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목회아카데미, 배철현 박사 초청 2024 봄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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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의: 배철현 박사(하버드대학교 고대근동학 전공) "감리교회의 살길" | ||
한국목회아카데미(이사장 김종훈 목사)가 25일 오전 남산 아래 서울유스호스텔에서 배철현 박사(하버드대 고대근동학 전공. 청량리교회)를 강사로 초청해 “감리교회의 살길”을 주제로 2024 봄 세미나를 개최했다.
창립7주년을 맞은 ‘한국목회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는 산하에 ‘상담목회연구소’와 ‘교육목회연구소’, ‘웨슬리목회연구소’를 두고, 각각의 영역에서 상담과 강연, 그리고 세미나와 출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개교회와 목회자들을 섬기는 ‘목회 사랑방’의 역할을 해 왔다.
아카데미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고대근동학을 전공한 종교인문학 분야의 석학인 배철현 박사를 초청해 최저출생율과 최고자살률 및 혼란함의 늪에 빠진 시대상황 속에서 한국교회가 품어야 할 희망을 모색하고자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
세미나에 앞서 김종훈 이사장(전 서울연회 감독)은 인사말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와 목회환경도 예측을 넘어서 변화하고 있으며 기독교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는 교회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전하며 “예측 불가능한 사회속에 존재하는 기독교(감리교)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길을 찾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목회자 등 140여 명이 참석한 세미나는 김석윤 목사(한국목회아카데미 사무총장)의 사회, 전영기 목사(감리교 전국부흥단장)의 기도, 김종훈 이사장의 인사말과 박춘희 목사(교육목회 연구소장)의 강사 소개, 배철현 박사(하버드대 고대근동학 전공)의 강의, 권종철 목사와 방영식 목사의 공연, 배동윤 목사(전 서울연회 감독)의 폐회기도, 오찬 친교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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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의: 배철현 박사(하버드대학교 고대근동학 전공) "감리교회의 살길" | ||
강사 배철현 박사는 이번 세미나의 주제 ‘감리교회의 살길’을 제시하는 강의에서 한국교회를 향해 “유기遺棄하고, 회복回復하고 개안開眼하라”고 조언했다.
유기하라.
무엇을 내다 버리란 것일까? 배박사는 창세기12장 1절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너 자신을 위하여, 네 고향, 친족, 네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길을 떠나면) 보여줄 그 땅으로 가라.”는 말씀을 읽어주고 야훼가 아브라함에게 버리라고 한 세가지가 고향, 친족, 아버지 집인 것을 확인해 주면서 이것들은 아브라함의 정체성이자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 준 것들이라고 했다.
즉 고향이 가져다주는 권력, 친족이 가져다주는 명성, 그리고 집안이 가져다주는 안정을 유기하고, 야훼가 지시할 땅으로 나서야 했듯이 오늘의 한국교회도 유기할 것들을 유기하고 교회가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나서는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회복하라
배박사는 예수가 공적인 삶을 시작하면서 외친 첫 마디 마태복음 3장1~2절 “1. 그 때에, 세례요한이 나타나 유대사막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2. “회복하라. 하늘나라가 (이미) 도래해 있다.”는 구절의 강해를 통해 한국교회가 ‘회복’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었다.
먼저 배박사는 2절에 등장하는 단어를 ‘회개’가 아닌 ‘회복’으로 읽은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가 흔히 ‘회개하라’라고 번역한 그리스어 원문 ‘메타노이에이테’는 ‘마음(노이에)을 바꿔라(메타)!’라는 의미다.중세에 제롬은 ‘회개하라’라는 그리스어 원문 ‘메타노이에이테’를 ‘아기테 파이니텐티암’agite paenitentiam으로 번역하였다. 이 표현은 ‘고해성사하라’는 말이다. 회개는 정말 고해성사인가?
중세시대가 끝날 무렵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는 그리스어로 새로 번역한 <신약성서>에서 라틴어 ‘레시피스치테’resipiscite로 번역하였다. ‘레시피스치테’는 ‘의식을 회복하다; 정신을 차리다; 회복하다’라는 의미다. 즉 세례요한이 침례를 베풀면서 외친 첫 문장은 ‘정신을 차리십시오!’ 혹은 ‘당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의식을 회복回復하십시오’라는 의미다. 히브리어로는 ‘슈브’이고 세례요한이 썼을 아람어로는 ‘타브’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회복하라는 것인가? 배박사는 그게 ‘신의 형상‘이라고 했다. 즉 하나님은 신의 형상’으로 우리를 지으셨으므로 우리 안에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신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이 회개라는 것이다. 그리고 배교수는 “이것이 구원이다”라고 했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 천국”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천국은 이미 우리에게 일상으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개안하라
배박사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부활한 예수와 함께 걸어가면서도 스승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왜 두 제자는 예수를 3년이나 따라다녔는데, 알아볼 수 없었을까?”라고 물었다. 이미 천국이 우리 일상에 다가와 있는데 왜 그 천국을 누리지 못하는가라는 책망같은 것이었다.
