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사회>, 한병철, 다산북스, 2024)

한병철 교수가 쓴 <불안사회>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는 2012년에 <피로사회>라는 책을 통해 2010년대의 시대상을 진단했습니다. 이제 다시 2020년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불안’의 단어를 꺼냈습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피로’와 함께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며 오늘 불안감에 휩싸여 무기력에 빠져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불안감은 ‘불확실성’에서 옵니다.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점보는 일입니다. ‘불안한 한국, 무속에 빠졌다’(중앙일보 2024.12.30) 우리나라에는 등록된 무당만 30만 명인데, 등록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50만 명을 상회할 것이라고 합니다. 길흉화복을 점친다고 하는 역술인까지 합치면 무려 백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경찰관이나 초등학교 교사보다 많은 수입니다. 

2025년을 맞이하며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다거나, 무당을 통해 액을 물리치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행위를 아주 미워하십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을 물리치실 뿐 아니라, 이런 사람들을 찾아가 미래를 알아버려는 사람들도 싫어하십니다. 

‘불안’이라는 시대적 현상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병철 교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택했습니다. 불안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희망의 정신’이라고 했습니다. 희망은 무기력에 빠진 삶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날개를 달아줍니다. 불안이 미래로 가는 길을 차단한다면, 희망은 그 길과 방향을 찾게 해줍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리리오.”라고도 했습니다. 희망의 사람은 지금 보이지 않아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눈앞에 펼쳐질 새로운 날들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스도인은 ‘희망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희망을 전파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희망의 불씨를 불꽃으로 키워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절망의 산에서 희망이라는 보석을 캐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희망은 갈 수 없는 곳과 절벽을 건너게 해주는 다리는 놓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 또한 불안과 절망 그리고 피로와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과 하나님 사이에 다리를 놓아 건너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대통령이었던 바츨라프 하벨은 희망이란 ‘정신의 방향, 마음의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세상에서 어느 쪽으로 마음의 방향을 정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마음의 방향, 신앙의 방향을 그리스도에게로 향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저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께로 향합니다. 한병철 교수는 말합니다. “희망은 우리에게 미래적인 것, 잠재적인 것, 앞으로 도래할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 희망은 메시아적 기분이다.” 다시 오실 메시아야말로 희망 중의 희망입니다. 
                                                     
이기철(응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