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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계간 [통일코리아] 2014년 겨울호
통일코리아를 위한 한반도 건설의 청사진『한반도 그랜드 디자인』(김석철, 창비 2012) 북리뷰

저자인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아키반 도시건축연구원장)는 한국 현대건축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건축가 김중업·김수근씨 모두에게 사사(師事)받은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도시설계자이다. 현재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일반 대중들에게는 ‘예술의 전당’ 설계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건축과 도시설계가 명확히 구분되어지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 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제’(1887~1965)이다. 당대의 유명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르 꼬르뷔제’는 Grand Paris(그랑 파리 - 거대한 파리) 도시계획안을 발표해 후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학문과 전문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는 현 시대에서 건축설계와 도시설계를 함께 진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40여년에 걸친 건축과 도시설계 경력을 바탕으로 쓰여진 본서는 1·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2013년 대통령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될 차기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한반도의 국토계획과 관련된 내용이다. 2부는 1967년부터 시작하여 1969년 박정희 대통령에게 간접 보고한 ‘여의도 한강 마스터플랜’ 보고서와 더불어 지금까지 저자가 참여했던 한반도의 여러 도시계획과 논문, 연설, 대담 내용 등을 담고 있다. 1·2부를 보면 저자가 대한민국의 핵심 도시설계와 이슈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많은 대안을 제시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도시설계에 대한 귀한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1부는 지방분권정부, 수도권 혁신, 북한도시건설을 주제로 다룬 3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었다. 지방분권정부와 수도권 혁신이라는 주제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과제이고 이를 위해 어떠한 국토계획이 수반되어야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또한 통일 이후 한반도의 국토계획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항은 지역적으로 남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남북 공동의 프로젝트이며 통일 한반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도시건설’에 주목하고자 한다.

북한도시 건설에 대한 2가지 대안
통일 한반도와 관련된 ‘북한도시 건설’에 대해 저자는 2가지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두만강 하구 다국적도시’이고, 둘째는 ‘동서관통운하와 백두대간 에너지도시’이다. 저자는 핵개발이 북한의 장기적 국가발전에 대한 답이 아니며, 이북 도처에 경제특구를 만드는 것도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투자의 대부분을 동부해안에 집중해 국가경제를 끌어올린 다음 동북3성(東北三省)과 서부로 확대하는 전략을 썼고, 미국도 동부에서 세계국가가 된 후 서부로 이동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러시아·중국과의 접경지대이며 지경학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두만강 하구에 다국적 도시를 만들고 경제 기적으로 이루어 북한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북한이 도시건설의 대상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땅이 국유화되어 혁신적인 도시개발이 과감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중국, 일본, 한국 등 경제강국과 이웃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완전무장한 100만 군대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의 공동 도시건설은 분단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상징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두만강 하구 다국적도시’는 시장도시·공항도시·항만도시·공단도시·관광도시 등 다섯 도시구역으로 이루어진 복합도시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과 북한의 나진·선봉 개발과 두만강 하구 다국적도시가 하나로 이어지면 앞으로 ‘청해’(Blue Sea)라고 부르고자 하는 동해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TCR(Trans China Railroad)과 TSR (Trans Siberian Railroad)이 만나는 곳이 두만강 역이다. 나진·선봉이 두만강 하구 다국적도시와 연결된다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는 물류항이 될 수 있고, 배후공단을 두어 항만도시화하면 나진, 선봉, 굴포 세 항만이 세계 최강의 복합항만공단도시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남북 공동프로젝트인 ‘동서관통운하와 백두대간 에너지도시’는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가 한반도를 열십자로 가로지르며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제시한 대안이다. 비무장지대 북측에 위치한 추가령 구조곡과 서울과 원산 사이 경원선 사이에 운하를 만들어 백두대간의 물을 수도권에 끌어오고 시베리아의 에너지를 남북 전역으로 가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동서관통운하를 따라 금강산과 명사십리에 도농복합 중간도시를, 철원고원에 에너지타운을, 한강 하구에 밀라노디자인도시를 세워 백두대간 산상의 수변도시로 연결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이명박정부의 무모한 한반도대운하 계획을 넘어서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아름다운 도시회랑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본서는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김석철 저, 2005년)라는 저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저서인 만큼 일부 내용이 겹치기는 하지만 본서와 더불어 일독(一讀)을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중국 동부해안과 한반도, 일본열도 서남해안 도시군의 경제공동체를 만들고자 제시한 황해공동체와 황해도시연합에 대한 내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내지 동북아시아 지역의 도시를 연합하여 제시한 구상은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하여 깊은 고민 끝에 나온 혜안(慧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도 언급했듯이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는 한반도라 하면서도 남한만을 다룬 것이라 남북한을 함께 다루는 한반도 구상을 평생의 숙제로 남겨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은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에 이은 연작(連作)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 통일 후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인프라건설의 민족적 DNA
필자는 20여년 전 영종국제도시 건설과 더불어 진행된 인천국제공항 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설계 당시 관련 실무진과 회의를 할 때마다 늘 거론되었던 내용이 “첵랍콕공항과 창이공항을 넘어서는 세계 일류공항 건설”이라는 화두였다. 홍콩과 싱가포르에 위치한 두 국제공항은 설계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항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솔직히 설계 당시에는 설계자 본인조차 반신반의하며 설계에 참여했는데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10년째 세계 1위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한민족은 도시건설에 뛰어난 민족적 DNA를 지니고 있다는 저자의 견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중동·아프리카의 신도시와 인프라 건설의 선두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민족적 DNA를 바탕으로 남과 북이 어우러진다면 저자가 제기하고 있는 한반도 프로젝트는 실현 가능하리라 본다.

무엇보다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져 그 실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러시아는 20여년 전에 ‘대(大)블라디보스톡 광역개발계획’을 세워 두만강 근처 연해주 개발에 주력해 왔으며, 중국은 최근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2009년 수립)을 수립하여 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나선경제무역지대법을 수정하고 특구 내 기업 자율권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하산-나진 철도연결(2013년), 하산-나진간 철도 석탄 시범운송사업(2014년)을 통해 두만강 일대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두만강 다국적도시’에 대한 기사가 주요 일간지에 크게 보도되어 세간의 이목을 받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DMZ 개발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深度)있는 논의도 조만간 있으리라 본다. 연초에는 남북의 정상 지도자가 다른 해와 달리 남북교류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이를 계기로 저자가 제기한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이 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홍필/ (주)에이드건축사사무소 소장

이홍필  yiph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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