배박사는 누가복음 24장 16절 “그들의 눈은 그런 예수의 모습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도록 닫혀 있었다.”는 구절에서 그들의 눈의 상태를 그리스어로 ‘에크라툰토’ekratouto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설명했다. 이 단어 동사 ‘크라테오’krateo는 ‘장악하다; 붙잡다; 다스리다’는 의미로서 그들의 눈은 예수가 죽었다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인질이 되어, 예수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는 무엇에 인질이 되었기에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예수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개안이 될까.
배박사는 그 비법을 두 제자의 눈이 열리게 된 과정을 들려주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엠마오 마을로 들어가는 성문에 도착했을 때 예수는 계속 길을 가고자 했으나 제자들이 이 낯선 사람을 집으로 초대했다. 누가복음 24장 29절에 “그들은 그에게 팔을 강력하게 붙잡으면서 말했다. ‘(오늘 밤은) 우리와 함께 지냅시다. 이제 거의 저녁이 되었고 날이 완전히 저물었습니다.’”라고 기록했다. 즉 두 제자는 밤길을 가야하는 낯선 자의 안전과 안녕을 걱정했을 뿐 아니라 그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베려했다.
배박사는 바로 이 두제자의 배려와 자비가 예수를 알아보게 한 이유였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두 제자가 집으로 들어가 낯선 자를 위해 식사를 마련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을 때 그들의 눈이 열려 그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면무지의 낯선 자에게 분에 넘치는 호의를 보였을 때, 그 낯선 자는 더 이상 낯선 자가 아니라 부활한 예수“라면서 ”부활한 예수는 종교시설에 안주하거나 설교나 교리에 의해 정의되지 않고 자비를 베풀 때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낯선 자“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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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김석윤 목사(사무총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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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 도 : 전영기 목사(시화임마누엘교회 담임, 전 감리교 전국부흥단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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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 사 : 김종훈 목사(이사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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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사소개 : 박춘희 목사(교육목회 연구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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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 연 : 방영식 목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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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의: 배철현 박사(하버드대학교 고대근동학 전공) "감리교회의 살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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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의: 배철현 박사(하버드대학교 고대근동학 전공) "감리교회의 살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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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 연 : ‘섹소폰 연주’ (권종철 목사.예수마을교회 담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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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의: 배철현 박사(하버드대학교 고대근동학 전공) "감리교회의 살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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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회기도:배동윤 목사 (전 서울연회 감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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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배철현 박사의 강의안 전문이다. 강사의 허락을 받아 게시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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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의: 배철현 박사(하버드대학교 고대근동학 전공) "감리교회의 살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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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遺棄하고, 회복回復하고 개안開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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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제 장소로 가는 아브라함과 이삭>
마르크 샤갈(1887-1985)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으로써 불투명 효과를 낸 과슈,
1931, 62cm× 48.5cm
프랑스 니스 국립 샤갈 성서박물관
I. 유기遺棄하십시오!
창세기 12장 1-5절
종교가 더 이상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천덕구니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라고 조롱합니다. 개신교를 포함하여 종교들이 웃음거리가 되었다.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지 않고, 자신이 우연히 접한 종교만이 유일무이한 진리로 여기는 종교인이 대부분이다.
아브라함의 소명에 관한 내용이 적힌 <창세기> 12장 1-5절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다. 하나님이 느닷없이 등장하여 바벨탑과 같이 인간이 자랑하는 문명도시를 버리고, 새로운 땅을 향해 인생여정을 시작하라는 신의 명령이다. 다음은 <창세기> 12장 1-5절에 대한 히브리어 원문의 번역과, 그 번역에 대한 의역이다:
창세기 12.1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너 자신을 위하여, 네 고향, 친족, 네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길을 떠나면) 보여줄 그 땅으로 가라.”
“갈급渴急한 영혼靈魂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신 분,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해 주셨다: 자, 지금只今, 부모로부터 우연히 태어난 존재가 아닌, 자기-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네가 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너에게 정체성을 준 모든 것을 과감하게 버려라. 다음 세가지다. 첫째, 네가 태어난 곳, 즉 고향이다. 둘째, 네가 그 땅에서 관계를 맺은 친족과 친구들이다. 셋째, 너를 보호해준 직계가족이다. 만일 네가 이 세 가지를 버리고 새로운 여정에 들어 선다면, 그때 나는 네가 가야만 하는 새로운 땅을 보여줄 것이다. 아니, 너는 이미 그 위대한 길 위에 있는 자신을 발견發見할 것이다.”
