이를 닮았다. 그런데 이 삼발이가 위태롭다. 누구 때문일까? 북한의 핵개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의 미국 행태는 이 삼발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지소미아 종료철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근거도 없는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 미국 대사의 오만방자한 태도, 전시작전권 전환 후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강화 시도, 남북정상간 합의 이행에 대한 통제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미국이 과연 우리나라를 주권국가로 인정이나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게 한다. 미국의 패권적인 태도는 진정한 동맹관계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대중국 관계에서 불안요소가 되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질서 구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종속적인 대미관계에서 벗어나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힘들게 합의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반 조치들은 결코 실행할 수가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소된다면 북한으로부터도 조롱받고 패싱당하는 일이 반복될 뿐이다.

이 점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1953년 10월 1일 조인)의 불평등문제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 제4조에서 미군의 한국 배치를 권리로 규정했다는 것 자체가 불평등하다. 더군다나 필리핀이나 일본과 비교해서도 그 불평등성이 매우 높다. 이 조약을 바탕으로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인 SOFA(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가 부속협정으로 만들어졌고, 이 SOFA에서 주한미군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이 나왔다. 예외적인 협정을 별도로 만든 것인데, 미국은 이 변칙협정을 분담금 5배 인상요구의 국제법적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상호방위조약은 우리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미국의 전쟁에 일방적으로 끌고들어갈 위험이 높다는 것이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 요구 과정에서 드러났다.

우리의 군사적 주권을 잠식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한국교회가 미국교회 등과 협력하여 정상적인 대미관계의 정립에 기여한다면 통일운동에서 중요한 물꼬를 틀 수 있다. 한국교회는 통일운동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1988년의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의 귀한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 88선언에 “한반도 안에 있는 핵무기는 물론 한반도 밖에서 겨냥하고 있는 무기들도 철수시킨 뒤 한반도 전역에 걸친 평화와 안정이 보장될 때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당시로서는 매우 전향적이었던 내용을 창조적으로 이어나가는 길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폐를 추진하는 것이다.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제이지만 한국교회의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확보하며 한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당당히 결음을 내딛는다면 평화통일시대를 여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주화’를 이루지 못하면 평화통일로 나아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이제는 대미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근복/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이근복  director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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