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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스토리의 브랜드 효과 무궁무진'보존'과 '개발'이라는 원론적 논의를 넘어 '스토리텔링'으로

 


피 어린 육백리 길
굳이 왜 이 길을 가나
더 못 간다는 게까지 가서
불 붙은 가슴 풀어 헤치고
목청껏 외치고 노래하고
울고불고 오련다.

-
노산 이은상-

 

"평화의 육백리, DMZ를 걸어라"
한반도 분단의 다큐멘터리, DMZ

국민가곡(歌曲) ‘가고파’의 작사자로 유명한 노산 이은상 선생은 1962년 직접 경기도 서해안 <끝섬>에서 강원도 동해안 <명호리>까지 3천여리를 다니며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소망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글 ‘피어린 육백리(六百里)’를 연재한다. ‘피어린 육백리(六百里)’, 여기서 ‘피어린’은 남북의 대결과 분단과 갈등의 상황을 말한다. 그리고 ‘육백리(六百里)’리는 휴전선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의 길이를 의미한다. 10리가 4km 정도니까 대략 240km의 길이다. 남과 북은 한국전쟁 휴전이후 동서 240km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기 위․아래로 2km 씩 비무장 완충지대를 두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비무장 지대 DMZ (DeMilitarized Zone)가 바로 이 개념이며 강원도, 경기도 10개 시군에 걸쳐 펼쳐져 있다.

휴전이후 60년 가까이 DMZ는 전쟁, 죽음, 분단 등을 상징하는 어둡고 슬픈 땅, 사람이 제대로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그리고 세계 주류 역사에서 사라진 냉전시대의 마지막 상징물이기도 하다. 반면 DMZ는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된 탓에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생태 환경이 잘 보존 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DMZ는 한마디로 한반도 분단의 다큐멘타리다.


DMZ 활용에 대한 담론

남북교류나 통일문제가 나올 때 마다 ‘DMZ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는 빠짐 없이 등장하는 단골 의제 중에 하나다. 남북의 경계점에서 동서를 가로지르는 DMZ에 대해 많은 관심과 논의가 진행 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메가트렌드> 저자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CNN의 설립자 테드 터너 등 세계 유명 인사들도 DMZ에 관심을 갖고 DMZ 활용 방안에 대해 자주 언급을 하고 있을 정도다.

DMZ 관한 이슈는 크게 ‘보존’과 ‘개발’로 나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환경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개발을 억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DMZ와 그 인근지역 거주민이나 지역 자치단체들은 60년 이상 묵혀 두었던 재산권을 행사하고 낙후된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개발이 불가피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 개발과 보존 모두 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 되고 있다. 정부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 보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DMZ를 '생태·평화의 상징'으로 브랜드화하여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고 국가브랜드 제고 및 남북한 평화분위기 조성에 기여하는 '생태평화벨트 조성'이 대표적인 청사진이다. 그리고 DMZ 인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와는 별도의 개발 청사진을 갖고 있다.


DMZ는 남북 화합의 길이다

DMZ는 남북 사이에 있는 완충지대다. 이 완충지대는 남에서 북으로 가는 길, 북에서 남으로 가는 길을 막아서고 있다. 1945년 분단 이전에는 남북을 잇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다.

전남 목포~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사이를 이었던 1번국도, 서울-신의주 사이의 철도 경의선, 서울~강원도 철원~ 북한 강원도 원산간의 철도 경원선, 강원도 양구~ 내금강을 딧는 31번 국도, 부산~강원도 고성~ 함경북도 온성을 잇던 동해안의 7번국도, 그리고 강원도 고성~함경남도 안변을 잇는 철도 동해 북부선.

남북을 잇는 길들은 모두 분단과 함께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기능이 멈추었다. 하지만 분단을 뛰어 넘고자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 남북의 경계선은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백범 김구, 문익환, 임수경, 이후락, 박철언 등 정부를 대표하는 특사나 민간 운동가들이 이 길을 통과 했다. 기업인 정주영은 1000마리의 소를 끌고 이 선을 넘었고 수많은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 및 개성관광지역,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 이 길들을 통과 했다. 남북을 잇는 길들은 모두 비무장 지대 DMZ를 관통한다. 곧 DMZ는 긴장 속에 있지만 남북의 화합을 연결하는 곳이다. 그것이 곧 DMZ가 가야 할 길이다.


DMZ가 배워야 할 제주의 올레길

제주 올레길을 보면 DMZ 활용에 좋은 모범 사례가 된다. 국민 관광지 제주에는 한해 700만명 이상 관광객이 다녀간다. 신혼여행, 수학여행, 효도관광, 각종 컨퍼런스 등으로 웬만한 사람들은 제주도를 한번 이상씩 방문했다. 이들에게 누군가 “당신이 지금까지 본 것은 진짜 ‘제주’가 아니었다. ‘새로운 제주’를 만나러 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 할까? 실제로 제주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제주’를 만끽 ‘제주 올레길’ 여행이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제주 올레길은 ‘놀멍 쉬멍 걸으멍’ (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의 제주 사투리)이라는 특유의 걷기 철학을 갖고 있다. 올레길 걷기는 곧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나를 찾는 여행이다. 제주 올레길은 ‘점(點) 여행’ 패러다임을 ‘선(線) 여행’ 패러다임으로 바꿨다. ‘점(點) 여행’이란 차를 타고 그냥 명소 중심의 이동이다. A 장소를 둘러보고 곧 바로 B 장소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다. 관광객이나 가이드 모두 시간에 쫓기고 그냥 바라보다가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며 애써 벌어지는 상황들을 깔끔하게 해석해 버린다.