창세기 12.2
“그리하면 내가 너를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너를 복福을 주고, 네 이름을 위대하게 만들어, 복福이 되게 하리라.”
“그리하면, 내가 너를 통해 위대한 나라를 만들 것이다. 내가 너를 우주 삼라만상의 섭리를 깨달아 알고 승복하는 존재로 만들 것이다. 네 존재의 전부인 이름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신비神?, 전율戰慄, 매력魅力에 사로잡히게 만들고, 너 자신이 삶의 행복과 불행, 고통과 기쁨, 선과 악, 상승과 하강, 양과 음, 천국과 지옥,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 타인과 자신을 하나로 여길수 있는, 순명順命하는 인간이 될 것이다.”
창세기 12.3
나는 너를 축복하는 자를 복을 주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저주할 것이다. 너를 통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친족들이 복을 받을 것이다.
“나는 너를 축복하는 자를 복을 주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저주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너는 고향을 떠나는 순간, 아브람이 아니라, 신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게 될 것이다. 너를 통해 지상에 거주하는, 너와 연관을 맺은 모든 이들이 복을 받을 것이다.”
창세기 12.4
아브람은 야훼께서 말씀하신대로 떠났다. 롯도 그와 함께 갔다. 그가 하란을 떠났을 때, 그는 칠십오세였다.
아브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왜 자신이 그런 음성을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침묵의 소리였다. 아브람이 혼동에 휩쌓여 있을 때, 아내 사래는 그것은 신의 계시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녀는, 그의 양심에 침묵의 소리를 전달한 분은 야훼라고, 남편에게 확신시켜주었다. 그의 조카인 롯도 삼촌과 외삼촌의 거룩한 여정에 합류하였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났을 때, 그는 칠십오세였다.
창세기 12.5
아브람은 그의 아내, 사래, 그의 조카 롯, 그가 획득한 모든 소유물, 그가 하란에서 얻은 사람들을 취하였다. 그는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나섰고 가나인 땅에 도착하였다.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남편의 결정을 존중하였다. 아브람은 그의 아내, 사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이 강한 조카 롯, 그가 우르와 하란에서 불린 많은 가축들, 그리고 가축을 기르기 위한 일꾼들을 데리고 하란을 떠났다. 그들이 가려는 장소는 가나안이다. 그들은 하란에서 가나안까지, 오래된 대상길을 따라 며칠을 걸어갔다. 드디어 가나안 땅에 도착하였다.
위 번역과 의역에서 핵심은 ‘레크 르카’라는 문구다. ‘레크 르카’는 12장 1절에 등장하는 첫 번째 동사로 ‘떠니라!’라고 흔히 번역된다. 이 문구의 핵심은 ‘르카’이며, ‘르카’는 ‘너 자신을 위해’라는 뜻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내가 떠올린 생각이며,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의지이며, 그 의지가 만들어낸 행위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쌓아 올린 현상 유지의 도구들, 즉 고향이 가져다주는 권력, 친족이 가져다주는 명성, 그리고 집안이 가져다주는 안정을 유기하고, 내가 가야만 하는 그 땅을 향해 나서야 한다. 그 목적지는 짖‚œ게, 내가 여정에 나서야만 가만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보물이다. 나는 그런 목적지를 향해 나서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에 안주하여 약간의 안위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는가? 자신을 위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발을 디디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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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과 안드레의 소명>
두초 디 부오닌세냐(Duccio di Buoninsegna(1250-1318)
템페라화, 42.7 × 45.5 cm, 1308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
2. 회복回復하십시오.
