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감리교사태라는 아픔을 겪은 감리교회가 끊임없이 소송으로 반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는 대립과 반목해온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 화해하면서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나는 그동안 총특재위원장으로 누구 편을 들지도 않았다. 편을 들었다면 오직 한 사람-전용재 감독회장을 편들어 그분이 감리교회의 수장으로 감리교회공동체를 평안하게 하면서 임기를 마치도록 거들고 싶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 자신은 감리교회를 위해서 흐트러짐 없이 정도(正道)를 걸어왔으므로 한 점 후회나 아쉬움이 없다.”
지난 5월22일 총회특별재판위원회위원장 사임서를 낸 이후 김용우 목사의 변이다. 31차 총회이후에 김용우 목사가 총특재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전용재 감독회장은 총특재에 2015년1월30일 박영천, 곽인, 안혜총에 대한 감독회장 당부재판(총회2015총특일01직무상 고발)을 신청한다. 감독회장의 당부재판 신청에 대해서 총특재에서는 2015년2월23일부터 당부재판 심의에 들어갔다. 심의 중 2015년3월10일 총특재는 제2차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고발인과 피고발인에 대한 화의조정을 결의하고, 위원장 김용우 목사에게 화의조정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게 된다.
총특재가 감독회장이 신청한 당부재판에 대해서 화의조정을 결의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 2015년3월10일 제2차위원회에 참석한 총특재 위원으로 참여한 변호사들이 그 회의석상에서 피고발인의 범과사실을 특정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총특재가 박영천, 곽인, 안혜총에 대한 범과사실을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공소를 제기하며 총회재판위원회에 회부할 경우 피고발인들을 충분하게 단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발인들이 사회법정에서 명예회복을 위한 소를 제기할 경우 피고소인들이 승소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근거 없이 장담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곽인 목사가 2015년1월29일자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지 않는가.
그래서 패배가 뻔한 재판을 강행하기보다는 화의조정으로 사태를 해결하자는 것이 총특재가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 총특재 제2차위원회는 피고발인들의 범죄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는 변호사 위원의 법리적 의견을 받아들여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화의조정을 결의하고, 그 전권을 김용우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김용우 위원장은 화의조정을 위한 합의서를 본인이 직접 작성하여 이를 감독회장에게 보고하고, 2015년3월24일 본인의 주관 하에 고발인측 전용재 감독회장의 대리인 이용윤 사무국 총무와 피고발인측 강대성 변호사, 곽인 목사, 안혜총 목사가 참석한 가운데 양자가 합의문을 서명날인 한다. 김용우 총특재위원장이 작성하고, 양측에서 합의한 합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피고발인은 목사로서 본안을 사법부에 과정 없이 고소한 것과 기독교타임즈 법인 내에 차명계좌를 조성한 것에 대해 잘 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2. 피고발인 곽인은 합의하는 날 복직과 함께 즉시 사임하기로 한다.
3. 대법원 판결에 의한 법정기간 내 임금은 고발인이 지불하되 전 금액의 10%를 감하여 수령하고 여타 다른 금전적 요구를 일체포기한다.
4. 양측은 모든 고소 고발(사회법정이나 교단 내)을 일괄 취하한다.
5. 위와 같이 양측은 합의하고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고소. 고발을 하지 않기로 일단락 짓고 연서로 확인한다.
이로써 기독교타임즈와 관련된 고발인과 피고발인의 법적인 공방은 종결되는 것 같았으나, 전용재 감독을 대신하여 날인/서명했던 대리인은 일방적으로 합의 무효를 선언한다. 대리인 이용윤목사의 합의무효 선언을 요약하면 두 가지 이유였다. ➀합의서 네 번째 조항이 박영천목사에게까지 효력을 미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점 ➁합의가 당부재판에 한정하고, 당부재판이 아닌 다른 재판에 까지 관련시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본부 행정기획실에서는 2015년 4월17일 합의 파기공문을 피고발인측 강대성 변호사에게 발송한다.
