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 최종원, 비아토르, 2024)

“내 이기심을 충족하고 우리끼리의 집단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교회가 존재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한국교회는 다양성을 억압하고 소수자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방식으로 종교 전체주의에 함몰되어 가고 있다.”(254)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보아야 정확해질 때가 있다. 자기객관화라는 말이 유행이다. 관망하듯 나 자신을 또 우리 사회를 들여다볼 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의 저자 최종원은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친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의 설립취지는 한국기독교를 섬기는 것이다. 이방 땅에서 진단하는 한국교회는 어떤지 자못 궁금하다. 

  이념 갈등이 이토록 첨예했던 때가 있었나 싶은 시절이다. 교회 안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교계 내에서 벌어지는 혈투에 참담함을 느끼곤 한다. 교회공동체가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익집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그러하다. 입술로는 통합과 화해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경쟁과 배제,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형국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 파시즘적 현상에 염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종교 전체주의’도 마찬가지다.

“종교의 쓸모는 복잡한 현실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그 너머의 세계와 가치를 제시하는 데 있다.”(241)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는 저자가 수개월동안 기고한 글을 편집한 책이다. 각각의 서론부터가 인상적이다. 한국교회의 현주소에 대한 시의적절한 논제들이 흥미롭게 담겨 있는 까닭이다. 어떤 열쇠낱말로 그 이야기들을 하나로 꿸 수 있을까. 기독교의 지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현대적 언어로 풀이한 느낌이 강했다. 기독교는 초월적 비전을 제시해야 마땅하나, 그것은 역설적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로 귀결되곤 한다. ‘경계’라는 단어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그런 연유일 터. 

“세속의 성취와 영향력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여기는 순간, 교회와 세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39)

“교회의 목적은 교회 밖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복종하는 연습을 하는 것, 그 자체가 교회의 가장 큰 목적일 수 있다.”(96)

  영향력이라는 말을 바꾸면 권력이 될 것이다. 힘과 권력을 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선한 사업을 도모하는 등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몸을 숭배하거나 도그마에 빠진다면, 그것은 거짓 평화를 조장하는 일과 진배없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창조신앙을 고백하면서 진화론적 착상들을 전파하는 게 작금의 한국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약자들을 도태된 존재로 취급하며,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라는 교리를, 경쟁을 예찬하고 정당화하는 논리가 설교에 팽배해 있지 않는가.

“선포하는 이는 성도들의 마음에 돌이킴에 대한 찔림을 주고, 성도들은 그런 설교를 감동 있게 들었다는 것만으로 죄의식을 벗는 얕은 회개의 재생산이라 하면 지나칠까. 진리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선포되는 말들이 방향 없이 공중에서 사그라든다. … 오로지 위로하고 격려하며 정당화하는, 거기에다 적당한 죄의식을 주고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만이 예언의 목소리라도 되는 것처럼 난무한다. … 교회가 예언자의 면모를 상실한 지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피를 제물 삼아 자신의 존재를 연명해 가고 있다. … 자신의 욕망을 종교심에 투사한 이들은 불편한 소리를 전하는 예언자를 죽이고 진리가 승리했다고 선포한다. 그 섬뜩한 종교심이 두렵다.”(247~253)

  “기독교의 차별성은, 인간이 신의 진노를 잠재우기 위해 사람이나 짐승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의 평화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희생했다는 내러티브에 있다.”(204) 타자를 위한 자기희생, 이것이야말로 기독교를 지탱하는 ‘정통행동orthopraxy’이다. 교회공동체는 공존과 돌봄, 책임과 연대로 참 평화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요1:9) 주님의 시린 마음을 달래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경계 밖에 계신 주님을 교회 안으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님 곁으로, 경계 위로 나아갈 때 가능해진다. 정의와 평화, 책임과 환대의 기독교로 쇄신되기를 소원한다.

“교회는, 때로 설교단을, 때로 성찬을 위한 제단을 교회 문 바깥에 설치했다. 그렇게 길거리 예배와 길거리 미사가 드려졌다. … 기꺼이 문을 열었을 때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 자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타자를 위한 자기희생, 그것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교회이다. 성찬은 개인의 종교적 체험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기억과 집단의 정체성이 되도록 한 걸음 밖으로 내딛는 것이 성찬을 올바르게 기념하는 일이다.”(144)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