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남북관계
통일준비위원회, 진정한 국민통합기구냐 대통령 친위기구냐통일준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제안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월 14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령으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4월 중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고 부위원장은 장관급으로 해서 정부와 민간에서 각각 1인씩 둘 계획이다.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한 50인 이내의 정부 및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관련 정무직 공무원들이 참여하고, 민간위원으로는 상당한 경륜과 통일 식견을 가진 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위원회에는 분과위원회를 두며 부위원장과 각 분과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기획운영단이 설치된다. 이와 별도로 통일준비과정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자문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통일준비위원회의 기능은 통일준비를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제반분야별 통일준비 과제를 발굴, 연구하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현재 통일과 관련된 정책입안 및 자문기구로 헌법상의 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통일부가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대통령보다 두 단계 상위법인 헌법상의 기구로 평화통일정책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민주평통의 의장은 대통령이다. 그 아래 수석부의장이 있으며, 50명의 운영위원회와 500명의 상임위원회 그리고 10개의 분과위원회와 27개의 지역회의(272개의 지역협의회)가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조는 그 기능을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 수렴, 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 통일에 관한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의 결집, 그 밖에 대통령의 평화통일정책에 관한 자문·건의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했다. 이것을 위해 사무처에만 차관급 사무처장을 포함해 70명이 근무한다.

한편 정부조직법 제26조(행정각부)는 “대통령의 통할 하에 다음의 행정각부를 둔다.”고 하면서 다섯 번째 순위로 통일부를 규정했다. 정부조직법 제31조에 의하면 “통일부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 통일부에는 장관과 차관을 비롯해 6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보통 대통령직속위원회는 아래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때 그 의미가 있다. 첫째는 업무가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서 하나의 행정부처로는 감당할 수 없을 때이다. 노무현정부에서 설치된 동북아시대위원회, 정부혁신위원회, 지방분권위원회 등이 그 예이다. 둘째는 정부의 관료만으로는 업무를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어 민간과 협치(governance)를 할 필요성이 있을 때이다. 즉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식견이 정책수립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필요성이 있을 때이다. 앞에서 거론한 세 개의 위원회도 이에 해당하지만 노사정위원회나 규제개혁위원회 등도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인가?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설치하려는 통일준비위원회는 어떤 이유로 추진되는 것일까? 현재 존재하는 통일부라는 정부부처로는 통일준비위원회가 하려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인가? 또 헌법상의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도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인가? 더 나아가 대통령직속위원회의 설치요건인 범부처적인 업무와 민간의 역량까지 직접적으로 결합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인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는 청와대나 통일부가 제대로 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발표한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살펴볼 때 이와 가장 유사한 제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범정부적인 통일준비기구의 설치이다. <유코리아뉴스> 2월 12일자에 필자가 작성한 기사의 핵심을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월 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대표연설에서 통일과 관련해 ‘한반도 통일평화협의체’와 ‘초당적 국가미래전략기구’의 설치를 제안했다. 황 대표는 “국가역량을 결집해 북한의 안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동북아 평화질서를 선도”하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합의된 하나의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여야가 함께 국민적인 공감과 합의를 바탕으로 중장기 통일 대북정책을 마련한 후 함께 추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양극화 극복을 위한 일자리정책, 대북정책 및 동북아 외교전략, 한국형 복지모델과 같은 10-20년을 내다보아야 하는 3대 중장기 국가정책”을 위해 “여야는 물론 각계각층이 대동단결해 범국가적이고 초당파적으로 국가역량을 결집하고 국론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대연정의 정신”으로 “국가적 대동단결과 진정한 대통합정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의 통일시대준비위원회와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황 대표의 연설 하루 뒤인 2월 5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대표연설에서 범국가적인 ‘통일시대준비위원회’와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의 설치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독일에서는 진보적인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보수적인 기민당 정부에서 계속 추진”했고, 이를 통해 독일이 통일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되어도 바뀌지 않을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의 마련을 위한 초당파적이고 범국가적인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야·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통일시대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국민통합적 통일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또한 공공부문의 개혁과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대화하고 타협하여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여·야·정과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사회적 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촉구했다.

지난 2월 초 국회대표연설에서 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의 제안은 매우 시기적절했고 또 민족사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중요한 제안이었다. 이에 뒤이어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1주년을 맞아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제안했다. 대통령의 이 제안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환영논평을 냈고 위원회의 성격에 대해 몇 가지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은 위원회가 김대중 정부의 제2건국위원회와 같은 범정부적인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통일준비위원회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
4월에 출범할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여야의 정치권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지지를 받아 통일코리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구성인데, 정부위원 몫 부위원장은 정부부처의 장이 맡는다 해도 민간위원 몫 부위원장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48%를 대변하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즉 현재의 야권과 친화성이 있는 인물이 민간위원 몫 부위원장이 되어야 국민통합적 통일기구로서 의미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위원의 절반가량도 야권의 정책지향과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역할인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헌법상의 대통령자문기구이지만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한 점을 염두에 둘 때, 통일준비위원회는 실질적인 범국민적 통일준비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준비위원회가 입안한 다양한 정책들이 국회를 통해 입법화되고 행정부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

셋째는 통일준비위원회 활동을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새롭게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그 위상과 역할에 한계가 드러났다. 즉 남북관계가 남북대화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사회·문화 등 범정부적인 전방위 협력으로 추진되자 통일부의 역할은 ‘연락사무’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단적인 예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들이 통일부와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점, 그리고 정상회담 이후의 후속조치에서 통일부가 아니라 국무총리가 주도한 점 등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분단관리시대가 아닌 통일시대의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안을 제시할 수 있다.

1안은 과거(1990~1998)처럼 통일부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통일부장관은 범정부적인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사안에 따라 관계 장관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개최하고 안건을 조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안은 총리가 대북·통일업무를 총괄하고 통일부는 총리의 직속 부서가 되는 것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준비 및 후속조치의 과정을 보면 국무총리가 대북·통일정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할 때도 총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활성화되어 남북연합을 향해 나아간다면 국무총리는 대내적인 의전적 총리역할보다 대북정책의 조정 및 조율역할이 더욱 중시될 가능성이 있다. 총리가 이러한 역할을 맡게 된다면 통일부는 오늘날 총리직속의 국무조정실처럼 총리직속으로서 대북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3안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처럼 대통령직속으로 범정부적인 위원회가 설치되고 이 위원회의 정부측 부위원장(대통령이 위원장일 경우) 또는 위원장을 통일부장관이 맡는 것이다. 이때 현재의 통일부는 이 위원회의 사무처 역할을 감당한다. 그리고 위원회 아래의 각 분과위원회에는 유관 부처의 차관급과 민간위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북협상의 주도권은 통일부가 아니라 청와대에 넘어간 상태이다. 물론 이전에도 통일부가 아니라 청와대나 국가정보원(안전기획부)이 대북접촉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통일부는 이름과 역할이 유사한 대통령직속위원회에 의해 그 위상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물론 이전 이명박 정부시기에는 통일부의 존폐가 논란이 된 적이 있기도 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황우여 새누리당대표와 김한길 민주당대표가 제안한 것처럼 범국민적인 통일추진기구가 된다면 이는 대북통일정책사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통일부장관이 부위원장이 되고 통일부가 사무처로서 범정부적인 협력과 국민적 지지를 결집시켜 낼 수 있다면 통일부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배기찬 기자  baekichan@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