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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몰락, "쿠바가 옳았다"지구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나라가 어느 나라일까? 사람들은 스웨덴, 핀란드, 그런 나라들을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에 따르면, 답은 쿠바일 것이다. 쿠바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은 사회주의국가, 독재자 카스트로를 떠올리면서 북한과 한 통속으로 보려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오해다.


   
▲ 지구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의료 교육 등 인간개발지표를 충족시키는,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이 두 기준을 충족시키는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 단 한 나라밖에 없는데 쿠바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발표하는 <리빙 플래닛 리포트>라는 보고서가 있다. 2006년에 발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의료 교육 등 인간개발지표를 충족시키는,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이 두 기준을 충족시키는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 단 한 나라밖에 없는데 쿠바이다”라고 말했다.

즉, 국민 1인당 생태발자국이 1.8헥타르 이하로 지속가능성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평균수명이나 문자해독률 교육수준 1인당 GDP 등을 토대로 산출한 인간개발지수 0.8 이상을 충족시키는 나라가 유일하게 쿠바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쿠바에 대한 재발견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건강보험제도의 비참한 모습을 파헤친 영화 <식코>에서도, 칭송해마지 않는 나라가 쿠바이다. 실제로 의사 한 사람 당 환자수가 가장 적은 나라가 쿠바이다. 의료천국이라 불린다. 이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독서 가운데 하나였다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의 저자 요시다 타로의 후속작이다. 이 책의 일본어판 제목은 <몰락선진국-일본이 쿠바를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강한 나라가 아닌,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다

그는 “경제성장을 이루며 에너지를 펑펑 쓰고 살아도 더 이상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검소한 생활을 통해서만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 대표적인 모델이 쿠바이고, 일본은 쿠바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한국 역시 일본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보탰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문득 백범 김구가 떠오른다. 백범은 강한 나라가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력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이 남의 침략을 말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백성이 강대국 이집트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무기, 그러니까 요즘으로 치면 핵이나 군사력 또는 경제력을 믿고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을 때 하나님은 분노하신다. 하나님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가? 의롭고, 정직하고, 악을 멀리하는 국가이다. 도덕적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고상한 인간 존중의 문화가 꽃피는 국가이다.

이렇게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우리 마음속에 그릴 수 있어야 비로소 지도자를 뽑거나 정책을 판단할 때도 기준이 생긴다. 국민을 무시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인권을 함부로 생각하는 정부에 대해서 ‘노우(NO)’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87%가 자기집을 갖는 쿠바의 저력은… 따뜻함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는 쿠바를 닮자고 말하고 있다. 쿠바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이야기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문맹이 없는 나라, 누구나 최저 9년의 의무교육을 받는 나라, 169개 기초행정구역마다 대학이 있고, 18세에서 25세 젊은이 절반이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지만 교육비는 대학원까지 무료인 나라, 전국민에게 무상의료가 실시되고, 유아사망률 4.7명으로 미국보다 낮은 나라, 아이들에게 접종되는 13종류의 예방백신 가운데 12종류가 국산이며, 세계 유일의 수막염 B형 백신을 포함해 수준 높은 바이오테크와 의료기술을 보유한 나라, 평균수명 78세, 그러면서 100개 이상의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고 있는 나라, 누구나 출산휴가 18주를 받으며, 그 동안 100%의 급여를 지급받고, 추가로 엄마든 아빠든 육아휴가 40주를 받으면서 60%의 급여를 받는 나라, 직장에 복귀한 뒤에도 매일 한 시간씩 모유 수유할 권리를 보장 받는 나라, 임신중의 여성에게는 지장이 있을 만한 일을 시키지 말도록 노동법이 규정한 나라, 가족법으로 부부가 가사와 육아를 평등하게 부담할 것을 규정한 나라이다.

그뿐 아니다. 199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가 왔을 때 연대의 힘으로 극복하였으며 재정위기 중에도 사회복지제도는 중단하지 않았던 나라이다. 