하지만 ‘선(線) 여행’은 끊김이 없이 하나의 테마를 갖고 유유히 이어간다. 걸으면서 보는 것 자체가 관람이고 걸어다니는 길이 명소가 된다. 또한 동행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혹은 혼자 사색에 잠기며 자연과 함께 새로운 스토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이러한 올레길 걷기에 매력을 느낀 이들은 다시 올레길을 찾는다. 한두번 찾다보면 매력을 넘어 ‘올레길 중독’에 까지 이르게 된다.


   
▲ 롯데는 DMZ의 친환경 이미지를 활용한 생수 브랜드 'DMZ'를 출시했다.


DMZ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남북 사이의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DMZ는 자연스럽게 동서를 벨트처럼 이은 넓은 공간을 만들어 놨다. 하지만 DMZ에 대한 우리의 시작은 넓은 면이 아니라 하나의 점(點) 중심이었다. 남북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과 통일전망대, 4개의 땅굴과 안보관광지 개념 정도로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분단의 슬픔과 긴장감만 있었지 뭔가를 새롭게 생각하고 이끌어 나갈 스토리가 부족했다.

DMZ에 접하고 있는 강원도와 경기도 10개의 시군 지역을 보면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동해안에서부터 서해안에 이르는 구간의 이야기들을 한 번 보자. 5000년 민족의 역사 속에 많은 시인, 묵객들이 노래한 금강산과 해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고성을 비롯해 금강산 1만2000봉의 하나인 향로봉과 고원에 사시사철 야생화 군락을 볼 수 있는 곰배령의 인제와 희귀어종 열목어 서식지이자 산소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두타연 계곡.

또 화석동물 산양 등을 만날 수 있는 양구와 산천어, 수달의 고장인 화천, 큰 이상을 품고 세상에 도전한 태봉의 궁예왕과 임꺽정의 역사 및 노동당사 등 전쟁유적지를 비롯해 두루미 등 철새 월동지의 철원, 실향민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열쇠전망대가 있는 연천. 여기에 전쟁 도발의 흔적인 제3땅굴의 파주, 평양감사와 기생의 애틋한 사연이 스며있는 애기봉의 김포, 물범과 저어새 등 생물생태자원이 풍부한 강화 등 DMZ의 안보·역사·생태 관광자원들은 한편의 아름다운 시처럼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DMZ 스토리’ 브랜드의 효과

DMZ 스토리 벨트가 활성화되면 전통적으로 군인들에게 의존해 왔던 DMZ의 주변의 상권에 변화가 올 수 있다. 단지 스쳐가는 경유형 여행이 머무르고 가는 체류형 여행으로 바뀌면서 주변의 소규모 음식점, 민박, 구멍가게의 매출이 오른다. 스토리 벨트 중간 중간에 간식과 특산물을 파는 노점이 등장할 수 있고 지역의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관광객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군장병을 면회오는 면회객들이 단순히 면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도 같이 겸할 수 있다.

그리고 DMZ와 관련된 브랜드를 단 상품 출시될 수 있다. 현재 DMZ 관련 브랜드는 경기도 연천군의 농산물 브랜드 ‘남토북수’와 강원도 철원군의 DMZ 오대쌀 그리고 롯데칠성 음료의 DMZ 생수가 있다. 이들 브랜드는 DMZ가 주는 ‘자연’, ‘친환경’, ‘웰빙’, ‘건강’의 이미지를 각 제품에 담고 있다.

이제는 먹거리를 넘어 입고 보고 즐기는 DMZ의 스토리를 활용한 브랜드가 필요하다. DMZ 아웃도어 상품, 평화를 체험 할 수 있는 공간 등 DMZ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창조가 필요하다. 40여년전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DMZ를 걸으며 피어린 육백리를 쓰셨다면 이제는 다음세대는 같은 길을 걸으며 스토리가 있는 평화의 육백리를 걸으며 DMZ 스토리 브랜드를 만들 차례다.
 

“알거나 모르거나, 분명한 것은 스토리텔링이 모든 일에 핵심 경쟁력이라는 사실이다”

- 로베르토 고이수에타 (前 코카콜라 CEO)


전병길 예스이노베이션컨설팅 대표. <통일한국 브랜딩> 저자.




전병길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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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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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phzibah 2012-01-30 19:13:31

    '40여년전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DMZ를 걸으며 피어린 육백리를 쓰셨다면 이제는 다음세대는 같은 길을 걸으며 스토리가 있는 평화의 육백리를 걸으며 DMZ 스토리 브랜드를 만들 차례다.' 이날이 속히 오길...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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