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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사태와 한반도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74호

지난 2년 여 시간 동안 인류는 팬데믹이란 보이지 않는 비전통 안보 두려움에 숨을 죽이며 살았다. 손에 소독약을 바르고 마스크는 코 위까지 올려 쓰려 연신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제 어느 정도 팬데믹 상황에 적응할 즈음, 년 초부터 우리는 예전의 전통안보 두려움을 기억으로부터 다시 끄집어내야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유라시아 극동의 정반대쪽으로부터 총소리와 포격음을 들으며,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 발생 소식을 지켜보아야 했다. 카자흐스탄 내부 혼란 속에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소속 러시아군이 대테러리즘 대응 지원 명분으로 진입했다. 미국과 일부 서방국가들이 인접국에서 군사적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지역에는 러시아 군이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한편 유라시아의 이쪽 편에서는 북한이 올림픽 개막식 직전까지 근 한 달 동안 7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했다. 새해 초 세계인의 축제 동계올림픽과 무관하게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에서 다른 끝자락까지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이 같은 사태들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지, 다행히 점화를 멈추게 될지는 동계 올림픽이 끝나는 2월 말 즈음에 보다 명료해질 것이다.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2003년 조지아에서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에서 튤립혁명이 있었지만, 카자흐스탄에는 색깔혁명(colour revolution)이 없었다.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 표출로 비롯된 이번 소요사태도 더 큰 ‘혁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경제적 성취도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그동안 급속한 인구성장, 사회보장과 취업기회의 부족, 지역 간 불균형, 국가 부의 편중, 엘리트 집권층의 부패와 분열 등의 사회 불안정성 심화가 축적되어 왔으며, 최근의 연료가격 급등이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것이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카자흐스탄의 취약한 정치 리더십은 자체 해결 대신 외세 개입을 자청했고, 러시아는 즉각 군을 투입, 무자비한 유혈진압에 나서 사태를 안정화시켰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는 카자흐스탄의 경우와는 내용적으로 차이가 있다. 카자흐스탄이 러시아 영향력의 안마당이라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나토의 동진팽창을 차단하는 러시아 안보의 최전선이다. 러시아도 개입 시 감당해야 할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와 민생 고통이 무척이나 부담되지만 득이든 실이든 무조건 개입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경제 손실과 군사 개입의 유무와 명분을 넘어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지정학적 핵심이익(core interest)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떤 수준에서 어떤 형태로 봉합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우크라이나에 나토 병력과 군사 장비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우크라이나를 미국과 러시아 사이 완충국화 하지 않는다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북한의 행보와 ‘후원국’ 중국

북한이 1월 30일,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이런 행동에는 몇 가지 의도가 있다. 첫째, 자체 군사역량을 입증하고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둘째, 미국만 의식하고 북한에겐 ‘립 서비스’만 하는 현 한국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자 했다. 셋째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미국외교 아젠다 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대북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혹은 넷째로 북한이 이미 말한 대로 스스로의 길을 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당분간 더 큰 긴장 국면 조성은 없을 듯하다. 당장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이 유엔 제재 조항을 무릅쓰고 추가로 도발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북한의 ‘후원국’ 중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데 더 이상 도발은 중국 잔치에 재를 뿌리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후원국’ 중국은 대체로 북한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중국은 당사국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좀 더 실질적인 조치와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어떤 경우든 북한을 몰아세우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외교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미국과 유엔의 지속적인 대북 제재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한국안보에 대한 전략적 함의

지리적으로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사태가 한국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는 의외로 적지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4일 정상회담에서 NATO의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한반도,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입장 조율이 이루어졌다”고 발표한데서 중·러가 반미 연대의 모습을 취하며 한반도 정세를 함께 다룬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은 대외관계 면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다. 카자흐스탄은 서방과 러시아 사이 어느 정도 균형외교를 선보였다. 또 중국과는 경제, 러시아와는 안보협력을 함으로써 지난 시기 나름 안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잃고 에너지를 포함한 경제정책도 실패했다. 약소국가가 이웃 강대국과 공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었다.

둘째, 미·러 강대국의 대결 속에 우크라이나는 존재감을 잃었고 투명인간처럼 보였다. 지정학적 불운도 있겠지만 국력 자강도 실패했고 세력균형도 실패했다. 북한도 국력 자강에 고민이 많을 듯하다. 경제적 자강을 실패했기 때문에 핵, 미사일 같은 군사적 자강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듯하다. 세력균형상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안정을 최우선으로 할 듯하다.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위기를 보면서 약소국의 목소리와 존재공간은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셋째, 카자흐스탄은 CSTO 회원국이기도 하지만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기도 하다. 이번 카자흐스탄 내부 혼란에 러시아군은 SCO가 아닌 CSTO 이름으로 개입했는데, 이는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러시아는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으로 묵인하는 듯 보인다. 북한은 현재 카자흐스탄처럼 내부 분열이 없고 우크라이나처럼 전쟁 일촉즉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 내부에 상황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러시아의 카자흐스탄 개입처럼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현재까지 대북문제와 관련해 한·중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지만 한국이 만약 다음 두 입장을 취하면 한·중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 먼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는 경우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북핵을 명분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경우다. 한국은 사드를 대북 위험 대처용으로 보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의 군사전략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때문에 이번 동계 올림픽의 한국의 반중 정서 움직임에 나름 ‘자제’하고 있지만, 이것이 현실화되면 중국의 대한(對韓) 압력은 유형무형을 가리지 않고 파상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로 글로벌, 동아시아, 한반도 차원에서 우리가 핸들하기 어려운 리스크는 차치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는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난 경험에서 제재·압박보다 대화·인내가 남북안정에 도움이 되었음을 기억한다면, 북한과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선제적 타격이나 사드 재배치 발언 등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불안한 국제정세에서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 및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 모든 부문에서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로 지금이 한반도 위협의 예방과 관리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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