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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계간 [통일코리아] 2014년 가을호
남북한의 군사전략, 공세적인가 방어적인가?

북한군, 핵무기와 재래전력의 결합 가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위기국면 이후 군 관련 관변학자들은 검증되기 어려운 가설의 하나를 유포하고 있다. 최근 5년여 간 진행된 북한의 재래식 군 구조 개편이 핵무기 보유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북한군 개편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을 통해 미국과 남한을 협박함으로써 전쟁의식을 마비시키고, 그 틈에 공세적인 재래식 전력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계획을 완결했다고 한다. 분명히 김정은 시대에 와서 북한군은 예전보다 현대적인 전술을 구사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하며 서방의 군사전략을 학습한 것처럼 제법 세련된 정치군사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외에도 ‘1호 전투근무태세’, ‘전략 로켓트군’, ‘우리식 전면전 준비’ 등 무언가 현대화된 군사전략과 시스템을 형형색색으로 선보인다. 북한군의 전략과 전술도 핵무기와 미사일 중심으로 군사교리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거리탄도미사일, 선군호·폭풍호 등 신형 전차, KN-06미사일,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이를 실전배치했다.

정창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한 결과 미국의 양적 우세, 군사기술적 우세가 이제는 무의미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핵에는 핵으로, 정밀타격에는 전자전으로 맞서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북한에서 새로운 군사교리가 구상되고 기획되는 곳은 총참모부 작전국이다. 이와 더불어 2013년 3월에 미사일지도국을 전략로켓군사령부(사령관 김락겸 중장)로 확대 개편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미사일 중심으로 군 전략을 새로 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군의 배치도 바꿨다. 과거 후방에 있던 기계화부대와 경보병부대를 전방 제대로 통합하여 제1제대와 제2제대로 단순화한 것이다. 특히 서해 5도와 대치하고 있는 4군단의 전력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위성항법(GPS)교란과 무인공격기로 남한을 정밀타격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평택까지 타격하는 신형 장사정 무기는 또 어떠한가? 수천 명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최고 수준과 최대 규모의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 해커부대는 미국도 위협이라고 말하고 있다. 계속되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강대국 수준에서나 가능한 전력증강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북한의 공세적 군사전략과 ‘제4세대 전쟁’
2013년 3월에 ‘우리민족끼리’에서 공개된 “3일전쟁 계획”, 그리고 그 직후 김정은이 서해 군부대 시찰에서 “우리식 전면전 준비가 끝났다”고 선언한 것 등에서 북한이 표방하는 전쟁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는 6․25전쟁 당시 대전에서 인민군이 지체했다가 부산을 점령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여 이제는 한반도 전역에서 한꺼번에 전쟁을 한다는 ‘동시전장화’ 전략, 두 번째도 역시 과거 전쟁의 교훈으로부터 나온 ‘속전속결전략’,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판갈이 전략’이다. 2013년에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이 국회에서 “북한과 일대일로 싸우면 우리가 진다”고 했다. 이 무렵 우리 국방부는 지난 20년 가까이 간직해왔던 “북한이 대규모 전면전을 포기하고 소규모 국지전으로 도발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렸다. 그리고 “북한은 대규모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것이 최대 안보위협”이라고 북한 군사력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국방부는 이런 수정된 정보평가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후반에 닫혔던 북한의 군사력증강에 대한 기회의 창이 다시 열렸다는 주장이다. 올해 들어 북한은 동해와 서해에서 단거리, 중거리 포와 미사일 전력을 연이어 시험하여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무인기를 대량으로 운용하여 정찰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여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제4세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우리의 군사전략도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수정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군사전략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것이 국방부 주장대로 새로운 남침을 준비하는 임박한 위기의 전조로 이해하기에는 몇 가지 의문이 있다. 첫째, 왜 이제 와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북한의 핵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새로운 해석이 나왔느냐는 점이다. 새로운 정보가 있어서인가, 아니면 단지 북의 핵실험으로 과거 사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 것인가. 둘째, 이런 주장을 무엇으로 검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셋째, 북의 핵무기 보유가 한미 연합군에 비해 열세인 재래식 전력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면 북한은 재래식 전력에 의한 안보의 부담을 던 셈이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재래식 전력을 감축해도 되는데, 북한은 왜 이중부담을 감수할까. 넷째, 북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다섯째, 그렇게 상황이 급박하다면 왜 미국 정부로부터 유사한 정보판단이 없느냐는 점이다.