<마태복음> 3.1-2
나는 ‘현재의 나’에 만족하는가? ‘현재의 나’은 나의 신체, 나의 정신, 그리고 나의 영혼이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자신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자신’은 완벽한 직선이나 원처럼,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이데아 세계의 추상이다. 완벽이란, 완벽에 대한 추구이지 완벽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것이 스스로 완벽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완벽은 오감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완벽’이란 명칭을 지닌 것은 대개 ‘거의 완벽에 근접한 것들’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완벽한 자신을 상상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고 가정하자. 그(녀)가 도달할 미래의 자신은 현재의 자신보다 개선改善된 자신이다. 개선이란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만족이며, 미래의 자신이 되기 위한 연습이다. 이데아Eidea/Idea와 인간이 사는 현실現實 사이가 극복할 수 없는 공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데아는 현실의 개선을 통해 도달 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그리스 철학의 중심인 아테네 출신이 아니라, 변방 마케도니아 출신으로 플라톤이 아테네에 세운 아카데미아Academia에서 오랫동안 수학하였지만, 아테네출신들의 텃세로 이리저리 방황하였다. 자기 나름대로 이데아와 현실을 하나로 융합할 개념槪念을 창조해낸다. 개념이란 건축도면과 같다. 단순과 정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도면이 없다면, 벽돌 하나도 다른 벽돌
아리스토텔레스가 상상해낸 개념이란 ‘연습演習’이다. 연습이란 추상적으로만 존재하는 우주의 원칙을 자신의 삶에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훈련이다. 수련자는, 매일 매일 조금씩 연습을 통해, 완벽에 조금씩 접근한다. 연습은 완벽이 아니라, 완벽으로 가까이 접근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이다. 예를 들어, 완벽한 연주를 꿈꾸는 첼리스트는, 매일 매일 연습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연주에 조금씩 가까이 간다. 완벽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와 같다. 완벽을 추구할 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만일 연주자가 스스로 완벽하다고 자신하는 순간, 그는 불-완벽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인류문명은 현실에서 미래로 연결되는 가시적인 상징을 만들어 신화와 종교 이야기에 등장시켰다. 이집트 피라미드, 영국의 스톤헨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와 같은 구조물들은 그 바닥을 땅에 굳건히 고정시켰지만, 그 꼭대기는 하늘로 뻗었다. 사다리, 층계, 십자가, 보리수와 같은 물건들은, 아래는 위로 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며, 위는 아래를 통과하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다는 진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융합할 수 없는 양극이 절묘하게 하나로 융합한다. 이것을 ‘우니오 미스티카’unio mystica 즉 ‘신비한 합일’이라 부른다. 야곱이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조상은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사다리’를 꿈에서 본다. 야곱은 신적인 존재들이 ‘하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연습’은 후에 등장한 철학과 종교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스도교 성서인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수에 관한 행적을 기록한 복음서는 특히 그렇다. <마태복음>은 예수의 족보, 예수의 탄생과 동방박사의 방문, 그리고 예수가족의 이집트 피신으로 시작하였다. 민족주의자인 복음서 저자는 예수를 아브라함의 자손이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족보로 시작하였다. 예수의 탄생은 이미 유대인들의 경전인 히브리 성서에게 예견되었고, 심지어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토교 사제인 마구스Magus가 방문할 정도로 이스라엘의 구원자일 뿐만 아니라 온 인류의 구원자란 사실을 설명하였다. 특히 예수의 가족이 이집트로 피신한 에피소드는, 예수를 구약시대 히브리인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킨 제2의 모세로 묘사하였다.
이 복음서 저자가 생각하는 복음의 특징은 3장에 등장하는 세례요한의 등장과 외침에서 찾을 수 있다. <마태복음> 3.1-2는 다음과 같다.
1. 그 때에, 세례요한이 나타나 유대사막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2. “회복하라. 하늘나라가 (이미) 도래해 있다.”
성서는 특별한 일이 일어날 때 관용적인 어구를 사용한다. 그 어구가 ‘그 때에’라는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구다. ‘엔 데 타이스 헤메라이스 에케이나이스 ?ν δ? τα?? ?μ?ραι? ?κε?ναι?’라는 그리스어 표현이다. 이 문구를 직역하자면, ‘바로 그 날들 가운데’란 의미다. ‘데’δ?라는 분사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자신이 속한 문구를 강조하는 분사로, 강조하려는 문구의 첫 단어 뒤에 위치한다. 1행의 시작을 부연설명하자면 ‘자,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주의하십시오’ 혹은 ‘바로 그 즈음에’란 뜻이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요한’이란 자가 등장한다. ‘요한’이란 단어의 의미는 ‘야훼의 은총을 받은 자’란 의미다. 그는 새로운 참회의례를 소개하였다. 이스라엘인들은 자신이 신이나 동료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기 위해서 희생제의를 올렸다. 희생제의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양이나 염소와 같은 가축에 전하여 용서를 받는 관행이다. ‘희생양’이라고 번역되는 영어 단어 scapegoat를 정확히 번역하자면 ‘희생염소’다. 세례요한은 자신을 잘못은, 자신이 소유한 동물에 전가하여 대신 용서받는 유대인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새로운 의례를 소개한다. 바로 ‘세례’다.
세례는 1세기 메시아를 기다리며 사막에서 검약한 집단 생활하던 종교집단인 쿰란공동체의 중요한 의식이었다. 사해근처 이들이 거주하던 장소에 가면, 커다란 우물과 같은 구조물이 등장한다. 그 구조물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이곳이 바로 ‘세례’를 거행하던 장소다. 세례란, 혼돈混沌을 상징하는 물 안 깊숙하게 침수한 후, 질서秩序를 상징하는 물 밖으로 나오는 종교행위다. 태아가 어둡고 좁은 어머니의 자궁에 있다가, 시간이 되어 모태로부터 나온다. 새끼 거북이가 자신을 안전하게 감싸고 있는 알을,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임시치아로 부수고 깨어나는 행위다. 요한은 세례라는 의식을 처음으로 종교에 정착시킨 인물이다. 그는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알을 깨는 ‘임시치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개선할 도구를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이 바로 ‘복음福音’이다.
