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가르치신 복음의 핵심은 곧 "하나님의 나라"였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에서부터 가르치고 보여주신 모든 사역을 통하여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시고, 그것을 ‘섬김’ 즉 디아코니아로 이끄셨다. 예수께서 친히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의 디아코니아적 의미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게 하라”는 기도이다. 또한 마지막 심판(마25:31-46)의 장면에서 예수는 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헐벗은 자, 병든 자, 갇힌 자들에게 어떻게 하였는가를 최후심판의 기준으로 삼고, 자신과 그들을 동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약과 신약에 나타난 ‘야훼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통해 나타난 ‘야훼의 영성’과 ‘그리스도의 영성’은 ‘섬김의 영성’ 바로 그것이다. ‘자기비움’의 케노시스적 영성으로 ‘아래로 향하는 영성’이 바로 디아코니아적 영성이다. 이 영성은 예수가 보여주신 십자가의 영성이요, 낮아져 섬기는 영성이요, 고난을 통해 주어지는 영성이다. 영성은 바로 하비루의 고난과 희생의 눈물 속에서 만들어 진다. 섬김의 영성으로서의 디아코니아의 영성은 예수의 마음을 닮아, 불쌍히 여기며 동일한 심정으로 함께 울어주는 영성이다.

그렇다면 웨슬리에게 과연 이러한 디아코니아적 모습과 영성이 있었던가? 실로 웨슬리는 당시 영국사회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과 가난한 농민들을 대상으로 사역하였고, 자신의 헌신의 결단을 따라 모범된 디아코니아 정신에 입각한 생애를 완벽할 정도로 살아내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실천적 섬김의 가르침을 메토디스트 운동을 통해 철저히 가르쳤으며, 조직화하며 구체적으로 디아코니아적 사업을 펼쳐 나갔던 것이다.

존 웨슬리의 신학은 전적으로 구원론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하나님의 ‘우주적 은총’(요3:16 universal grace)이야말로 결정적인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우주적 은총은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이 만인을 위해 유효한 것이다.

1)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 : 만인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선행은총’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인이 되는 첫 관문으로서의 기초적인 경험인, ‘칭의’가 “우리를 위해(for us) 행하신 하나님의 사역”이고, ‘중생’이 “우리 속에서(in us) 행하신 하나님의 사역”인데 비하여, ‘성화’는 ‘그리스도인의 완전’을 목표로 ‘그리스도인 자체’를 말하는 “하나님과 만인에 대한 사랑의 삶”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화는 “우리를 통해(through us) 행하시는 하느님의 사역”이며,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의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성화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며, 그 과정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걸어가야 할 길인 것이다. 웨슬리는 ‘이 길을 걷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랑으로 역사(일)하는 믿음”('faith working by love').

웨슬리에게 있어 ‘신앙과 사랑’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로 속해있으며, 그 순서는 뒤바뀔 수가 없다. 믿음이 사랑 앞에 위치함은 ‘선행의인’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며, 믿음과 사랑이 함께 붙어있음은 이웃에 대한 최선을 다함이 없는 자기만족적 신앙을 막아주는 것이다. 이웃이 배제된 그리스도인 됨은 웨슬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삶의 성화’라는 표현은 곧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일컫기 때문이다. “이 사랑은 숨겨질 수 없는 것이며, 신앙이 자라면 자랄수록, 그만큼 신앙인의 삶과 행위에서 그 사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2) 사랑의 이중계명 : 존 웨슬리는 ‘사랑의 이중계명’(막12:31이하)을 자신의 전체 신학을 이끄는 패러다임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신앙인의 사랑의 중심점 안에 하느님 바로 옆에 이웃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사랑이 없는 이웃사랑은 웨슬리로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하나님을 위한 사랑과 봉사는 신앙인으로 하여금 이웃에 대한 봉사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신앙인을 이웃사랑에 대한 의무로부터 떼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분리되지 않고 상호 소속된다는 것이다. 존 웨슬리는 심지어 좀 더 나아가 기독교와 사랑을 한 편으로는 동일시까지 하였음을 알 수 있다.

