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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서평_『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문정인·서승원 저/ 삼성경제연구소

훌륭한 답변 뒤에는 그에 걸맞는 질문이 있다. 질문이 부실하면 답변도 엉성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질문과 답변을 엮은 대담집이다. 질문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핵심을 찌르는 예리함과 본질을 얻어내기 위한 집요함이 질문자들에게 있다. 뾰족한 창끝으로 반복해 찌르니 두꺼운 방패도 무뎌지는 느낌이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일본인, 그 중에서는 국가전략을 고민하고, 국가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전략가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도 있다.

Q. “일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반도 통일의 형태는 무엇인가?”
A.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에 의한 통일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일본인이 ‘통일한반도’를 생각할 때 군사적이든 평화적이든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뿐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그런 통일이 곧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Q.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이 과연 언제쯤 실현될 것으로 보는가?”
A. "그것은 남북 당사자가 결정할 일로 우리는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일본 입장에선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남북한이 정할 일이고 그것이 언제 실현될지 일본으로선 알 도리가 없다. 다만 한반도가 통일되면 일본은 받아들일 것이며 많은 부분에서 환영할 것이다..."

Q. “과거 노무현 정권이 자주외교·자주국방을 내세우면서도 미국에 안전보장 측면에서 많이 협력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A. "동북아 균형자론은 일본과 중국이 충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개해 균형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이해했다. 일본의 관점에서 이는 중일이 충돌했을 때 한국은 일본 편을 들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Q. “균형자론이 일본에서 그런 식으로 해석됐다면, 그간 일본은 한국을 제삼자가 아니라 절반쯤은 자기편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인가?”
A. "그렇다... 일본 입장에선 한일양국의 가치관이 같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측은 일본을 그런 식으로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일본에게 던지는 돌직구 질문
9장 ‘일본과 북한’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이다. 저자들의 돌직구 질문에 일본의 국가전략가들도 에둘러 말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책 전반은 이렇게 일본의 대표 전략가들의 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상세히 보여준다. 인터뷰이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간혹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다르기도 한데, 그것이 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단점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내면을 더욱 풍성하게 살필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된다.

지금까지 일본 이해를 위해 나온 책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일본인이 쓴 것을 번역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非일본인이 쓴 것이다. 일본과 지리적·정치적·경제적 밀접성을 지닌 우리로서는 서구인이 쓰거나 우리나라 연구자가 쓴 것을 주로 읽어왔다. 일본인이 쓴 것보다는 제3자의 시선으로 쓴 책이 더 객관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일방적 서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속마음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많았다. 일본인은 ‘혼네’(本音, 속마음)보다 ‘다테마에’(建前, 표면적 입장)를 먼저 드러내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수용되었다. 그러다보니 연구자나 서술자의 주관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많았다.

   
 

정작 지금 일본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일본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들이 어떤 의도와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본인이 그런 책을 쓸 일도 없으려니와 일본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핵심에 도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략이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는 유용한 방법이 된다. 외국인이 의문점을 직접 묻고, 일본이 답하는 것이다. 추상적 답변이 나오면 재질문을 통해 구체적 답변을 이끌어낸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진행이 아닌 쌍방간 상호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방식이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2012년 초중반에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2012년 12월에 출범한 지금의 아베 내각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못했다.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우경화 논란이 있는 아베 내각 이전에 대담이 이뤄졌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의 기본적 인식체계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에 인터뷰가 이루어졌다면 질문과 답변 모두 특수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외국인이 묻고 일본인이 답하고
질문자 문정인은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로서,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과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로 ‘현장’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론과 현실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지닌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 2000년과 2007년 평양에서 개최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한 유일한 학자였다는 경력도 눈길을 끈다. 또 한명의 질문자인 서승원은 일본 정치·외교 및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공 학자로서 질문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은 전체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주제와 인터뷰 대상이 다르다. 하지만 통일코리아의 관점에서 관심이 가는 북한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은 ‘일본과 북한’을 다룬 9장에 국한되지 않고 책 전반에 걸쳐 언급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 있지만, 한반도에만 있지 않다. 주변국의 한반도에 대한 생각을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한반도의 북한 외에도 동아시아의 북한, 아시아의 북한, 미중 사이의 북한이 존재한다. 우리의 분단이 당시 세계질서 속에서 결정되었듯, 통일과정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 속의 역학관계가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국제관계의 ‘보이지 않는 손’을 보는 것은 통일의 실타래를 보다 쉽게 찾아내는 길이 된다.

특히 그동안 일본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 특히 부족했다. 그간 한일관계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곤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일본 강경행보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곤 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협력을 이끌어내거나 국가이익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국내정치적 시각으로만 다가간 것이다. 긴 안목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일은 어렵지만 지혜로운 길이다.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지혜를 가다듬을 수 있는 유용한 교재가 되리라 본다. 통일코리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waymaker@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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