이 복음을 발견하는 장소가 ‘광야曠野’다. 인간이 참다운 자신을 찾기 위해, 아득하게 넓은 허허벌판에 서 자신을 응시해야한다. 공허空虛한 장소에 가는 이유는,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야에는 그를 보호해주는 집도, 친구도, 가족도 없다. 인간은 홀로 나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들짐승과 날짐승의 공격을 의식하면서, 자신이 과연 누구인가 깊이 묵상할 수 있다. ‘에레모스’라고 번역된 단어는 히브리어로는 ‘미드바르midbar’ 예수가 사용했던 아람어로는 ‘마드버라’다. ‘미드바르’는 ‘다바르’가 깃든 장소란 의미다. ‘다바르’는 유대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단어로 ‘말’이란 의미와 ‘행위’ 그리고 ‘행위를 통한 결과’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다. 구약성서에서 ‘신의 말씀’이란 표현은 단순히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통한 결과까지 포괄하는 단어다. ‘다바르’는 언행일치言行一致이며, 광야는 언행일치의 삶을 위해 자신을 수련하는 공간이다.
우리가 흔히 ‘회개하라’라고 번역한 단어는 로마제국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명령을 받은 히에로니무스라는 신학자가 교황 다마수스 1세의 명령을 받아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하여 405년에 완역하였다. 제롬은 ‘회개하라’라는 그리스어 원문 ‘메타노이에이테’를 ‘아기테 파이니텐티암’agite paenitentiam으로 번역하였다. 이 표현은 ‘고해성사하라’는 말이다. 회개는 정말 고해성사인가? 회개는 자신의 잘못을 누우치는 일인가? 그리스어 원문 ‘메타노이에이테’는 무슨 의미인가? 더욱더 중요한 사실은 세례요한이나 예수는 그리스어를 몰랐을 것이다. 세례요한은 이 문장을 뭐라고 말했을까?
진리는 보편적이다. 나에게 옳은 것이 타인에게도 옳아야한다. 혹은 나에게 옳은 것이 타인에게도 옳기 위해서는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한다. 만일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다면, 자신의 독선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은 타인의 인정이 더딘 경우, 나는 내 주장을 마음속에 품고 인해하며 기다려야한다. 그 주장이 그(녀)의 생전에 인정받을 수도 있고, 내가 죽은 후에, 인정받을 수도 있다. 생전에 인정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소크라테스와 예수와 같은 성인은, 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사후에서나 그들의 주장이 인정받았다. 소크라테스는 세상을 깊이 인식하는 철학이란 학문으로, 예수는 원수까지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종교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1+1은 언제나 2이고 E=MC2는 보이지 않는 우주의 에너지와 활동을 표현한 공식이다. 만일 누가 등장하여 1+1=3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는 자기기만에 빠진 어리석은 자다. 그렇다고 나의 특수한 환경에서 깨달은 생각이 소중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소중하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어머니의 몸을 이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타인의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보다 열등하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무식無識하다. 내가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라고 깨닫는다. 나는 타인의 어머니도 그(녀)에게 내게 소중한 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상상하고 확신한다. 그러나 내가 ‘나의 어머니’만 진짜 어머니고 다른 사람들의 어머니를 가짜라고 주장하여, 나의 어머니만 사랑하라고 강요한다면, 그는 사랑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중요한 가치인 사랑을 파괴하는 파렴치한 인간이다.
인간에겐 누구에게나 자신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신적인 존재가 있다. <마태복음> 3.2에 등장하는 세례요한의 외침 ‘회개하라’는 말에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불을 지폈을 뿐 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인가를 근본적으로 정의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마태복음> 3장에서 세례요한은 세례라는 의례를 도입하여 인간이 혼돈에서 질서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실행하였다. 그는 인간이 더 나은 인간으로 개선하기 위한 핵심사상을 다음 단어로 설명하였다.
“메타노이에테”
이 단어의 의미는 ‘마음(노이에)을 바꿔라(메타)!’라는 의미다.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부모도, 스승도, 사제로 아니다. 자기 자신일 뿐이다. 내가 내 주변의 누구를 가르쳐 변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내가 스스로 내가 말하는 변화를 몸소 실천하면, 내 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변하기 때문이다. 유대광야에 세례요한의 말을 듣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자기 삶의 변화를 간절히 원했던 자들이다. 그들은 로마제국의 식민으로 살다가, 로마인들의 비위를 맞춰 약간의 경제적이며 정치적인 안정을 획득하였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더 근본적인 풍요를 추구하였다. 그들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의 비결을 찾아, 요단강가에서 침례를 베푸는 세례의 의식을 베풀었다.
