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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정치싸움에 등터진 새우
3년 전인 2012년 10월 경 기독교타임즈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신문사는 6-7가지 항목의 해고사유를 들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5월 6일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최종 당부재판 자리에서 재판위원 가운데 몇몇이 ‘당신은 김국도 목사를 지지하는 신문을 만들지 않았냐’고 다그치더니 결국 ‘바로 그게 범죄’라고 못 박아 말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4일 총회재판위원회에 공소를 제기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결정문에서는 이런 저런 공소제기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2008년 감독회장 선거 이후 기독교타임즈가 사적 이익에 급급해 감리회 본부의 뜻을 거스르고 김국도 목사를 지지하는 입장에 섰다는 근거 없는 낭설이 그 배경에 깔려있고, 어느새 그 지독한 오해와 편견이 주홍글씨로 되었다는 것을.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착잡합니다.
전용재 감독회장님이 김충식 목사님과 염정식 장로님을 장정개정위원회에 넣고, 김충식 목사님을 위원장으로까지 세운 마당에, 지금껏 해묵은 감정을 풀지 않고 이런 식으로 분풀이를 하나 생각하니, 힘없는 자의 서러움과 절망을 다시 느낍니다.
‘상생과 화해’ 잡아먹는 사적 ‘분풀이’
며칠 전 총회특별재판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용우 목사님이 우편으로 보내신 ‘통고문’과 ‘사임서’ 사본을 받았습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김 목사님의 상심을, 감리회 재판 전반에 대한 회의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신문사에 오래 있었지만 김용우 목사님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매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현명한 분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위원장직을 맡으셨겠지요.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심리를 할 때마다, 김 위원장님은 ‘상생과 화해’가 감독회장의 뜻이고 감리회의 뜻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고발인인 감독회장과 피고발인 3인 사이의 중재자가 되어 모든 법적 분쟁을 합의로 정리하길 원했습니다. 총회특별재판위원회도 김용우 위원장에게 화의조정을 위한 전권을 위임했었습니다.
김 위원장님은 합의서에서 저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사회법에 해고무효소송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저인들 사회법으로 가고 싶어 갔겠습니까. ‘회삿돈 횡령해 해고당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어떻게 목사로 현장에 나가 목회를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과 다른데...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아니 생존하기 위해 사회법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은 올해 1월 29일 저의 승소로 최종 종결되었습니다.
해고무효소송의 시작은 2012년 12월경이었습니다. 1년가량의 재판 끝에 1심에서 승소를 하였으나 본부는 재판결과에 승복하기를 거부하고 계속 상소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1심, 2심, 3심 모두 해고사유 6-7가지 중 단 하나도 적법하지 않으며 모두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해고사유가 모두 정당하지 않았다면 분풀이로 저를 축출했던 것이 명확해진 것입니다.
김 위원장님은 더 큰 것을 요구했습니다. 복직명령과 동시에 사직서를 내고, 받아야 할 임금도 10% 줄여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감리회 본부라는 거대한 고래 같은 조직을 상대로 초라한 일개 개인이 새까맣게 마음을 태워가며 햇수로 4년 만에 받아낸 선물인데 그것을 도로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목회임지를 마련해 준다거나 본부의 다른 자리를 준다는 조건이 걸려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그렇게 하겠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합의를 통해 모든 소송을 종결하고, 이후로도 법적인 다툼을 하지 말자는 내용이 이 모든 것을 내려놓자는 결심을 하게 한 것입니다. 저도 감리회 목사인데, 어머니인 감리교회 안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데... 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 글자 고칠 게 없다던 ‘합의서’ 한순간에 휴지 취급
3월 24일 김용우 위원장의 주선으로 합의절차는 원만하게 진행됐습니다. 감독회의 참석차 자리를 비운 전용재 감독회장님의 뜻을 받아 대리인으로 참석한 OOO 총무가 몇 가지 사항을 요구해 합의서를 수정했습니다. 이 총무는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한 자도 고칠 것이 없다’는 말까지 하며 완성된 합의서에 서명 날인했습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5월 14일 재판에 회부한다는 결정문을 보낸 것입니다. 감리회에서 ‘화해와 상생’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인가! 해묵은 정치이념으로 끊임없이 상대방을 죽이려드는 무리가 있는 한 감리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솔직히 감리회 사태에서 나는 죄 없다고 떳떳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무도 통제할 수 없었던 혼란 속에서 감리회는 오랫동안 길을 찾지 못하고 무질서 속에서 헤맸습니다. 누가 감히 손에 돌을 들고 심판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요? 그래서 감독회장님이 제시한 해법이 ‘화해와 상생’이 아니었던가요.
감정적·정치적 감리회 재판, 바로 잡아야
저는 지금 감리회의 재판에 별 기대를 갖지 않습니다. 이미 대법원에서 내놓은 무죄 판결도 뒤집어 죄 있다고 하는 이 폭력적인 상황에서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에는 교회법보다 사회법이 우위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같은 입에서 반대의 말을 뱉어냅니다. 약점을 쥔 자나 힘 있는 자에게는 굽실거리고, 약한 자는 가차 없이 짓밟는 이런 구조 속에서 무슨 선한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감리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감리회 개혁을 위한 10대 과제를 선정했다고 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 ‘재판의 신뢰회복을 위한 개혁’도 있더군요. 사법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재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총회특별재판위원회 위원 가운데 전문위원으로 법조인이 포함되는데 대개 감리회본부 자문변호사들인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감리회 본부와 맞서 해고무효소송에서 이겼습니다. 본부의 입장에서 보면 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감리회 본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조인들이 본부와 싸워 이긴 사람을 피고발인으로 두고 어떻게 객관적인 심리를 할 수 있겠나’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본 양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처음 몇 번의 심리에서는 객관적 입장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본부의 관계자가 합의서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자 태도가 돌변했고, 위원들 중 상당수도 속내를 드러내며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을 펼치며 죄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결도 마음만 먹으면 다 뒤집을 수 있는 게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감리교단의 사법 체계라면 무슨 기대를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총특재 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용우 목사님의 상한 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문사를 나온 이후 펜을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도 만나러 다니지 않았습니다. 펜보다도 사람보다도 만사를 주장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기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긴 침묵을 깨고 다시 펜을 든 것은 약한 자의 호소를 들어줄 선한 양심을 품은 사람들의 중보가 갈급해서입니다.
재판을 앞두고 쓰는 이런 글이 저들의 분노를 사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염려하는 분도 계시지만 충분히 실망한 사람이 무엇을 더 무서워하겠습니까.
부족한 사람의 작은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감리회가 건강히 세워지도록 함께 기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곽인 mercykwak@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