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기도회 시간이었습니다. 김 전도사님이 찬양 인도를 하시는데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노래를 잘한다거나 진행이나 멘트도 세련되지 않았지만,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사역하시는 김 전도사님의 찬양은 매번 저에게 신선하고 깊은 감동을 줍니다. 아마 매주 고난의 현장을 찾아 그 한가운데에서 드리는 ‘고함(고난함께)예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를 심령이 가난한 사람의 마음으로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생생한 예배자의 마음이 전도사님 영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날것과도 같은 복음의 현장감이 가득한 전도사님의 찬양에 늘 신선한 감동을 받습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고함예배’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예배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입니다. 말 그대로 전도사님은 ‘고함’을 잘 지릅니다. 저는 평소에 설교 시간이나 기도 중에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선동적이며 작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단골 멘트처럼 하나님은 이미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의 소리를 듣고 계신데 얼마나 하나님을 멀리 느끼면 그렇게 목이 쉬어라 소리를 외치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고함에 대해 그토록 시니컬한 저조차 전도사님의 고함에는 마음이 동합니다. 그 고함 속에는 하나님을 향한 급박한 울부짖음이 담겨 있고, 고난받는 이들을 향한 안타까운 사랑이 담겨 있으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지 않는 이들을 향한 착한 원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전도사님과 함께 부른 찬양 중에서 찬송가 546장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 서’가 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매번 익숙한 마음으로 찬송을 흘려 부르다가 그 날따라 전도사님의 진정성 있는 찬양 인도에 따라 새로운 마음으로 찬송을 불렀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제가 그동안 이 찬송의 첫 소절을 잘못 이해하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잘못된 이해가 이 찬송의 고백대로 살아가는 삶의 실재를 모호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으시나요? 이 찬송가의 제목이며 첫 번째 소절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 서'에서 ‘서’는 ‘~에서’라는 의미의 조사가 아니라 ‘서다’라는 동사입니다. 영어 찬송가에서는 ‘on’이 아니라 ‘서 있으라’는 명령형의 동사 ‘stand’입니다. 그래서 찬송가의 제목을 잘 보면 ‘위에’ 하고 ‘서’가 띄어쓰기로 기재 되어 ‘위에서’가 아니라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서’라고 적혀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오독은 이 찬송가의 메시지를 꽤나 모호하게 만듭니다. 그냥 가끔 교회의 주일예배만 출석하면 기독교인이 되는 것 마냥 대충 ‘말씀 위에서’ 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찬송가는 우리에게 ‘개인적인 언약으로 주신 그 말씀 위에 굳게 서 있어야 한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찬송가를 익숙하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풍월을 읊듯 부를 것이 아니라 한 소절 한 소절을 제대로 불러야 합니다. 이 찬송가의 원어 가사는 ‘Standing on the promises of Christ my King’ 그래서 한국어로 찬양할 때 ‘Standing’을 강조해서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 서서’라는 의미를 깊이 새기며 ‘서’를 분명히 띄어 읽어야 합니다.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 서(서) 영원토록 주를 찬송하리라
소리 높여 줄을 찬양하면서 약속 믿고 굳게 서리라
굳게 서리 영원하신 말씀 위에 굳게 서리
굳게 서리 말씀 위에 굳게 서리라
흔들리는 건 인생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흔들리게 하는 건 내 안에 있습니다. 진실함과 용기를 붙들어야 진리를 따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위에, 예수님 앞에 진실하게 서십시오. 모든 운동이 그렇듯 몸으로 하는 노래에서도 하체가 중요합니다. 노래를 가르칠 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굳게 서는 것’입니다. 하지만 힘을 빼고 굳게 서야 합니다. 뻣뻣하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구부려서 에너지가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부드럽지만 굳게 서서 발밑으로 깊이 뿌리가 뻗어 있다고 상상합니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호흡기관이라고 생각하면 깊고 단단한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부드럽고 굳게 서야 좋은 노래가 나옵니다. 믿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로 깨닫고 가슴으로 뜨거운 신앙도 좋지만 금새 시들어버리곤 합니다. 개인적인 신앙의 역사를 통해 약속하신 말씀 위에 굳게 서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뿌리를 내려야 건강한 신앙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시편 119:105말씀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의 빛이니이다" 우리가 말씀 위에 굳게 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제 신앙 여정 속에서 약속의 말씀으로 붙들며 그 위에 굳게 서려 하는 말씀은 창세기 28장 16~17절 말씀과 로마서 8장 37~39절 말씀입니다. 삶이 흔들릴 때마다 누군가로 인해 마음이 무거울 때마다 저는 이 말씀을 기억하여 스스로를 그 위에 굳게 세웁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주신 여러분의 약속의 말씀은 무엇인가요? 이 찬송가를 기억하며 그 위에 굳게 서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