메타노이에테를 ‘마음을 바꿔라’로 해석하지 않고 ‘회개悔改하라’ 혹은 ‘잘못을 뉘우치고, 삶을 다시 바로 잡아라’라는 의미로 알고 있는 이유는, 이 구절에 대한 지난 고질적인 오랜 전통 때문이다. 제롬은 중세교회를 위해, <신약성서> 그리스 원전을 라틴어로 번역하였다. 그가 번역한 라틴어 번역본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있다.
Pœnitentiam agite
포이니텐티암 아기테
‘포이니텐티아’라는 라틴어 단어는 ‘참회하다; 회개하다’라는 의미다. 성 어거스틴이 주장하여 그리스도교 핵심교리가 된 원죄原罪를 전재한 신학적인 용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죄를 저지르려는 성향을 띠고 태어났다. 어거스틴과 그를 추종한 학자들은 에덴동산의 ‘선악과’와 관련된 이야기를 원죄에 대한 원형상징으로 해석하였다. 인간 스스로는 그 원죄를 벗어던질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 아닌 존재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인간에겐 구원이 없다는 신학을 정교하게 구축하였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그 고백을 들어주고, 신 대신 그 참회를 용사해 줄 사제가 필요했다. ‘포이니텐티아’는 ‘참회’이외에 자신을 잘못을 사제에게 털어놓고 용서를 받는 ‘고해성사告解聖事’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세례요한의 외침이 ‘고해성사하라’일리는 없다.
중세시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오랫동안 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성서>를 접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성서가 원래 라틴어로 기록되었다고 믿었다. 신은 인간에게 유럽인들의 언어인 ‘라틴어’로 말한 것이다. 지금도 일부 서양인들은 신이 ‘영어’로 말했다고 믿는다. 17세기 영국에서 왕의 명령으로 번역된 ‘흠정역’ 성서가 신의 마음을 담은 가장 완벽한 번역이라고 믿는다. 일부 한국인들은 신이 ‘한국어’로 말했다고 믿는다. 자신이 읽은 한글성서가 신이 인간에게 전달한 원본이며, 한국어번역을 통한 성서이해가 가장 온전하다고 착각한다.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는 중세시대가 끝날 무렵, <신약성서>를 그리스 원본으로 발견하고 연구한 초창기인물이다. 에라스무스가 그리스 원전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오스만 제국의 마흐메드 2세가 동방그리스도교의 성지인 콘스탄티노플을 1453년에 함락시킨 사건과 깊이 연관되어있다. 콘스탄티노플은 라틴어 문헌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신학을 전개한 로마와는 달리, 그리스문헌들을 보전하고 연구하는 중심지였다. 학자들은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자, 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성서> 원본을 포함한 그리스 문헌들을 로마, 이탈리아, 특히 신앙적으로 자유로운 네덜란드로 유입되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동방그리스도교와 그리스어 문헌들과 그 전통을 간직한 비잔틴 문화를 서유럽으로 이주시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불씨이자 횃불이 되었다.
에라스무스는 1516년에는 자신이 그리스어로 새로 번역한 <신약성서>를 출판하였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번역이 가져올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서가 전 세계의 여러 말로 번역되고, 시골 농부와 베 짜는 아낙네 그리고 여행객이 성서를 자신들의 언어로 쉽게 읽고, 인생의 무료함을 달래기 바랍니다.” 에라스무스는 성서를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고 삶의 지표로 삼도록 선물하였다.
에라스무스는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회개하라’라는 라틴어 표현 ‘Pœnitentiam agite’에 주목하였다. 이 문장은 세례요한의 주장일 뿐만 아니라 예수가 공적인 삶을 시작하면서 외친 첫 문장이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문장이 성례전의 중요한 의례인 ‘고해성사’를 정당화한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이지도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는 콘스탄티노플에서 흘러들어온 이 문장의 그리스 원문이 ‘메타노이에테’라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마음을 바꿔라’라는 문장에는 누구나 어디서나 신과의 사적인 대화를 통해 가능한 의례이기 때문에, 중간에 사제의 도움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에라스무스는 자신의 번역에서 ‘메타노이에테’를 제롬의 ‘포이니텐티암 아기테’를 라틴어 ‘레시피스치테’resipiscite로 번역하였다. ‘레시피스치테’는 ‘의식을 회복하다; 정신을 차리다; 회복하다’라는 의미다. 세례요한이 침례를 베풀면서 외친 첫 문장은 ‘정신을 차리십시오!’ 혹은 ‘당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의식을 회복回復하십시오’라는 의미다.