하지만 쿠바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많다. 인권이 탄압되는 독재국가, 경제가 파탄 나고 망명자가 끊이지 않는 빈곤국가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2008년 허리케인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 주택 문제, 식량 및 생필품 부족, 중앙집권적인 관료주의, 이중통화 체제 같은 시장화 정책이 낳은 경제적 격차 등에 대해 시민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요시다 타로 지음, 송제훈 옮김(서해문집 펴냄, 2011)

이 책은 그러한 내용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쿠바의 힘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공동체의 건축가 프로그램이다. 국민의 87%는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이 협소하고 노후하였으며, 건축용 자재는 부족하고, 허리케인의 피해도 크다. 인구의 도시 집중 등으로 인해 주택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심각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바는 '공동체의 건축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공동체의 건축가’는 사회적 노동자로서 활약한다. 우선 의뢰인과 그 마을의 건축가는 수차례의 면담을 통해 거주자가 원하는 집을 함께 설계해간다. 그 과정에서 가족 전원의 숨겨진 요구까지 발굴하는 심리적인 테크닉이 동원된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는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신축 및 개축 비용의 85%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건축자재 보조나 장기주택융자, 저소득 세대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도 뒷받침된다. 친환경 자재 개발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 현지 소비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낳는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도 높이 평가되어 1996년 유엔 해비타트Ⅱ에서 '베스트 실천상 40'에 선정되었고, 2002년 유엔 회의에서는 '세계 주택상'을 수상했다.

한 마디로, 공동체에 대한 따뜻함이 살아 있다. 2005년 미국에서 일어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사망자가 1,836명, 행방불명 705명, 가옥상실 100만 명이라는 대규모 참사를 초래했다. 그런데 이게 명백한 인재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회적 취약계층이 고스란히 재해의 피해자가 되는, 도저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는 꼴사나운 대응방식 때문이었다. 이때 패닉 상태에 빠진 시민들이 식료품점을 약탈했고, 의약품 수송차 습격이나 성폭행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쿠바의 대응방식은 전혀 다르다. 1995~2006년에 걸쳐 쿠바는 열대폭풍우에 3회, 허리케인에 8회나 피해를 입었지만 사망자는 연평균 3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쿠바는 유엔도 인정하는 방재(防災) 선진국인 것이다. 핵심은 재해에 대한 마인드의 차이다. 사회적 격차를 줄여야 재해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쿠바는 평소 각 지역공동체 단위로 해저드맵, 즉 재해 예측지도를 작성한다. 물론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위험에 취약한 곳과 안전한 곳, 그리고 재해에 취약한 사람들을 사전에 인지해둔다.

예컨대 자기 지역 내의 한 건물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있고, 어떤 아파트의 2층과 3층에는 두 살 이하 아이를 가진 미혼모가 11명 있으며, 같은 블록에는 임신 중인 여성도 두 명 있다, 하는 식이다. 그리고 재해 경보가 발령되면(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96시간 전부터 초기 경계가 발령되고 이후의 과정이 정말 신속하게 준비된다) 이들 취약 지구의 주민들이나 취약 계층부터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보살핀다. 여기에는 여성을 담당하는 여성연맹이나 지역 의료의 핵심인 '패밀리닥터'들도 참여하여 이를 일상적으로 확인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재해 이후의 복구작업이다. 일명 '오로라 작전'이라 불리는 복구작업은 자원봉사가 그 근간이 된다. 각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어떤 직장에서는 유급으로 자원봉사를 보내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재해 지역으로 떠나 있는 사이의 업무는 각 직장에 남아 있는 동료들이 서로 나누어 처리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와 주거를 제공한다. 피해 지역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평등하게 아픔을 부담하는, 쿠바 특유의 강한 연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이 쿠바의 힘이다.


박명철 작가(북 칼럼니스트) 

박명철  aim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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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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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phzibah 2012-01-30 19:55:16

    그렇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가 가진 경제력이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뚜렷하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자살자가 늘어나고, 불행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통일비용이 많이 든다며 북한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돈이 아닌지 모르겠다. 쿠바가 그 대답을 알려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제가 미시적인 증인중의 한 사람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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