5월6일 총특재 제7차위원회에서 김용우 위원장은 총특재 결의를 존중하여 합의서 이행을 촉구했으나-분위기가 완전하게 달 라진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 총특재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의하여 자신에게 위임하여 전권을 위임해준 그 결의에 반하여-피고발인에 대한 단죄를 강하게 몰아세우는 일부 위원들의 행태와-목소리가 크면 법리적인 원칙도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에 총특재위원장으로서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하여 5월8일자로 김 목사는 감독회장에게 구두로 총특재위원장 직의 사의를 밝힌다. 사의 표명이 이후 총특재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김용우 위원장이 빠진 상태에서 5월14일 8차위원회가 열렸다. 그 회의에서 참석자 10명 가운데 9명의 찬성(1명 기권)으로 합의무효를 공식화하고, <포괄일죄>라는 죄목으로 피고발인에 대한 총회재판위원회에 공소를 제기하게 된다. 범과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던 총특재가 스스로 논리와 다른 표리부동한 결정을 내렸다.
이즈음 묻고 싶다. 변호사들은 왜 총특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법리에 전문가인 그들이 왜 제2차위원회에서 범과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어 놓았는가? 그래서 변호사들이 앉아있는 그 자리에서 화의조정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그 결의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왜 법리적인 해석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합의서의 파기는 그 합의서를 함께 합의한 당사자의 문제가 아닌가? 그럼에도 합의 당사자가 아닌 총특재가 합의서 파기를 결의하는가? 이 과정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본부의 변호사들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당부재판을 통해서 총회재판위원회에 기소를 한 총특재의 결정은 본부와 본부에 얼쩡거리는 정치꾼들의 명백한 정치재판이다. 여기에 법적인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변호사들이 밑자리를 깔아주고 들러리를 서 준 셈이다. 엄정하게 법리적인 원칙을 지키고 있어야할 변호사들이 법리를 버리고 교단의 특정 정치논리에 편승하여 공소를 제기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총특재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총특재의 표리부동한 당부재판 기소에 대해서 총특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자가당착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씁쓸하다.
이 사단이 결국 법리적인 한계를 이유로 총특재 김용우 위원장이 스스로 용퇴를 하게 만들었다. 김용우 목사는 자신의 이름으로 총회재판위원회에 공소제기 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고 난 뒤(5월20일), 5월22일자로 사임사임서를 본부에 정식으로 제출한다. 김 목사가 사임서와 함께 보낸 통고문에서 [5월8일 이후 총특재 결정은 자신과 무관하며 사임 이유는 별도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예정]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김용우 위원장의 사퇴로 감리교회는 화해하고 상생하는 길을 버리고 또 다시 지루한 법적 다툼이라는 반목의 길을 걷게 되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편집자 주
1. 당부재판을 맡은 총특재는 엄밀하게 말해 기소여부만 결정하면 될 일이다. 화의조정은 재판부인 총회재판부에서 할 일이었다. 물론 총특재에서 화해가 성립되었다면 문제가 삼아지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화해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해서 위원들을 비난하기란 곤란한 지점이 있다.
2. 김용우 위원장은 지지난 회기의 총실위에서 구성한 ‘기독교타임즈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의 범과를 조사하고나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당사자다. 위에서 필자가 지적한바 총특재위원들의 입장변화를 의아해 하는 만큼 당시 대책위원장으로서의 입장과 지금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궁금해 하는 이도 있다.
3. 총특재위원들이 정치적으로 입장을 바꿨고 엄정한 법정논리를 저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는 필자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음도 글에서 거론되어야 했다. 당시 피고의 변호인이 합의서를 작성한 직후 총특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합의의 범위를 모 장로가 개인적으로 제기한 소송까지 해당하는 것으로 수용범위를 넘어서는 주장을 하자 총특재 위원들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었던 것이다.
4. 총특재 위원중에는 범과사실이 분명함에도 정치적으로 면책하려 합의를 유도하려 한다고 반발하는 이도 있는 바 필자의 주장처럼 법리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정치적으로 기소하려 한다는 지적과는 정반대의 사정도 있었던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5. 필자가 피고들의 승소를 장담하며 인용한 ‘2015년1월29일자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의 내용은 해고무효소송이다. 총특재가 다뤘던 당부재판건의 내용은 교회재산상 손실이 발생한 사건에서 질서문란, 직권남용및직무유기를 다루는 것이고 사건의 기본성격인 공금횡령 및 유용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나 박영천 목사가 입국하지 않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것이지 무혐의된 사실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발인들이 총회재판에서 단죄될 경우 소(아마도 총재판결무효소송)를 제기하여 승소할 것이라는 '장담'을 위한 대법판결 인용은 다소 기계적이다.
독자들은 이와 같은 다른 시각과 사정이 있음도 주지하여 이 글을 읽기 바란다.
남재영 goodpastor@naver.com