문제는 세례요한이 그리스어인 ‘메타노이에테’라고 외쳤을 리가 없다. 그는 아마도 학자들의 언어인 그리스어를 몰랐을 것이다. 만일 그가 유대회당에 다녔다면, 유대인들의 고전어인 히브리어를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십중팔구 그는 자신들의 구어인 아람어로 말했을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할 때, 즐겨 사용하던 히브리어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이것이다: 슈브 ‘슈브’의 의미는 ‘돌아오라!’라는 의미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자신의 최선이 숨어있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정신 차리라는 말이다. ‘슈브’를 세례요한이 사용한 아람어로 전환한다면 이것이다: 타브
세례요한은 요단강가 몰려온 유대인들에게 외쳤다. ‘타브’. 즉 ‘정신을 차리고, 당신들이 가슴 속 깊이 가지고 있는 신의 형상을 회복하십시오.” ‘회복回復하라’라는 세례요한의 외침은 보편적이며 강력하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위대한 자기-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회개다. 세례요한은 나에게 ‘정신차리라’고 야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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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우스에서의 저녁식사>
르네상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지오Caravaggio (1571?1610)
유화, 1601, 141 cm x 196.2 cm
런던 영국 국립 미술관
3. 개안開眼하십시오!
보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보는 행위는 어떤 대상을 내가 아는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려는 수고다. 내가 그 대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 그 대상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그런 시도는 부분적일 수밖에 없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오류로 가득 차 있어 앞으로 내가 발견할 미래의 지식에 비하면 미천하다. 보는 행위는 1인칭 중심으로, 1인칭의 수준으로 그 대상을 끌어내리는 행위다. 만일 내가 아카드어를 배우지 않고, 바빌로니아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하여 함무라비 석비를 보았다면, 나는 그것을 본 것이 아니다. 나는 아마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함무라비 석비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해는 시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1인칭 시점에서 내가 보려는 대상의 시점으로 옮겨가야한다. 이 옮겨가는 과정을 관심, 공부, 배려 혹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 대상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업이 배움이며, 그 대상의 눈으로 나를 다시 보는 행위가 깨달음이다. 이해는 3인칭의 입장에서 1인칭을 보려는 수고다. 아카드어를 수년동안 배워야 함무라비 석비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쐐기문자로 기록된 아카드어 문법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해석하려는 공부가 쌓여야, 함무라비 석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하는 것과 깨우치는 것은 다르다. 내가 오랫동안 아카드어 문법과 바빌론 역사를 공부했다하더라도, 함무라비 법전의 역사적 의미, 함무라비가 이 석비를 세운 이유를 헤아려 아는 작업은 또 다른 수고다. 내가 14세기 투스카니 지방의 이탈리아어를 알고, 중세의 철학과 신학에 정통하다고 해서, 단테의 <신곡>을 21세기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할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단테가 <신곡>을 쓴 마음, 중세를 탈출하여 이탈리아와 유럽을 자신이 발견한 ‘사랑’이라는 개인적이며 혁명적인 감성을 공감하지 못한다며, 그 번역은 무미건조하여 재미가 없다. 단테의 마음을 이해해야, <신곡>이 기록된 언어와 사상이 꽃을 피워 향기를 낸다. 이해는 선생의 도움으로 가능하나, 깨우치는 행위는 자신의 세계관을 깨는 내공이 필요하다. 법을 제정하여 바빌론 사회에 정의正義를 실현하려는 함무라비의 고귀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함무라비 법전 이해의 단초다.
나는 복음서중 누가복음의 재치와 혜안을 좋아한다. 마태는 윤리선생님과 같고 마가는 간략하게 필기를 잘하는 학생과 같고, 요한은 재야철학자 같다. 누가는 예수의 부활에 담긴 의미를 엠마로로 가는 두 제자이야기에 담는다. 기원후 30년 두 사람이 실의에 차 고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12km떨어진 엠마오Emmau라는 마음에 살던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의 이름은 글로바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알려지지 사람이다. 누라는 그 무명의 제자를 자신의 글을 읽는 독자로 선정했을 것이다. 이들은 3년 전, 예수라는 청년에 관한 소문을 들었다. 그는 종교는 율법이 아니라 사랑이며, 사랑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며, 천국은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 지금-여기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신의 아들’ 즉 신적인 인간이라고 말했다. 당시 종교인들과 그들과 결탁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이며 정치적인 기반을 흔드는 예수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를 십자가에서 처단하였다. 이 두 제자는 가족도 버리고 이 청년을 3년간 따라다녔다. 그들은 예수가 정치적인 메시아로 세속적인 왕이 되길 희망했는지 모른다. 이들에 관한 기록은 <누가복음>에만 등장한다.
