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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방북과 한반도 평화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몇 차례 만남으로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이 성큼 다가오는 듯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에는 갈등과 불통이 지속되다 남북연락사무소의 폭파로 대결 국면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떤 교류도 확인되지 않고, 조 바이든 새 민주당 정부의 등장에도 한반도엔 어떤 변화의 기운도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거기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이 가까워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소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유력 언론 <라 레푸블리카>가 7월 7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휴식 중에도 멈추지 않고 북한 방문 검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결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교황의 회복세가 순조롭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1년 6개월을 보낸 교황이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평화 외교를 위해 해외 방문을 재개하길 강렬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9월 순방 예정인 헝가리·슬로바키아 외에 미래 레바논과 북한에 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교황의 방북 이슈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최근 발언도 소개했다. 교황이 지난달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한국의 유흥식 대주교를 임명한 것도 방북과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황의 북한 방문은 세계적,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갈등 현장 방문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스도와 세계의 양심이란 상징성을 갖는 교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이념 대결의 세계 질서와 구도 속에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는 마지막 분단의 현장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노력을 보이는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와 좌우 이데올로기 대리전인 한국전쟁의 상흔과 민족분단이라고 하는 인류사의 마지막 상처를 해소하려는 선언적 의미도 갖는다. 둘째, 전쟁의 위기가 상존하고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서의 위험이 점고하고 있는 이 땅에 평화와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를 갖는다. 셋째, 신앙의 자유가 원만하지 못한 북한에 그리스도 복음 전파의 문을 두드리는 의미를 갖는다. 넷째,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와 미중 갈등의 현장인 한반도에 평화와 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드높이는 근원적 제안과 활동을 드러내는 것이며,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 구축의 근본 틀을 다시 놓는 의미를 갖는다. 교황의 방북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다소 벗어나 남북간의 평화와 교류 증진의 논거와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울러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다음 요인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비록 제한적 범위에서라도 미중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고 인권, 자유, 평화 등 인류 보편 가치를 높이고,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 남북간 독자적인 교류,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과 틈새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남북한의 대화, 교류의 막힌 담을 헐어 내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대북 평화, 교류 정책이 다소 탄력을 받을 수 있으며, 민간단체, 기업 등의 대화와 교류 확장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셋째, 정상 국가로서의 북한의 세계 위상을 제고하고 국제사회에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넷째, 남한 내부의 평화통일 담론의 확산과 통일 관심 세력 확장이 용이해지며, 통일 비판과 통일 거부 세력에 대한 설득이 다소나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황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남북협력과 동북아 평화 확산은 어려움이 상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이유와 한계로는 첫째,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교황의 방문을 초청하는 것과 관련 활동을 허락하는 것이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코로나19 위기에서 북한의 경제적, 방역 차원의 어려움을 국제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과 현실적인 북한 사회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셋째, 여전한 UN안보리의 규제와 북한에 대한 견제의 분위기가 국제사회에 넓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넷째, 북미 대화의 진전의 정도와 쌍방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관점 등에 대한 차이 등이 존재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지향해야 하며, 주변국들의 이해와 정치적 갈등과 무관하게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일관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유지, 지속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 사안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역대 정권에 의해 체결되고 남북이 공유하는 남북간의 공동성명, 협의 등은 존중되고 준수되어야 함을 강조해야 한다. 즉 일관된 평화통일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 평화와 공존, 공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셋째, 특히 실제적인 측면에서 환경과 한반도 생태계의 보전에 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교황의 방북을 계기로 독일 통일의 경우를 거울삼아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교황의 방북은 어쩌면 1780년대에서 1800년대 초 조선의 천주교 박해 위기 때에 고대하던 ‘대박래선’(大舶來鮮)의 상황일 수도 있다. UN안보리를 앞세운 미국의 대북규제 조치와 남북한 갈등의 지속 등으로 명확히 앞이 보이지 않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종교적 양심과 사랑과 평화 등 인류 근본 가치를 주창하는 교황의 방북과 선언은 한반도 평화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 확실하다.

평화와 통일은 남북한이 가야 할 민족의 대도(大道)이며, 이를 위한 일관된 정책의 유지, 추진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남북한은 단절을 뛰어넘어 소통과 교류를 통해 평화공존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교황의 방북은 전술한 여러 이유에서는 물론 그의 선교적 사명과 인류애와 평화를 향한 열정에서도 의미가 크며, 꼭 성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교황의 방북에 대한 기도와 바람은 평화와 사랑을 추구하는 신앙인과 우리 민족 및 전 인류의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김홍섭/ 인천대 명예교수, 평화통일연대 동북아교육원장

김홍섭  ihom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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