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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왔어요.."탈북학생 응원일기(1) - 민철이와의 첫 만남

 
이 글은 초등학교 교사 이미순 씨의 탈북학생 지도방문 이야기를 엮은 것입니다. 총 27꼭지로 구성된 글을 <유코리아뉴스>가 5편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 어린 동생들을 큰 아이에게 맡겨 둔 채 엄마는 날이 어두워져도 돌아오질 않는다. 사람이 그리운 세 아이들 속에서 나는 다시 젊은 엄마가 된 듯 저녁을 챙겨 주고 뒷정리를 하고 만화 영화를 함께 보면서 민철이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이윤경(재능기부)

1. 회상

“선생님을 만나 이제야 남한 사회와 소통하고 마음을 열었답니다.”


2. 만남의 시작

2009년 6월 어느 날, 탈북어린이들의 대모격인 선배님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 3학년 남자 아이가 전학을 갔는데 학교 적응이 어려워 도피성 전학이다. 문제는 새 학교에서도 담임교사와의 불협화음으로 아이의 어머니가 다시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이미순, 네가 방문하고 도움을 주는 게 좋겠는데?


3. 첫 만남 - "그래서… 제가 왔어요.."


2009년 6월 10일 월요일, 전해 받은 아이의 엄마 손전화로 전화를 드렸다. 소개 받은 교사 이미순이라고 밝혔더니 생각보다 훨씬 반가운 목소리로 집 주소를 알려 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조그만 거실에 사내 아이 셋이 올망졸망 바라보는 눈빛이 호기심 가득이다. 10살, 5살, 2살. 첫째를 뺀 두 아이는 영양 상태도 좋고 인물도 출중하여 부잣집 아들 못지않다.

반면 첫째는 10살임에도 불구하고 둘째 동생보다도 체격이 작고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모습이 안쓰럽다. 첫째는 김민철, 둘째는 김민수, 셋째는 김민호. 그 중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민철이의 웃는 얼굴에서 보인 새까만 치아였다. 놀랍고 궁금했으나 처음 만남에서부터 질문은 금물인지라 꾹 참고 민철이 엄마와 인사를 나누었다.

민철이 엄마는 첫인상이 상당히 미인이었고 지적인 풍모였으나 어딘지 눈빛이 불안하고 언어가 정돈되지 않은 어투다. 민철이에 대한 기대와 먼저 학교에서의 상처들에 대해 울분을 토하고 현재 담임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끝이 없었다. 가슴 속 울분을 다 토해낸 민철이 엄마의 손을 잡아 주면서 위로한 한 마디,
“그래서 제가 왔어요. 함께 의논하면서 아이들도 같이 키워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4. 한 걸음 - 인성이 좋은 맏이, 민철이

빵을 들고 초인종을 누르니 둘째 민수가 문을 열고 좋아 어쩔 줄을 모르고 소리친다.
“선생님, 오셨다!”
기저귀 찬 셋째 민호도 뒤뚱이며 쓰러질 듯 인사하고 첫째 민철이는 내 손에 들린 빵부터 낚아챈다. 아이들의 보호자 엄마는 보이질 않는다.
“엄마는?”
모른단다. 어린 동생들을 큰 아이에게 맡겨 둔 채 엄마는 날이 어두워져도 돌아오질 않는다. 사람이 그리운 세 아이들 속에서 나는 다시 젊은 엄마가 된 듯 저녁을 챙겨 주고 뒷정리를 하고 만화 영화를 함께 보면서 민철이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민철이는 큰 아들답게 동생들을 아주 잘 챙긴다. 인성이 좋은 맏이다.

막내 동생의 용변 후 뒷정리도 잘하고 동생들이 앞다투어 어질러 놓은 자신의 학용품 정리도 잘한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긴 시간 동생들과 함께 있으면서 찡그리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는 의젓한 행동이다. 먹을 것과 장난감 앞에서 사정없이 다투는 우리 아이들을 보아온 내겐 놀라운 모습이었다. 꼭 우리 어릴 적, 형제 많은 집의 언니 오빠를 보는 듯하다. 민철이의 의젓함에 반한 나는 민철이에게 물었다.
“민철이가 너무나 멋진 형이라서 선생님이 선물을 하고 싶은데 다음에 올 때는 무엇을 사다 줄까?”


5. 두 걸음

민철이의 요구대로 쵸코렛을 사들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막내는 엄마 품에서 젖을 먹고 민수가 먼저 반갑게 뛰어나와 품에 안긴다.
“내 선생님!”

둘째의 어쩔 수 없는 쟁취욕을 온 몸으로 느끼며 민철이를 부른다. 쵸코렛이란 말에 기뻐하는 민철이의 모습도 잠깐. 엄마의 재빠른 손길과 쨍한 목소리. 모든 간식은 원치 않으신다는 말씀 뒤에는 엄마의 눈물겨운 탈북의 아픔이 있었다. 민철이가 민호 나이인 두 살에 강을 건너고 중국에서 숨어 지낼 때 민철이가 울려고만 하면 울음을 막기 위해 설탕물을 입에 흘려 넣어주었다고, 그 결과 민철이 이가 뿌리까지 모두 썩어 사과조차 먹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그 말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동생보다 왜소한 민철이의 몸과 뱅뱅 도는 안경이 가슴 아프다. 동생들에게 밀려 엄마 품도 일찍 양보한 민철이와 사랑 욕심으로 똘똘 뭉친 민수를 품에 안고 정을 나눈 날.


6. 세 걸음 - 민철이 엄마의 불안한 시선

6학년 교실 전체에 메신저를 날려 수거한 우유 12개를 들고 방문했다. 누구보다 많이 마시는 둘째 민수의 우유 사는 일이 큰일이라던 엄마의 하소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발음도 귀엽고 말투도 사랑스런 민수가 제일 먼저 반기고 민철이와 민호가 뒤를 이어 매달린다. 민철이 엄마도 고맙다며 한결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민철이와 처음 공부하는 날. 작은 방에 앉은뱅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민철이와 단 둘이 앉았다. 방안 가득한 책들이 예사롭지 않다.

수학이 가장 재미있다는 민철이와 수학 문제를 먼저 풀어 보았다. 계산은 척척, 박사급이나 응용문제에서 문장 이해력이 떨어져 모두 오답을 써 놓는다. 국어가 먼저이구나 확인한 후 퀴즈를 좋아하는 민철이와 함께 퀴즈놀이를 하는 동안 부엌으로 이어진 작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민철이 엄마의 불안한 시선을 놓칠 수 없었던 날.
 

 

 

이미순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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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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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함 2012-09-03 16:16:24

    민철이 선생님은 참 좋은 분 같아요. 항상 님같으신 분들의 따뜻함이 있기에 차가운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저희 탈북자들인듯 싶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삭제

    • hephzibah 2012-02-01 15:36:50

      '민철이에 대한 기대와 먼저 학교에서의 상처들에 대해 울분을 토하고 현재 담임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끝이 없었다. 가슴 속 울분을 다 토해낸 민철이 엄마의 손을 잡아 주면서 위로한 한 마디,
      “그래서 제가 왔어요. 함께 의논하면서 아이들도 같이 키워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상처들에대한 울분을 다 토해내기까지 들어주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미선선생님 참 많이 존경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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