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창조물이 화마에 휩싸여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과 청송으로 번져가는 광경은 마치 요한계시록의 심판의 날을 보는 듯하다.

최대 1km까지 날아가는 불똥들은 마치 우리의 죄가 얼마나 멀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경고 메시지와도 같다. 한 곳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멀리 떨어진 곳까지 번져가듯이, 우리의 무분별한 행동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3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강풍이 초속 20미터를 넘나드는 이 비정상적인 기후는 자연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은 우리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탄소 배출이 초래한 결과이며, 이는 분명 우리의 환경 파괴에 대한 창조주의 탄식이자 경고일 것이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주께서 보시기에 바르고 선한 일을 행하라"(렘 34:15)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했는가? 편리함과 이기심을 좇아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해왔고, 그 결과는 이렇게 무서운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효습도가 위험 수준인 30-40%대까지 급격히 떨어지고, 거센 강풍이 맹렬한 기세로 산불을 더욱 거세게 부채질하는 이 처참한 현실은 우리의 무책임한 행동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적나라한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7일에 내린다는 비마저 고작 5-10mm에 불과하니, 이는 마치 끓어오르는 화염 앞에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미미한 강수량으로는 타오르는 산불을 진압하기는커녕 불길을 식히는 데도 역부족일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시편 기자는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하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 24:1)라고 노래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소유권이 아닌 청지기 직분이었음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생태계 보전을 위해 우리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피조세계를 지키는 길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는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현재 산불 진화를 위해 헌신하시는 모든 분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드린다. 또한 이재민이 되신 분들과 불안에 떨고 계신 주민들을 위로하며 보호하여 주시기를 간구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의 길로 나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에스겔 선지자의 말씀처럼 "너희는 어찌하여 죽고자 하느냐"(겔 18:31)는 주님의 안타까운 음성이 우리의 마음 깊숙이 울리고 있다. 이는 우리의 무관심과 방관이 결국 우리 자신을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경고의 말씀이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여, 이제는 깨어나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실천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맡겨진 이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지키는 일에 더는 주저하지 말고, 이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 담대히 행동하자.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