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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계간 [통일코리아] 2014년 가을호
“남북관계가 어려울수록 더욱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지난 20년간 경실련통일협회의 활동을 보면 남북 관계가 안좋을 때 오히려 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애매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가 할 일이 가장 적을 때인 것 같구요.”

올해 시민단체 경력 만 2년차인 경실련통일협회 홍명근 새내기 간사의 말이다. 남북관계가 막히면 대북지원 민간단체는 개업휴점 상태가 된다. 지난 수년간,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반면 북한이 아닌 남한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실련통일협회의 경우는 그 반대다. 남북관계가 꽉 막히고, 심지어 ‘전쟁’ 운운하는 위기가 되었을 때 부쩍 할 일이 많아진다.

   
▲ 경실련통일협회 홍명근 간사 ⓒ최승대 기자

“북핵 3차 실험부터 개성공단 잠정 폐쇄 때가 가장 바빴어요”
“제가 인턴 3개월 끝내고 경실련통일협회에 배정받던 날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날이에요. 그때부터 개성공단 잠정 폐쇄에 이를 때까지가 가장 바빴던 것 같아요.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서 개성공단을 살려내야 하니까 그때가 오히려 가장 역동적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모든 이사나 활동가들도 다 여기에 집중하고, 시민들도 호응해주고 그러다보니 어느 때보다도 조직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때였죠.”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그리고 그때부터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한반도는 전쟁 직전의 최고 긴장상태였지만, 홍 간사에겐 역설적으로 가장 바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는 얘기다. 전쟁과 평화, 질병과 건강의 역설이라고 해야 할까. 전쟁으로 치달을수록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위한 노력도 뜨거워지고, 질병이 창궐할수록 그에 따른 치료제 개발도 박차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처럼.

지금은 어떤가. 북한은 마치 구애하듯 대화와 경제협력을 남한에 끊임없이 요청하고, 남한 정부는 어린이·노인 지원 등을 되풀이 얘기하고 있다. 서로 얼굴은 마주하지 않은 채 계속 말들은 쏟아내고 있다. 위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좋아지지도 않은 애매한 상황인 셈이다. “응원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는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게 홍 간사의 설명이다.

그래서 경실련통일협회가 2014년 한 해 꾸준히 해온 게 있다. 다양한 주제의 토론을 통해 과거 통일운동을 되짚고,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금강산 관광재개, 그 해법은?’(4. 10), ‘드레스덴 선언 이후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의 방향은?’(4. 15),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5. 27), ‘5·24조치, 북한통일 전문가 설문조사’(5. 8~20), ‘통일원칙을 재검토하다’(7. 2), ‘통일환경의 변화와 통일방안의 재검토’(8. 13), ‘2014년 하반기 남북관계 전망과 통일운동의 방향’(9. 1) 등이다. 이것은 어려울수록 더욱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경실련통일협회의 방침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을 바라보는 심정은 한마디로 ‘안타까움’이다. “신랄하게 말하자면 본질은 엠비(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입니다. 다만 통일대박, 드레스덴선언 등 이런 것은 화려한 수사인데 화장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은 상대방이 있는 것인데, 상대방 북한은 제쳐놓고 끊임없이 통일담론만 쏟아놓고 있는 게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의 실상이라는 것이다. 극우화되는 일본, 패권다툼을 벌이는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동북아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남북간 관계 개선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려면 박근혜 정부가 임기 중반에 접어들기 전인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대담한 정책 전환을 이뤄야 하는데, 홍 간사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흡수하려는 통일론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남북이 상호 호혜적이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 실현 가능한 문제까지 놓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보지 못하고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이라는 논리에 갇혀서 너무 좁은 관점으로 북한을 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것이 통일정책의 폐착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남한이 추구해야 할 올바른 통일의 해법은 무엇일까. 홍 간사는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다양한 담론들을 정부가 수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정부 주도적, 일방적으로 가는 지금은 시민단체가 정부와 제대로 각을 세울 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자면 시민단체 간 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 관계가 안좋은 상황에서 지금은 각 시민단체가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가 남북관계 개선, 5·24조치 해제, 한반도 긴장고조 반대라고 하는 이념과 상관없는 일치된 목표에서는 연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세상을 바꾸리라’
현재 민화협, 북민협이라는 지붕 아래 시민단체들이 모이고 있지만, 연합이라고 하기엔 미약한 편이다. 따라서 5·24조치 해제, 한반도 긴장고조 반대 등 이슈별 부분적인 연합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홍 간사의 설명이다.

비정부기구(NGO)로써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면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독립적인 역할 사이에 고민에 놓을 때가 많다. 경실련통일협회는 어떨까. 홍 간사는 경실련 강당 앞의 현수막(거기엔 ‘정부지원 0원’이라고 되어 있다)을 가리켰다. “경실련통일협회는 정부지원 0%입니다. 아예 정부지원을 받지 않기에 딱히 정부 눈치를 볼 일이 전혀 없는 거죠.”

홍 간사가 시민단체를 생각한 건 대학 3학년 때다. 정치학도인 그는 정부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과 견제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게 시민단체로 굳어진 건 당시 박원순(현 서울시장) 변호사의 백두대간 종주에 동참하면서다. 박 변호사와 50일간의 종주 여정에 동참한 다섯 명 청년들 중 한 명이었다.
“제가 사람한테 감동을 잘 안받는 편인데 50일간 그분과 동행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각자 꿈 얘기를 하는데 그분은 구체적으로 ‘세상을 이렇게 바꾸겠다’ ‘사회적 경제’ 등 항상 개인보다는 사회적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사회적 의식이 뚜렷했고 그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셨던 거죠. 거기서 롤모델을 얻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민단체 활동가의 삶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게 시민단체의 현실이기도 하다. 생각만큼 시민단체의 일이 의미있게 여겨지지 않거나 생활의 벽, 그러니까 열악한 재정현실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홍 간사도 이미 현직을 떠나는 여러 활동가들을 보아오고 있다. 그의 꿈은 기왕 시작한 경실련에서 열매를 보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 것인 만큼 시민들에게 최대한 알리고, 시민들과 함께 정부에 대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우리사회에도 민주주의의 꽃이 더 만발할 것이고, 남북 간엔 화해와 평화의 물결이 넘실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겐 선물처럼 ‘단체장’ 꼬리표도 달릴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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