3) 성화와 사랑 : 성화와 사랑의 동일시는 존 웨슬리의 성화론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특징이다. 발터 클라이버와 만프레드 마르크바르트가 서술한 이러한 동일시의 두 국면을 여기서 살펴보자: “사랑이 하나님의 선물인 것처럼, 성화는 하나님의 선물이다...(중략)...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의 삶의 중심부가 되는 바로 그곳에서 우리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중략)...이러한 과정은,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능력을 입고, 나아가 하나님과 동시대인들과 함께하는 삶의 능력으로 되어지게 하는 연동장치의 벨트와도 같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다만 믿음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물한 이 사랑을 받아들일 때 만, 우리는 그 믿음을 통하여 성화(구원)되어질 수 있다고 존 웨슬리는 중점적으로 강조하였다.”

신성클럽 시절부터 디아코니아적 신앙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존 웨슬리의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관(갈5:6)은 삶속에서 구체적으로 ‘최대한 벌어서, 최대한 아껴서, 최대한 주어라’의 원리로 요약된다 할 수 있겠다. 비록 웨슬리 당시로는 구체적인 사회구조적 복지까지는 추구하지 못한 한계는 있었으나, 이후 메토디스트는 영국사회에 실천적 섬김을 통한 엄청난 개혁을 이루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영국 여왕도 한때 이를 치하한 적도 있었을 정도다.)

웨슬리 당시 여러 방면의 영국의 상황을 통해 웨슬리가 시대사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당시의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그가 처음부터 가졌던 ‘실천적 신앙관’을 확고히 다져가며 펼쳐 나갔던 획기적 전기가 된 배경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 웨슬리가 Holy Club 당시부터 추구했던 실천적 신앙관, 즉 디아코니아적 접근을 통한 사회성화적 실행이었던 것이다. 웨슬리에 의한 메토디스트 운동이야말로 당시의 두 계층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일에 최대의 힘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까지의 한국교회는 지나친 교회중심적인 모습으로,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성도들을 교회 안에만 감금 시켜두는 모습의 교회를 이상적인 교회로, 또 교회의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으로 알고 그 자리에 정주하며 만족해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한국교회는 해방되어야 한다. 성도들을 해방시켜 사랑을 위한 자유를 누리게 해야 할 것이다. 참다운 자유와 그 자유를 통한 기쁨은 사랑의 행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신앙의 자유, 그것은 바로 ‘사랑’을 의미한다. 이것을 가능케 해 주는 유일한 성서적 바탕의 길이 바로 ‘디아코니아’이다. 이 디아코니아가 교회의 핵심 사명이자, 교회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교회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바빌론 유배처럼 된 교회와 포로처럼 된 성도들을 오늘의 왜곡된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초대교회의 디아코니아적 예수운동을 기반으로 한 독일의 디아코니아 운동과 웨슬리의 “실천 있는 신앙관”과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의 회복을 통해 구속적 해방과 사랑의 자유를 누리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디아코니아적 교회관의 회복은 실로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보면서, 이를 위해 목회현장 속에서 실천되도록 하기 위한 목회의 방향으로 ‘디아코니아적 목회’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난 이제라도 한국의 개신교회는 디아코니아적 교회와 디아코니아적 목회로 귀향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복음의 진리에 충실하면서 현실 속에서 실천을 강력하게 추구했던 존 웨슬리의 리더십을 통해 그 대안적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상기 내용의 상당부분은 지난해 경기연회 예수학당 주관으로 개최한 제3회 웨슬리 목회세미나에서 발표된 박인갑 목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Ph.D)의 논문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취 인용하였다.

경기연회 남양지방 원천교회

곽일석 목사(iskwa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