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식민 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의 의지를 알린 것을 기념해야 할 3·1절에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 곳곳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여야 의원들도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참석해 “좌파강점기”, “꽃게밥 될 뻔했다” 등의 발언을 쏟아 내며 ‘세 대결’을 벌였다.

한편 교회는 언제나 진공이 아니라 사회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교회는 그가 함께 살고 있는 그 시대의 인간과 사회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역동적인 선교활동을 펼쳐야 한다. 역사의 각 시대마다 사회는 자기의 건강한 생명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과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교회는 그 시대 사회와 인간 속에서 들려오는 구원의 요청에 책임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새롭게 하며 ‘항상 깨어 기도하며’(눅 22장 36절) 헌신해야 한다. 교회의 머리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그렇게 사시며 그러한 길을 가셨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1970년대 한국사회의 과제는 ‘민주화’로 집약되어 표출되고 있었다. 진정한 민주화의 실현을 통해 건강한 사회와 인간다운 인간의 삶이 꽃 피어날 수 있었다. 따라서 당대를 살았던 깨어 있는 양심과 지성들은 군사독재를 극복하며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피땀 흘리며 분투했고, 또 전진해 나갔다. 한국감리교회의 선각적인 성도들 또한 이 민주화 운동의 대열에 동참하였으며, 그것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해가는 하나님의 선교운동이요 살아있는 신앙운동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 한국감리교회에는 또 다른 시대적인 과제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의한 당대 인간의 바람직한 구원과 사회의 민주화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 감리교회 내부의 개혁과 갱신을 실현해야 하는 역사적인 사명이었다. 한국감리교회의 자기 내적인 신앙갱신과 제도적인 민주화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대의 감리교회는 한국사회의 진행방향에서 걸림돌이 되고 역행하며 퇴행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 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1970년대 한국감리교회 안에는 자기 개혁과 갱신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면 먼저 1970년대 한국의 사회 현실과 민주화운동의 흐름을 살펴보도록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3선 개헌을 추진하여 1971년 7대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었다. 그리고 1972년에는 남북한 정권이 합의하여 ‘자주 ․ 평화 ․ 민족대단결’의 통일원칙을 골자로 한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박 대통령은 10월 17일에는 “평화통일과 남북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권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12월 23일 통일주체국민회의 대통령 선거에 단독 출마하여 당선됨으로써 ‘유신체제’가 출범했다. 이로써 1979년까지 장기 독재의 유신시대가 진행되는 것이다. 군사정권은 ‘한국적(토착적) 민주주의’라는 구호로 독재체제를 합리화하면서 새마을운동(1971)과 중공업 중심의 경제개발계획을 계속 추진했고,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초법적인 긴급조치를 발표하며 탄압해나갔다.

한편, 산업화와 도시화 중심의 급속한 근대화 이면에서 수많은 농민들이 저곡가 정책으로 허덕였으며, 이농화(離農化)를 통해 도시 주변 ‘달동네’의 빈민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주역인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고생하며 군사 정권과 독점재벌의 부를 쌓아주어야 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개발정책과 성장논리에 희생당해온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은 더 이상 ‘선 성장 후 분배의 조국근대화’라는 환상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들의 인권과 권리를 외치기 시작했다. 1970년 11월 13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유언과 함께 일어난 청계피복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사건은 그 첫 신호탄이었으며, 이후 노동자와 도시빈민은 장기간에 걸쳐 군사독재정권과 독점재벌에 맞서 싸우는 대장정을 전개했다.

1973년 박정희의 중앙정보부가 대통령후보였던 김대중을 동경에서 납치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12월 14일에는 함석헌과 장준하를 비롯한 재야인사들이 서울 YMCA에서 민주화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1974년 4월 3일 정부가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년맹)‘ 사건을 발표하여 민주세력을 탄압하자, 12월 25일에는 다시 서울 YMCA에서 범민주진영의 연대투쟁기구인 민주회복국민회의가 조직되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1976년 3월 1일 명동성당에서 민주인사들이 3․1민주구국선언을 발표하고 구속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재야와 정치인, 개신교와 천주교,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한층 더 결속을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1979년 8월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의 신민당사 점거농성, 이어진 10월 부산과 마산의 민주화 시위가 유신체제의 위기를 심화시킴으로써 마침내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독재정권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격동 속에서 전개된 ‘70년대의 한국사회는 문화면에서 뚜렷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 시기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몇 차례에 걸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으로 한국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시대였다. 100억불 수출의 목표를 달성했고, 국민 소득 $1,000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 산업사회화와 도시화가 급진전된 반면, 농촌인구는 44%로 줄어들었다. 이런 급격한 근대화는 수천 년간 지속된 전통사회의 생활환경을 해체시켰고, 그 와중에서 빈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부정부패를 양산해냈다.

둘째, 사회 변동이 몰고 온 불안 속에서 종교인구가 크게 늘어난 시대였다.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 아래 물질만능 풍조가 만연해갔고,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고향을 떠난 대중들은 불안 심리 속에서 새로운 정신적인 안식처를 찾았다. 특히 고향을 떠난 수많은 이농민들이 종교공동체에서 안식과 치유를 얻고자 했다.

그래서 1960년대 초 100만 명이라던 불교 신도의 수가 ‘70년대에는 1,000만을 넘어서게 되었고, 1964년에 80만 명이라던 기독교 신도 수는 ’70년대에는 70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와 함께 기독교의 민주화와 인권회복을 위한 사회 참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한편, 100만을 넘는 대형집회가 몇 차례나 열린 시대였다.

셋째, 세계적으로 한국민족이 부각되기 시작하고, 또한 민족문화적 주체성을 찾던 시대였다. ‘70년대 세계사 속에는 좋든 나쁘든 “Korea"라는 존재가 분명히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월남전 참전, 중동지역의 건설 인력 수출, 미국 등 세계 각지 취업 이민, 한국 상품의 세계시장 진출, 미국의 코리아 게이트, 세계를 누비는 대한항공기,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한글 간판 등등, 실로 ’70년대는 우리의 위치를 확연하게 드러낸 시대였다.

이렇게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자기 위치와 인식을 새로이 갖게 되었으며, 선택의 여지없이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하던 지난 시대와는 달리 민족문화적인 주체성을 자각한 한국인으로서 세계를 내다보며 인류문화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 각성의 시대였다.

그러므로 작금의 국가적인 정치 위기의 현실 속에서 한국감리교회가 보다 밝은 희망과 새 역사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한다. 이 새로운 틀, 새로운 제도, 새로운 구조, 새로운 궤도를 타고 한국감리교회는 다시 한 시대를 생명력 있게 살아가며 하나님께서 주신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감리교회의 바람직한 현재와 밝은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꿈과 희망이 있는 감리교회를 후배들에게, 다음 세대들에게 물러주어야 한다.

*상기의 내용 중 감리교회 역사와 관련된 상당부분은 백석대 성백걸 교수의 논문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인용하였다.

2030메소디스트 포럼(Methodist Forum)

총무 곽일석 목사(iskwa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