이 두 제자는 엠마오로 돌아가고 있었다. 실의에 찬 이들에 낯선 길동무가 등장하여 대화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 낯선 자는 부활한 예수였는데,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왜 두 제자는 예수를 3년이나 따라다녔는데, 알아볼 수 없었을까? 누가는 그 이유를 24장 16절에 이렇게 설명한다. “그들의 눈은 그런 예수의 모습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도록 닫혀 있었다.” 그들의 눈의 상태를 그리스어로 ‘에크라툰토’ekratouto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이 단어 동사 ‘크라테오’krateo는 ‘장악하다; 붙잡다; 다스리다’는 의미다. 에크라툰토는 문법적으로 미완료수동형으로, 그들의 눈은 지속적으로 무엇인가의 인질이 되어, 예수를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세계관, 자신의 욕망에 인질이 되어 대상을 바로 인식할 수 없는 장님이다. 누가가 사용한 ‘에피그노스코’epi-ginosko ‘오랜 경험과 수련을 통해 정확하게(epi) 상대방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 두 제자가 예수를 인식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낯선 자는 두 제자에게 말을 걸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예루살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는다. 이들은 자신이 따라다니던 예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다른 제자들이 말한 빈 무덤에 관해 말한다. 이들은 어느새 두 제자의 고향 엠마오 마을로 들어가는 성문에 도착하였다. 날이 어두워졌다. 이 낯선 자는 다른 갈 곳이 있는 것처럼, 계속 가겠다고 말한다. 두 제자는 그 순간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를 붙잡는다. 가출 3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는 두 제자의 권유는 마지못해하는, 생색을 내는 호의가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하는 행위였다는 29절에 표현하였다 “그들은 그에게 팔을 강력하게 붙잡으면서 말했다. ‘(오늘 밤은) 우리와 함께 지냅시다. 이제 거의 저녁이 되었고 날이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누가는 ‘파라비아쪼마이’라는 동사를 사용하여, 두 제자의 간절한 마음과 그 마음의 표현인 행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단어는 ‘거의 폭력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붙잡다’라는 의미다. 그들은 자신들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 낯선 사람을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길바닥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이들은 자신의 처지가 아니라, 밤길을 가야하는 낯선 자의 안전과 안녕을 걱정했다. 이들은 그 걱정을 자신들의 진심어린 행동으로 상대방이 미안하기 않기를 희망했다. 이들은 상대방에 처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상상하여, 그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베려하였다. 자비慈悲란 내 입장에서 내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상하고 상대방이 편하고 미안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용기다. 사랑이란 상대방이 사랑하는 것을 헤아려 할고 그곳을 즐길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조성하는 수고다.
두 제자는 집으로 들어가 낯선 자를 위해 식사를 마련한다. 낯선 자는 이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난다. 누가복음 24장 31절은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그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런 후 그(예수)는 그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이 만화의 한 장면과 같은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 두 제자들의 눈이 열렸다. ‘열였다’라는 그리스 단어 ‘디아노이고’는 이전에는 그들의 눈을 가리는 마개가 있어 대상을 분명히 볼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 마개가 떨어졌다.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 것처럼, 이 낯선 자가 자신들의 스승인 예수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게 되었다. 이들이 자신의 스승을 인식하여 아는 척을 하려는 순간, 예수는 눈앞에서 사라진다.
누가는 왜 예수가 제자들 눈앞에서 사라졌다라고 기록했는가? 왜 예수는 이들과 함께 사람들을 만나, 내가 부활했다고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누가가 그렇게 기록했다고 상상했다. 첫째는, 이 두 제자가 부활한 예수를 모시고 자신들만이 부활한 예수를 만났고, 그 예수만이 진짜라고 주장할 오만을 보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종교 장사할 가능성이 많았다. 둘째, 누가는 부활한 예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활한 예수는 그들이 길에서 마주친 낯선 자였다. 두 제자가 낯선 자를 그냥 지나쳤다면, 그들은 영원히 예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종교시설이나 종교교리에 갇힌 예수에 익숙했다면 그런 예수는 이미 십자가에서 죽었다. 누가는 부활한 예수를 이렇게 묘사했다. 두 제자가 생면무지의 낯선 자에게 분에 넘치는 호의를 보였을 때, 그 낯선 자는 더 이상 낯선 자가 아니라 부활한 예수다. 부활한 예수는 종교시설에 안주하고나 설교나 교리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그는 자비를 베풀 때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낯선 자다. 낯선 자는 잠재적인 부활한 예수다. 그는 인간이 자비를 베풀 때,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자다. 그리스도교는 이 간결하지만 강력한 사랑의 실천으로 지난 2000년 동안 유지해왔다. 나는 보고 있는가? 나는 이해하는가? 나는 깨달아 그 시선으로 나를 보고 세상을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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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벗(북미산 넙치) 낚시>
미국 풍경화가 윈슬로우 호머(1836?1910)
유화, 1885, 76.8 cm x 123.1 cm
보스톤 미술관 Museum of Fine Arts
심자득 webmaster@dangdang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