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는 그분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드러내는 맑은 거울과 같다. 마치 고요한 호수가 하늘의 찬란한 별빛과 구름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비추듯이, 자연 만물은 하나하나가 창조주의 장엄한 속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웅장한 산맥의 장대함과 들판의 생명력 넘치는 초목들, 끝없이 펼쳐진 창공과 심오한 바다의 신비, 그리고 각양각색의 모든 생명체들은 하나님의 위대하신 창조 섭리를 증거하며, 그분의 무한한 지혜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성경은 이러한 창조의 신비와 영광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 속에 분명하게 새겨져 있다고 말씀한다.

로마서 1:20의 말씀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속성과 신성이 그분이 창조하신 만물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이는 우리가 자연을 단순히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창조주의 무한한 지혜와 놀라운 능력을 깊이 묵상하고 경험하도록 초대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 순간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경이로운 현상들은 모두 창조주의 섬세한 손길과 그분의 영광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인간은 이 광대한 창조세계 안에서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창세기 2:7의 말씀은 인간이 '땅의 흙'이라는 물질적 요소로 지음 받았으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거룩한 생기를 받아 영적인 생명체가 되었다고 증언한다. 이러한 이중적 본질은 우리가 창조세계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지혜롭게 돌보고 보존해야 할 고귀한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편 8편의 시인은 경이로운 찬양을 통해 인간을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존귀하고 영화로운 왕관을 씌워주셨다"고 아름답게 노래한다. 그러나 이처럼 놀라운 존귀함은 결코 우리의 뛰어난 지혜나 탁월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물이며,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갓난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또 신체적이나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까지도 동등하게 하나님의 귀한 형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과학적 지식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중한 렌즈가 될 수 있지만, 우리의 이해력과 지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마치 광활한 우주를 망원경으로 관찰할 때,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무한한 신비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과 같다. 욥기에서 하나님께서 욥에게 보이신 것처럼, 우주의 깊은 신비와 자연의 오묘한 법칙들 앞에서 우리의 지식은 여전히 미미하다. 바다의 깊이를 측정하고 별들의 운행을 계산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원리와 목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우리의 이해를 벗어난다.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겸손한 자세로 창조주 앞에 서도록 이끌어주며, 동시에 계속해서 배우고 탐구하려는 경건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탐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경외심을 가지고 창조의 신비를 연구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자연과 피조물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은 단순한 관찰이나 피상적인 이해를 훨씬 뛰어넘는 깊고 의미 있는 영적 체험이다. 이는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심오한 의도와 정신을 발견하는 것처럼, 창조세계 속에서 창조주의 숨결과 지혜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깊은 깨달음은 우리로 하여금 창조세계를 더욱 경외하며 겸손하고 책임감 있게 대하도록 이끌어준다. 우리는 하나님의 세밀한 지문이 한 땀 한 땀 새겨져 있는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 속에서 창조주의 영광과 그분의 무한한 사랑을 발견하고, 그것을 지혜롭게 보존하고 정성껏 돌보는 청지기적 사명을 충실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