남한의 강력한 억제전략과 제4의 전쟁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남북 화해협력보다는 안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북한의 군사전략에 대응하여 “제4의 전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방부는 전 장교를 대상으로 향후 우리가 준비하는 제4의 전쟁은 ▲ 북한 후방에 우리 특수부대를 깊숙이 침투하여 북한의 전쟁수행능력을 마비시키는 분란전 ▲ 수도권 안전 확보를 위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밀한 타격 ▲ 결정적이고 과감한 종심(縱深) 기동으로 북한 자유화 ▲ 북한지역의 시스템과 사회기반을 조속히 장악하여 통치하는 안정화 작전 ▲ 북한의 남한 후방교란에 대비하여 통합방위 및 계엄 사태를 활용한 대분란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통해 평시에도 북한에 강력한 억제력을 행사하고 북한의 도발 기도를 분쇄하는 군사적 강압에 더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반도에서 무력에 의한 군사적 통일이나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 두 가지가 모두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북한의 붕괴를 계기로 이루어지는 흡수통일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인식으로 북한의 붕괴를 대비하는 군사계획도 발전시킨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는 안보 이슈가 한반도 문제의 모든 이슈를 차례로 점령하며 다가올 위기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책인 것처럼 인식된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갈수록 우세해져가고 있다. 통일대박이나 경제민주화나 민생복지, 유연한 대북정책이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고, 이제 한반도의 미래는 비관적 전망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공산화의 악몽에 시달려야 한다. 한반도 미래에 대한 묵시록과 같은 비관주의다. 그게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무섭게 우리 내부에서 번식되는 중이다.

남북의 공격우위군사전략과 ‘위협의 신뢰성 게임’
남북한이 안보에 치중하면 할수록 국가 생존과 보전이 더욱 어려워지는 ‘안보 딜레마’를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그 딜레마를 관리할 수 있는 남북한의 국가 역량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 과도한 국방비 부담과 안보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도 이 긴장상태를 쉽사리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가장 큰 구조적 요인은 남북한 양측이 방어 우위 군사전략에서 현재의 공격 우위 군사전략으로 군사적인 전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재래식 군사력이 대치하던 한반도 상황에서는 공격측이 방어측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과시하지 못하면 쉽사리 도발하지 못한다는 방어 우위 군사전략을 신봉해 왔다. 그러므로 적정한 수준의 군사력으로 휴전선만 잘 지키면 안보는 저절로 달성된다는 일종의 믿음이 있었다. 설령 북한이 남침 의도가 있다고 해도 국가의 모든 역량을 전쟁개시를 위해 집중하여 우리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전력을 한꺼번에 투입하지 않는 한 북한은 전쟁에 절대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만큼 공격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점이었다면 최근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남한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군사적 수단 외에도 각종 비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하면 쉽게 남한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변화된 것이다. 그 결과 공격 비용이 급격히 저하되어 방어보다 공격에 치중하는 군사전략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 우위의 군사전략으로의 전환이 유럽에서 1, 2차 세계대전의 주요 배경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만큼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매우 값싼 공격행위는 그 가능성을 상대방에게 인식시키면 매우 큰 과시 효과를 발휘하여 상대방을 위축시키고 정치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남북한의 각종 무력시위성 군사훈련은 그 가능성을 상대방에게 믿도록 강요하는 게임, 즉 ‘위협의 신뢰성 게임’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력충돌의 상황과 안보 스트레스의 강화
이런 게임의 양상에서는 전쟁을 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략적인 대치 상황 그 자체가 남․북한이라는 두 행위자를 극단적인 폭력을 지향하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즉 ‘상황의 힘’, ‘상황의 압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남북한의 의도와 관계없이 군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인류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 똑같이 위기를 원치 않았던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의 흐루시초프가 핵전쟁 직전까지 가는 극단적 대치를 했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정치권력의 의도와 무관하게 전쟁을 지향하는 극단적 매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의 한반도는 남북한이라는 두 행위자만을 보았을 때는 모종의 결정적 순간을 가정하며 전쟁 준비를 통해 어느 순간 충돌을 불사하는 국면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다만 그러한 구조가 곧바로 위기로 발전되지 않고 있는 것은 동아시아, 동북아라는 지역적 차원에서 한반도 위기가 관리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강대국의 정치가 강력한 억제의 효과로 작용한다는 외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내부만 보면 이미 쿠바 미사일 위기 못지 않는 위기의 국면으로 진입하였으나 외부의 힘으로 이를 억제하고 관리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되는 일견 긍정적인 외교안보 정책의 흐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상황의 압력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부정적 흐름이 워낙 심각하다는 점은 우리 안보의 심각한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에 거의 관여하지 못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추종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사드(THAAD) 미사일 도입을 거꾸로 한국이 촉구하고, 북한의 급격한 핵 무장에 대해서도 일절 관여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는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급속히 소진되고 상황에 복종하는 수세적 위상만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전쟁 준비 외에 외교안보정책에서의 창조적인 시도와 주도하려는 의지는 거의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가는 안보의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북한의 공격 위협을 오히려 부풀려 인식하고 위기가 임박한 것으로 공세적인 안보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우리 보수안보 세력들은 그 대가로 국가가 극심한 불안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걸 무방비로 지켜보게 될 것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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